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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형님댁을 찾아 차례를 지내고 경북 포항에 있는 아이의 외가로 향했다. 오전 시간임에도 차례를 마치고 성묘하려는 사람들과 서둘러 귀경길을 나선 사람들의 차량이 도로를 메우기 시작했다.
평소엔 두어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건만 무려 다섯 시간 만에 포항에 도착했다. 처남 내외와 장인어른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서와 처제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막내동서가 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을 꺼내놓는다. 갓이 피어 상품가치가 떨어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섞여 있었다. 두 가지 맛의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있는 예민한 미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핀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이나 맛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송이버섯의 맛과 향을 잘 아는 나는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챌 수 있다. 상품가치가 있는 송이버섯이 더 부드럽고 향이 진하고 감미롭다.
송이버섯은 맛과 향이 뛰어나고 희소성이 있어 비쌀 때는 킬로그램당 70~80만원을 호가한다. 그런 값비싼 송이버섯을 서민들이 맛보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니, 핀 송이버섯도 내겐 언감생심이다. 그렇게 귀한 송이버섯을 작은 동서 덕에 매년 맛볼 수 있는 것도 큰 행운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처남댁에게 빨리 참기름장을 만들어 오도록 독촉한다. 버섯 손질을 위해 손칼을 재촉한다. 살아있는 향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삶거나 볶는 것보다는 생송이를 찢어 날것으로 먹는 것이 훨씬 낫다.
참기름장이 나오고 소주가 나온다. 장인어른, 처남, 동서들이 송이버섯을 사이에 두고 둘러앉는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소주잔이 오간다. 아이들도 어른들 사이에서 찢은 버섯을 참기름장에 찍어 맛본다. 처가에서 보내는 첫날밤은 이렇게 깊어갔다. 아파트 창밖으로 한가위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