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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홍보처 간행물에는 NAFTA 덕에 멕시코는 살아났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공중파 방송에서도 멕시코 경제의 그늘이 보도되었다. 여론 조사를 하면 많은 국민들이 FTA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인데 FTA 반대론자들을 괴담에 속는 사람으로 묘사하는 것도 정부기관 입장에서 현명하지 못하다.
ⓒ 장익준
한가위를 맞아 오랜만에 기차 여행을 했다. 열차에 비치된 읽을거리들이 여럿 있었는데, 논조들이 다 비슷하다고 해서 살펴보니, 내가 본 것 세 권 모두 발행처가 '국정홍보처'였다. 전시작전권 문제와 한미 FTA 협상을 다루고 있었는데, 모두 강도 높게 현 정부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언론 정책은 압박, 지원, 직접으로 요약된다. 신문고시를 중심으로 조·중·동 독과점을 압박하고, 각종 기금 분배나 출입처 개방 등으로 소수 매체를 지원하고, 국민들에게 직접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세 가지 모두 순조롭지 못했지만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이 국정홍보처가 주도했던 직접 홍보 강화였다. 국정브리핑에 설익은 발언들이 올려졌다 취소되는 일도 있었고, '국정브리핑 댓글만 잘 달아도 자리 보전한다'는 농담들이 관가에 떠돌았다.

국정홍보처의 직접 홍보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 자체나 정책 수렴 과정은 문제없는데, 단지 국민들이 이해를 하지 못해서 혼란이 온다는 인식이다. 그러다 보니 일방적인 설교만 늘어놓게 되고, 의견을 나눠야 할 당사자들을 오히려 자극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열차에서 본 책들도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10년 전 낡은 통계를 가지고 유언비어나 늘어놓은 사람들로 몰아붙였다. 한미FTA 성사가 노무현 정부의 입장이라면, 서로 타협안을 찾도록 분위기를 잡아도 시원찮을 마당에 국정홍보처가 나서 반대론자들을 직접 공격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홍보 효과도 의문이다. 원래 직접 홍보는 효과가 낮기 때문에 기업들도 광고 집행보다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것에 목숨을 건다. 가뜩이나 딱딱한 내용들을 설교조로 늘어놓으니 아무리 공짜로 주는 매체라도 홍보 효과는 떨어지고,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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