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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부터 시범을
선생님부터 시범을 ⓒ 정일관

경남 합천 적중면에서 대안교육을 일구어 가는 원경고등학교에서 10월 10일 자연 친화교육의 하나인 벼 베기 체험을 하였습니다.

지난 6월 13일 땡볕을 받으며 아이들이 한 손 한 손 정성껏 심은 모들이 여름을 지나는 동안 나락으로 여물어진 벼로 성장하여 어서 베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넉 달 정도의 기다림과 정성이 맺은 결과입니다.

콤바인만 부르면 벼 베기에 탈곡까지 끝내주지만 모로부터 벼로, 나락으로, 쌀로, 밥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통해 우리가 살아있을 수 있음을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원경고등학교는 아이들에게 낫으로 벼를 베는 체험을 하게 하였습니다.

벼 베기는 특히 학교 주변에 너른 논이 많고 쌀 농사를 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에 맞추어 지역과 함께 하는 체험학습이기에 더욱 그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오전 1교시에 아이들을 모두 모아 벼 베기 요령을 가르치고, 낫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유의사항을 재차 삼차 교육하고 나서 2교시부터 아이들을 학교 뒤에 있는 학교 체험 논으로 넣었습니다.

머뭇거리는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해 선생님 한 분이 먼저 들어가서 벼를 베었습니다. 아이들도 하나 둘 들어와서 벼를 베기 시작하였는데, 한 아이가 베면 뒤에서 다른 아이가 벤 벼를 받아 그 자리에 가지런히 눕혔습니다. 잘 말려서 탈곡해야 하니까요.

아이들이 들어가자 논에 있던 개구리들이 놀라서 이리저리 튀는 바람에 선생님이나 아이들도 덩달아 놀라 소리를 질러대었습니다.

베는 속도가 차이 나서 불규칙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베는 속도가 차이 나서 불규칙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 정일관

벼를 베고 있는 여학생의 모습
벼를 베고 있는 여학생의 모습 ⓒ 정일관
조금씩 벼가 누운 자리는 넓어지면서 힘이 들어 쉬엄쉬엄 쉬기도 하였지만 먼저 논에 들어간 2학년 아이들은 벼 베기가 정말 재미있다며 다음 시간에 1학년 아이들이 베어야 할 분량까지 베기도 하여 벼 베기 체험이 학교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교육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2학년 아이들에 이어 다음 시간에는 1학년 아이들이 낫을 받아 벼 베기 작업을 하였습니다. 1학년 아이들 역시 2학년 아이들 못지 않게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작업하였는데요, 2학년 아이들이 많이 베는 바람에 벨 것이 줄어들었다며 아쉬워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벼 베기를 매우 즐거워하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낫을 잡고 벼를 베어 보았다는 한 여학생은 처음에 낫을 잡았을 땐 무서웠지만 갈수록 재미가 있었다며, 쌀을 생산하는 한 과정에 자신이 참여하게 되어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벤 벼는 이제 누운 채로 따가운 가을 햇살에 말라가고 있습니다. 하루를 겨우 지났는데도 벌써 눅눅한 벼가 까슬까슬하게 말라가고 있습니다. 한두 번 더 벼를 뒤집어 말린 후에 탈곡기 속으로 넣어야 하겠지요.

대안학교 아이들의 자연 친화교육인 벼 베기 체험으로 통해 우리 아이들이 또 한 걸음 자연과 가까이 하고, 농사일이 남의 일이 아님을, 우리 생명과 관계 있는 일임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벤 벼들이 가지런히 논 위에 누워 가을 햇살에 말라가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벤 벼들이 가지런히 논 위에 누워 가을 햇살에 말라가고 있습니다.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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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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