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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누나한테 매일 당하는 녀석이 나름대로 복수랍시고 하는 행동이 있는데, 지켜보는 내가 보기에는 정말 웃기는 복수다.
아침마다 우유가 하나씩 배달되는데, 우유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둘째 녀석은 이 우유만큼은 확실히 자기 거라고 생각하는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냉장고에 있는 우유를 꺼내서는 아예 자기가 들고 다닌다. 누나가 못 먹게 하려는 녀석의 행동이다.
세린이는 우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우유에 대해서만큼은 동생과 싸우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씩은 장난기가 발동하는지 살금살금 다가가서는 동생이 안고 있는 우유를 냅다 뺏는다.
태민이 녀석은 억울한 마음에 도로 빼앗으려 하지만 세린이가 도망쳐 다니면 잡을 길이 없다. 세린이 녀석, 도망 다니다 자기도 지쳤는지 이번에는 우유를 높이 든다. 어쩌랴, 태민이는 누나보다 키가 작으니 우유를 빼앗을 길이 없다.
누나를 마구 때리지만 세린이 녀석은 맞으면서도 '키득키득' 웃는다. 아직 어린 동생의 손맛이 그래 맵지 않아 그럭저럭 맞을 만도 하거니와, 동생을 골려 먹는 것이 재밌나 보다.
억울한 마음에 둘째 녀석은 급기야 바닥에 엎드려 엉엉 울고, 세린이는 그렇게 한참을 골려 동생을 울려 놓고서야 "너 먹어!"하면서 우유를 건넨다.
웃기는 둘째 녀석, 누나가 우유를 주면 졸래졸래 방으로 들어가서는 제 나름대로 비밀스런 장소에 우유를 숨긴다. 하지만 다 보인다. 세린이가 웃으면서 우유를 다시 가지고 오려 하지만 여기서 더 하면 둘째 녀석이 또 울 것 같아 나는 세린이를 꽉 잡아 놓는다.
에구, 아침부터 울고불고 하는 두 녀석들을 보면서 혼을 낼까 하다가도,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냥 실없이 웃음이 나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던 두 녀석, 화해의 포옹을 하다
두 녀석들을 보면서 '나도 어릴 적에 저렇게 싸웠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오래 전 일이라 그런지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기억나는 건, 무슨 일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형한테 마당을 쓰는 빗자루로 맞은 기억은 난다. '근데 그 때 왜 맞았지?' 나중에 형한테 물어봐야겠다.
아무튼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 싸워대더니, 추석날 처가 가는 길에 운전의 고단함을 잠시 달래려고 잠깐 들린 공원 벤치에서 둘은 극적으로 화해의 포옹을 했다. 먹을 거 앞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던 둘째 녀석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맛있게 먹던 닭꼬치를 선뜻 누나에게 주는 것이다.
'오호!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일세 그려.' 지켜보던 나와 아내는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에 두 눈이 토끼 눈만 해져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는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다 찍고 나서 두 녀석 보면서 드는 생각.
'그래도 3일은 가겠지?'
덧붙이는 글 | 오늘(10월 9일)이 삼일째인데, 두 녀석이 아직 크게 싸운 적은 없습니다. 3일은 넘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