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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열리는 통일체육축전에서 노래 봉사를 하는 가요강사 박상훈씨
10월 15일 열리는 통일체육축전에서 노래 봉사를 하는 가요강사 박상훈씨 ⓒ 권민희
경기도 분당 오리역 인근의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이곳은 하루 평균 8개 이상의 강좌를 꾸리고 있어 종일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박상훈씨의 노래강좌가 있는 날은 금요일. 문화센터 강좌 중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강사답게 오후 2시가 되자 200여 평 규모의 문화센터는 주부들로 가득 찼다. 30~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특히 40~50대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200여명 수강생 중 남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중절모와 선글라스가 트레이드마크인 강사 박상훈씨가 무대에 섰다. 마이크를 잡는 순간 전 수강생이 그의 카리스마에 빠져 눈을 떼지를 못한다. 흥겨운 트로트풍의 가요를 부르며 리듬에 맞추어 몸을 흔들자 좌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문화센터가 순식간에 신바람 공간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가요교실 회장을 맡고 있는 온귀열(59)씨는 음치클리닉에서 박씨의 지도를 받은 인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그와 알고 지내고 있다.

"선생님은 노래도 잘 가르쳐 주시지만 인간적인 됨됨이가 훌륭하신 분이에요."

나이가 어린 박씨에게 깍듯이 선생님을 대우를 하는 그녀는 박씨를 '가요 강사협회의 거목'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녀는 노래를 하면서 자신감과 활력을 얻게 되었단다.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이었던 그녀는 가요교실에서 친구도 만나고, 성격이 당당해져 가족들도 크게 놀랐단다. 그간 강사과정도 수료하고 어엿한 가요강사고 거듭났다. 내년이면 환갑이 되는 그녀가 20대 못지않은 열정을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박상훈씨 덕이라고 말했다.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이 원동력

학교 갈 시간만 되면 배가 아프다거나 무턱대고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등교거부증. 이 병은 비단 학생들만 앓는 게 아닌가보다. 박상훈씨가 노래를 가르치게 된 계기를 제공한 사람은 '학교가기 싫은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23년 전 유난히 음치에 박치였던 초등학교 선생님을 개인 레슨하다가 주부가요교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이후 올림픽공원 내 문화교실에서 가요를 가르치기 시작해 한 눈 팔지 않고 강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스승은 국내 가요 강사 1세대인 구지윤(63·여)씨다. 지난 2003년, 그는 구지윤씨가 회장으로 있던 (사)한국가요강사협회(www.kosia.co.kr)의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박씨는 음악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재주꾼이다. 노래, 작곡, 기획, 프로듀싱까지 못하는 게 없다. 20대 초반, 그룹 '박상훈과 야생마'를 조직해 활동했다. 작곡 재능이 있는 그는 아세아레코드사 전속 작곡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1981년 작곡한 TV드라마 <성난눈동자> 주제가는 이은하씨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영화음악도 여럿 작곡했다. 그 후 가요 강사로 '데뷔'했다. 97년엔 'ZING코리아'레코드사를 설립해 최석준씨의 인기곡 '꽃을 든 남자'도 기획, 제작했다. 이런 다재다능한 박씨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역할은 가요 강사다.

"처음에는 자기만족을 위해 음악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요 강사'라는 직업을 통해 사람들과 가깝게 만나고, 실제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가슴이 따뜻한 남자

그는 현재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에서 가요강사 지도자 강의를 맡아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치매병원이나 정신과에서도 강습영역을 확대하고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해외 교민사회에서 2세대를 위해서 한국의 노래를 가르치고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렇다면 가요 강사가 될 요건은 무엇일까? 그는 "지도자가 되려면 우선적으로 50%이상 타고난 끼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또 순간적인 재치와 위트는 기본이고 정확한 음정, 리듬, 악보를 토대로 음악적 소양교육이 필요하다. 가요 강사는 노래 교실 회원들을 강의할 수 있는 체계적 전문성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사단법인 한국가요강사협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특히나 그는 바쁜 일정 가운데도 짬을 내어 6.25참전용사 보훈 아파트 단지 내에서 노래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새터민(북한에서 이주한 동포)들을 위한 노래강습 봉사를 수년째 해오고 있다. 오는 10월 15일 (사)좋은벗들 주최로 열리는 남북한통일체육축전에서는 노래자랑 심사위원과 초대가수로 노래도 부를 예정이다. 봉사를 할 때 느끼는 희열과 보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신바람 노래강사 박상훈씨. 그의 마음씀씀이가 오늘도 사람들을 더욱 훈훈하고 신바람 나게 한다.

남북한이 하나 되는 통일명절
10월 15일 양강중학교에서 통일체육축전 열려

어린 시절 운동회를 기억하시는지? 김밥에 닭튀김에 맛난 도시락 먹으며,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뛰어다니던 즐거운 추억. 그 운동회처럼 남북한 동포들이 한데모여 공도 차고, 줄다리기도 하며 얼싸안는 자리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남북한 통일체육축전'.

오는 10월15일 양천구 양강중학교 운동장에서 '제4차 통일체육축전'이 열린다. 이 행사는 새터민의 자활증진과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남북한 주민간의 교류와 협력을 목표로 기획되어 지난 2003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생존을 위해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새터민들의 마음은 항상 편치 못하다. 특히 요즘처럼 북한문제로 온 사회가 술렁이기라도 하면 마치 자신의 죄인인냥 가슴이 오그라든다. 이런 때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공을 차고 줄다리기를 하다보면 가슴을 열고,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행사는 대북인권단체인 (사)좋은벗들의 주최로 전국각지에서 모인 자원활동가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일상이 바쁜 가운데 새터민들도 대거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주요 일정을 살펴보면 한가위맞이 합동차례상과 평화대동제, 한마음체육대회, 장기자랑 경연대회, 천통놀이 체험마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온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재)정토회와 (사)좋은벗들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남북간의 얼어붙은 분위기를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권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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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함이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나를 만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런 나에 집착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만남도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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