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1일 오후 2시 30분]
북한 핵실험 위기와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의 핵실험은 미국의 핵 정책이 실패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미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노무현 대통령이 포용정책 수정 가능성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 "요새 해괴한 이론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북한이 핵 개발한 것은 미국이 못살게 굴고 살길을 안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북한) 스스로 말하고 있다"면서 "만만한 것이 햇볕정책이냐"고 따졌다.
특히 그는 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사실을 언급하면서 "내가 '왜 포용정책이 죄가 있느냐, 포용정책이 긴장을 완화시켰으면 시켰지 악화시킨 적이 없는데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말 했더니 대통령이 '전적으로동의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북의 벼랑 끝 전술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핵 무장을 단념하라"고 북에 요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11일 오전 전남대학교 대강당에서 '한반도의 현실과 4대국'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에 나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 핵실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특별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북한의 핵 실험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북한은 민족의 운명을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아넣었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전략적 판단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핵실험은 미국과 일본의 강경세력을 크게 고무시켰다"면서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서 북미간의 직접대화를 하고자 하지만 그러한 벼랑 끝 전술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거대한 핵 전력 앞에 별 성과도 얻지 못하면서 강경정책만 부추기는 일은 그만 두어야 한다"면서 "그 대가로 북미 양자간의 직접대화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강조하며 핵 무장 단념을 거듭 촉구했다.
"북 핵실험, 미 대북정책 실패입증... 재조정해야"
김 전 대통령은 북의 핵 포기 선언 촉구와 함께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번 핵실험은 북한의 NPT 탈퇴, IAEA 요원 추방, 미북간 제네바 합의의 파기와 함께 미국의 대북 핵 정책의 실패를 입증하고 있다"며 제네바 합의와 관련 "클린턴 정권은 이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거의 성공단계까지 갔지만 부시 정권은 이를 외면하다 오늘의 실패를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와의 인터뷰에서도 "누구는 남북관계가 진척이 안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실은 그게 아니라 북미관계가 근본 문제"라며 "북한은 대화를 간절히 바라는데 미국의 네오콘들이 마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장벽을 치듯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를 직접 겨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같은 판단에 근거해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의 취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군사적 조치 ▲경제제재 지속 ▲북미대화를 거론하며 북미간 직접대화를 거듭 강조했다. 물론 그는 "사태해결의 핵심은 북한의 핵 포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하나는 군사적 조치인데 미국은 현재 그럴 능력이 충분치 않으며 우리는 이를 절대 반대한다"면서 "또 북한의 핵 보유를 악의적으로 무시하고 압박과 경제제재를 계속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북의 도발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북미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방안이 있다"며 "미국은 '악의 축'인 북한과 대화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이론적으로나 역사적 사실로 보나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닉슨은 '전쟁 범죄자'라고 낙인찍힌 중국의 모택동을 찾아가서 대화했고 레이건은 '악마의 제국'이라고 지칭하던 소련과 대화했다"며 "오늘의 평화는 그 덕이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화를 위해서는 미국 의회에서 결정한 대북정책조정관을 조속히 임명해 대북정책을 재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노릴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고 북 핵을 제거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사태 해결 핵심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주고받는 협상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햇볕정책이 아니라 북미관계"
김 전 대통령은 북 핵실험 이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와 관련 김영삼 전 대통령은 10일 낮 청와대 전직 대통령 초청 오찬에서 "햇볕 포용정책은 공식 폐기선언을 해야 한다"면서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중지 등 대북사업도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까지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은 제대로 해왔고, 성과도 있다"면서 "북미관계가 안 돼서 진전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응수한 바 있다.
