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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이익집단의 대행기관 선정 규탄 지자회견
지난 13일 이익집단의 대행기관 선정 규탄 지자회견 ⓒ 고기복
"한국에 온 지 석 달도 되지 않았어요. 지금 못 가요."

울먹이며 어떡하면 좋은지를 묻는 다뚤(Datul)은 이십대 중반의 인도네시아 청년이었다. 며칠 동안 정부의 중소기업중앙회 등 이익집단의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선정을 반대하는 농성에 참여하느라 쉼터를 비우는 시간이 많았었는데, 밤늦게 사무실에서 만난 다뚤은 노동부가 사장말만 믿는다며 자신이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했다.

일한 양보다 적은 급여... 사장 말은 알아들을 수 없고

다뚤은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자신이 일한 시간과 급여가 맞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일 근무 같은 경우에도 특근처리를 해 주지 않고, 야근시간도 자신의 계산과 맞지 않아 사무실에 가서 왜 다른지를 물었더니 뭐라 뭐라 화를 내면서 답을 해 주는데 알아듣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다뚤은 급여뿐만 아니라 근무지가 근로계약서상 다른 데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터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할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갔고, 노동부에선 통역을 붙여 회사 측의 의견을 전달해 줬다고 했다.

그 통역담당자는 "급여를 정산 받고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것인지, (급여를 정산 받지 않고) 그대로 일할지를 결정하라"며 사장의 말을 그대로 전해 줬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다뚤은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지만, 급여 역시 제대로 받기를 원했던 터라 급여를 정산 받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노동부에서는 사장에게 틀리게 계산된 급여를 정산하라고 전달했다고 한다.

이 일로 사장은 다뚤에게 화가 났고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돌아가게 해 주겠다"며 일을 시키지 않아 다뚤이 우리 쉼터로 왔던 것이었다.

다뚤 문제로 그 다음날 업체 사장과 전화통화를 할 기회가 생겼다. 급여정산 문제는 원칙대로 한 것이니 회사에서 계속 고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지만, 업체 사장은 다뚤에 대해 단호했다. "내가 외국인을 안쓰면 안썼지. 휘둘리고 싶지 않아. 가라고 그래. 월요일에 노동부 가서 처리 다 할 거니까, 그리 알아요"라고 말하고는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실과 '중기중앙회 등 이익집단 고용허가제 개입반대 공동투쟁본부'가 공동주최한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선정관련 토론회'(12일)에서 노동부 관계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했던 신호철 노동부 외국인력고용팀 사무관은 "연수추천 단체 등의 대행기관 선정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답변했다. 노동부가 고용허가제 주무부서이기 때문에 관리 감독에 문제가 있을 수 없다는 태도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 토론회를 마친 다음날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와 그곳에서 소개해 준 통역을 통해 한 사람의 이주노동자가 어떤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를 상담하면서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다뚤의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체적인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일 수밖에 없기에 더 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12일에열린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관련 토론회
지난 12일에열린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관련 토론회 ⓒ 고기복
고용주 입장 전달하는 게 이주노동자 통역이 할 일?

다뚤의 통역담당자는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랑하는, 꽤 규모가 큰 이주노동자 통역 서비스단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역 과정에서는 고용주의 부당해고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의 근무처와 관련한 법 규정을 위반한 사실 등에 대한 통보가 전혀 없이 고용주의 입장만 전달하며 이주노동자를 몰아붙였다.

통역이란 것이 서로 언어가 다른 사람 사이에서 상대방의 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역할에 충실했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상담 고충을 위한 통역 서비스의 취지가 단순히 언어 전달에 그치지 않고, 문제의 핵심을 짚고 양측의 입장을 조정해 주는 역할까지 있다고 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한마디로 직무유기인 셈이다.

아울러 노동부 고용지원센터가 통역을 의뢰했다면, 노동부에서는 고용주의 잘잘못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했는데, 고용주의 편에서 고용주의 의견만 전달해 달라고 했다면, 통역 서비스는 차라리 하지 않음만 못한 서비스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일선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서 통역 지원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 직원들마저 관련규정과 법규에 어두울 뿐만 아니라, 목소리 큰 지역사회의 고용주의 입장만 전달하는 형국이고 보면, 전화상으로 단순 통역하는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다뚤의 문제를 보면서 확신하게 되는 것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대행기관으로 중기중앙회 같은 고용주를 대변하는 이익단체들이 들어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불을 보듯 훤하다는 점이다.

정부나 공공기관도 사업주의 눈치를 보면서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데 사업주의 편의를 위한 단체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행기관이 되겠다는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다. 상식적인 선에서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들로 인해 다뚤과 같은 피해자는 늘어만 갈 것이다.

지금 정부와 공공기관이 못한 일을 이익단체가 하기를 기대하는 난센스가 판을 치며, 정부는 고래고래 고함치고 있다. '이주노동자 권익보호 게 섰거라.'

덧붙이는 글 | 정부는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선정과 관련하여 국무조정실 노동부 외국인력고용위원회(위원장 노동부차관)의 사전심사에 이어 국무총리실 외국인력정책위원회(위원장 국무조정실장)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각 위원회는 국감에서 대행기관 선정에 대한 추궁을 피하기 위해 국정감사 뒤로 연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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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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