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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민
갈바람에 출렁거리는 갈대밭은 낙엽, 억새와 함께 늦가을의 정취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친근한 자연의 벗이다. 누런 색으로 또는 흑갈색으로 잘 농익어 산들바람에 휘청거리는 갈대의 모습은 쓸쓸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발산하면서 가을의 여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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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갈대밭으로 유명한 곳은 금강변인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과 전남 순천시 대대포 갈대밭, 그리고 전남 해남군 고천암호 갈대밭이다. 신성리 갈대밭은 강가에 길게 발달한 갈대밭으로 약 5만평에 이른다. 이곳은 금강하구언의 겨울철새 도래지와 함께 늦가을과 겨울철 중부권 여행지로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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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대대포 갈대밭과 해남 고천암호 갈대밭은 규모가 무척 크다. 갈대밭 면적만 각각 15만평~20만평에 이른다. 순천 대대포 갈대밭에서는 해마다 10월 중순 '갈대축제'가 열린다. 대대포 갈대밭은 풍치가 좋은 와온해변 쪽으로 훤히 트인 만(灣)으로 열려있다. 갈대밭은 각종 생물이 삶을 붙이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대대포 갈대밭엔 갈게가 커다한 구멍을 뚫고 군집생활을 하고 있다.

또 갈대 사이사이에 건강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칠면초가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이곳엔 겨울에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희귀한 겨울철새가 수백마리씩 날아와 가장 볼만한 겨울철새 도래지로 변한다. 대대포 갈대는 키가 크고 갈꽃의 크기 또한 크며 색깔이 짙은 흑갈색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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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고천암호 갈대밭은 간척지 저수지 주변에 널따랗게 펼쳐지고 있다. 그 넓이가 무려 20만평에 이르니 여의도 몇 개에 해당한다. 고천암호 갈대는 키가 작고 갈꽃의 색깔이 누런 게 다른 곳의 갈대밭과 구별된다. 고천암호 갈대밭은 특히 겨울철에 가창오리 도래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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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2월 이후 고천암호 갈대밭엔 20만 마리 이상의 가창오리가 몰려들어 환상적인 군무(새들의 집단 떼춤)의 무대를 하늘에 펼친다. 한겨울 고천암호의 이 가창오리떼 수는 전 세계 가창오리 수의 80% 이상이라고 한다. 고천암호의 풍성한 갈대밭이 이 가창오리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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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금강호 신성리 갈대밭의 겨울철새 도래지나 순천 대대포 갈대밭의 흑두루미 도래지 그리고 해남 고천암호의 가창오리 도래지가 모두 무성한 갈대밭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갈대밭은 새들에게 갈대의 뿌리 등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고, 한겨울에도 무성한 갈대무리는 추위를 막아주고 가림막이 되어 새들에게 안온한 휴식처와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 준다. 늘 불안한 가운데 잠이 부족한 새들에게는 편안한 잠자리야말로 최대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대포나 고천암호 갈대밭은 그래서 겨울철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갈대에 대하여...

갈대는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갈대라는 이름은 대나무와 비슷한 풀이라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갈대는 억새와 달리 뿌리가 땅속(수직)으로 뻗으며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줄기는 녹색으로 속이 비어있고 마디에 털이 있다. 높이는 2m 가량이고 곧게 선다. 잎은 어긋나며 너비가 2~3cm로서 끝이 길고 뾰족하다.

꽃은 꽃잎이 없는 풍매화로 8, 9월에 핀다. 처음에는 자색 계통의 갈색이다가 뒤에 담백색으로 결실한다. 열매는 종자 끝에 많은 관모가 있어 바람에 날려 멀리 퍼질 수 있다.

습지나 갯가, 또는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 흔히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이삭은 30~50cm에 이르는데 갈바람에 늘어져 날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갈대는 대부분 줄기의 일부와 뿌리가 물속에 있고 , 그 일부가 물위로 나오는데 물을 정화하는 정수식물이다.

한국 전역에 자생하며 북반구의 온대, 한대, 아한대에 널리 분포한다. 어린 순은 식용하며 성숙한 원줄기로는 발을 만들어 볕가리개나 고추, 솜 등을 말리는 데 깔개로 쓴다. 또 이삭은 빗자루를 만들어 쓴다. 이삭에 붙은털은 솜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갈대는 키가 크고 줄기가 가늘며, 줄기에 비하여 잎이 무성하므로 바람이 불면 금방 한쪽 방향으로 쏠린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쉽게 마음이 변하는 사람을 갈대와 같다고 말한다.

꽃은 갈꽃이라고 하는데, 우리 고전문학에서는 시조의 제재로 많이 등장한다. 시조에 등장하는 갈꽃은 주로 갈매기와 짝이 되어 나타나는데, 이 둘이 어울림으로써 훨씬 더 한가롭고 평화스러운 자연풍경이 연출된다. 갈대의 뿌리는 한방에서 진토제 약재로 쓴다.

덧붙이는 글 | <대대포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서순천나들목으로 들어가 우회전하여 순천시내로 들어간다. 동천 천변도로를 타고 끝까지 간 뒤 좌회전하면 대대포 갈대밭로 이어지는 길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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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창간발의인, 문화부 기자, 여론매체부장, 논설위원 역임. 곡성 산절로야생다원 대표.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철학박사(서울대 교육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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