이날 특별강연에서도 김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결과로 볼 때 햇볕정책은 남북간에는 성공한 것"이라며 "다만 북미관계가 장애가 되어서 완전한 성공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남북간 1만3000명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사업, 개성공단,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 사업 등을 거론하며 "'압록강의 기적'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라며 "북도 좋고 남도 좋은 '윈윈'의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옛날 같았으면 지금처럼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하면 공포 분위기 속에 피난하는 소동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아주 안정되어 있고 국제적인 신용기관도 핵실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안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특별강연을 마친 이후 이어진 학생들과의 일문일답에서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정책 수정 혹은 포기 주장, 북 퍼주기 논란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햇볕정책 공격한다고 문제해결 안돼"
김 전 대통령은 '북 핵 실험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포용정책 수정 가능성 등을 언급했는데 포용정책 포기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요새 해괴한 이론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일축했다. 또 정치권 등의 논란에 대해 "햇볕정책 공격한다고 문제해결 안된다"고 보수세력 등을 겨냥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이 핵 실험 한 것은 '햇볕정책의 실패다, 포용정책 포기해야 한다, 금강산과 개성공단 그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전국 어느 신문을 봐도 북한이 '햇볕정책 때문에 핵 실험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우리가 핵 개발한 것은 미국이 우리를 못살게 굴고 대화하자고 해도 안하고, 우리 살길을 안 열어주니깐 우리가 살기 위해서 마지막 수단으로 핵개발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근데 왜 죄가 없는 햇볕정책에 갔다가...만만한 것이 햇볕정책이라고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타당한 주장이 아니"라고 햇볕정책을 향한 비난 여론을 일축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사실을 언급하면서 "내가 '왜 포용정책이 죄가 있느냐, 포용정책이 긴장을 완화시켰으면 시켰지 악화시킨 적이 없는데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말 했더니 대통령이 '전적으로동의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왜 우리가 없는것을 있다고 하느냐"면서 북 핵 실험의 원인이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아닌 북미 관계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나는 우리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반성해야 하지만 오히려 기여한 부분은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북 핵 실험 책임이 북미로 가야하는데 상관없는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인데 이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 이렇게 문제를 정치적으로 흐르게 하면 다른 정책을 해 갈 수 없다"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무엇을 의미 하느냐, 북 영토에 들어갔다는 것이 그만큼 휴전선이 북으로 올라갔다는 것"이라며 햇볕정책의 성과를 역설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햇볕정책 잘못했다'고 선언하고 금강산이나 개성에서 철수하자는데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며 포용정책 수정이나 포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정부의 신중한 대처를 주문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가 군사제재를 포함한 결의한 논의'에 대해 "41조를 원용하느냐 안하느냐가 논의 주인데 군사적 방향으로는 (결의안 채택)가능성 적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어제 전직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저는 대통령에게 '우리가 북이 핵을 발사하지 말라고 앞장서야 하지만 북한을 징계하는 논의에서는 앞장 설 필요가 없다. 유엔도 보고 미·일·러·중 태도를 보고 마지막으로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반드시 미국와 북이 직접대화하고 6자회담이 이를 도와줘야 한다"면서 "북미 양측이 대화를 하고 세계가 협력해서 북이 핵포기하고, 대신 미국은 경제제재 해제하고 안전보장하고, 북은 미국이 못살게 하니깐 잦은 발악을 하는 것이다"고 말하고 "이런 점에서 한국은 이성적으로 해결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방적 퍼주기? 왜 우리가 손떼고 나와야 하느냐"
김 전 대통령은 '북한 퍼주기' 논란에 대한 질문에도 "우리가 상거래를 해도 물건주고 현금으로 받기도 하지만 외상으로 줄때도 있다, 필요에 따라 그렇게 하는것"이라며 " 주고받기로 경제협력을 하지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에 엄청난 발을 내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첫째는 중국의 물자가 북에서 사용하는 생필품 8-9할이 중국에서 온다, 이대로 가면 잘못하면 미국이 봉쇄하고 우리가 진출하지 못하면 중국의 지배에 들어 갈 수 있다"며 "어쩌면 미국의 봉쇄는 북을 중국으로 밀어넣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는 북에 엄청난 이권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의 철도와 항만, 금강산과 백두산 관광, 그리고 정보 관련 사업 등 핵심적인 것은 30년 50년 사용하도룩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당면한 핵문제에 가려서 그렇지 북의 경제을 전반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면서 "남이 와서 손을 못돼게, 왜 우리가 손떼고 나와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