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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꽃길과 물이 하나다.
산과 꽃길과 물이 하나다. ⓒ 박옥경
가을의 전령사라고 할 수 있는 코스모스가 요즘 한창이다. 맑은 가을 하늘과 어울리는 모습은 코스모스에 대한 시가 저절로 나올 것도 같고 노래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가수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의 노랫말은 그야말로 코스모스 꽃길에 딱 어울린다

저 꽃속에 풍덩 빠지고 싶다.
저 꽃속에 풍덩 빠지고 싶다. ⓒ 박옥경
전남 광양시에서는 광양읍 서천변에 3만여 평 정도의 코스모스 꽃길을 조성하였는데, 요즘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서천변을 따라가다 보면 코스모스꽃과 하나 되어 사람인지, 코스모스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이다. 모두 소년 소녀처럼, 아니 코스모스처럼 해맑은 표정을 하고 사진 찍기 바쁘다.

멀리 '광양'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멀리 '광양'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 박옥경
코스모스 꽃길이 광양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어서 올해 광양시에서는 광양전통숯불구이축제를 코스모스축제와 겸해서 할 예정이다.

특히 '光'(빛광) '陽'(볕양)의 의미에서 풍기는 빛의 이미지를 강조하여 빛과 코스모스꽃이 어울리는 축제로 끌고 갈 계획이다. 이에 루미나리에 조명쇼를 한다고 하니 야간에는 아름다움이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루미나리에'란 조명으로 건축물을 만들거나 치장하는 축제로 '빛의 예술' 또는 '빛의 조각'이라고도 한다. 르네상스 시대 말기인 16세기 후반에 이탈리아에서 성인을 기리고 빛이 가진 정신 가치를 나타내기 위한 종교의식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징검다리. 가운데는 비단 잉어가 산다.
징검다리. 가운데는 비단 잉어가 산다. ⓒ 박옥경
매년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고베루미나리에는 1995년 1월 17일 발생한 고베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시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개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천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하여 2003년 10월 1일 부천 중앙공원에서 열렸던 부천루미나리에가 처음이다.

행사장에서는 불우이웃돕기 모금행사를 하기도 하는데 루미나리에의 시작이 그러하듯 개최의도가 희망과 용기를 주고 정신적 가치를 고양하는 빛의 축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통숯불구이.
전통숯불구이. ⓒ 박옥경
광양숯불구이축제는 1995년부터 열리기 시작하여 태풍 루사와 매미가 왔던 해를 제외하고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다.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열린다. 이 행사 동안 원두막 이엉 잇기와 새끼 꼬기 체험이 있고, 코스모스 꽃길 보물찾기도 있어서 어린이들과 참가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물론 무료시식회도 있으므로 광양숯불구이의 맛을 볼 수 있다.

갈대와 코스모스의 사이 좋은 길.
갈대와 코스모스의 사이 좋은 길. ⓒ 박옥경
광양 숯불구이는 백운산에서 자생하는 참나무숯을 이용하여 한우고기를 구리석쇠에 구워내기 때문에 은근히 스며든 불기운으로 부드럽고 달큼한 맛이 난다. 상추와 깻잎에 마늘을 곁들여 먹으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맛있게 숯불구이를 먹은 후 코스모스 꽃길을 산책하면 풍만한 행복감에 콧노래가 저절로 나올 것이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꽃들의 표정이 저마다 다르다.
꽃들의 표정이 저마다 다르다. ⓒ 박옥경
소풍 나온 꼬마들의 표정이 다르듯이...
소풍 나온 꼬마들의 표정이 다르듯이... ⓒ 박옥경
코스모스꽃길을 따라가다 보면 꽃길이 끝나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나룻배가 대기하고 있는데, 공짜로 건너편까지 실어다 주기 때문에 건너편으로 이동하여 코스모스 꽃길을 계속 감상할 수 있다.

몇 분 안 되는 거리지만 나룻배를 타는 재미가 색다르다. 관심 있는 분들은 광양시청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원두막과 물레방아.
원두막과 물레방아. ⓒ 박옥경
서천변 주변에는 체육공원과 원두막, 물레방아, 분수대 등이 있어 망중한을 즐기기에 알맞다. 전에는 물이 많이 오염되어서 눈에 잘 띄던 백로도 한동안 오지 않았다. 서천을 살리자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다슬기가 살 정도로 맑은 물이 되었다.

부러진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생일축하 노래를 한다.
부러진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생일축하 노래를 한다. ⓒ 박옥경
태풍 루사가 왔을 때 패인 상처가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던지…. 지금의 서천은 상처를 딛고 일어난 의지를 보란 듯이 물고기와 꽃과 청잣빛 하늘을 담고 맑게 흐르고 있다.

지난 일요일(8일)은 친구의 생일이었다. 서천변 잔디밭에 앉아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생일 축하를 하였다. 친구 아이들이 고른 케이크는 한쪽으로 쏠려 있었고, 초는 친구 나이보다 다섯 살이나 모자라게 가져왔는데 그것마저도 부러져 있었다. 그래도 초를 꽂는 친구의 얼굴은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사는 게 별건가 이런 것이 행복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크 한 조각씩 먹은 후 친구와 걷는 코스모스 꽃길은 아름다움을 넘어 행복한 길이었다. 숯불구이 축제 때 또 오자고 재잘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코스모스꽃과 함께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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