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실시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안이 14일(현지시각) 통과됐다.
이번 결의안 통과에 대해 보통은 북한에 대한 제재수위, 앞으로의 영향 등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사안이 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았는지 여부다.
물론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외에는 어느 국가도 핵 보유국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북한도 비공인 핵보유국의 지위를 묵인받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 뒤 핵 보유보다는 제3국이나 테러단체로의 이전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에서 이런 가능성이 대두된다.
이번 유엔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배제했다. 경제적 제재가 가해지지만 가장 핵심적인 해상봉쇄는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각국이 결정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경제적으로 고통을 겪겠지만 이미 수십년간 고립된 사회였던 북한이 북·중 교역로가 열려있는 한 이를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이미 한 차례 핵실험의 연장에 불과하다. 이를 이유로 유엔 안보리가 추가 제재를 하기 힘들 것이다. 북한이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면서 가만히 있다면 더욱 더 추가 제재의 명분이 없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은 "이번 안보리 결의가 북한의 핵보유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없다, 북핵 문제에 대한 긴 과정의 일부분"이라며 "유엔안보리 결의가 점차 더 높아질 것이고, 북한에 단 한 번에 타격이 된다기보다는 점차 대북 압박이 고조될 것이며 미국은 어떻게든 핵포기를 하게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 뒤 국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지난 1991년 철수했던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다시 들여오거나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1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지난 12일 '미국 외교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에 있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아주 적다"고 말했다. 한국 핵무장은 우선 미국부터 반대할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이번 유엔결의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기여한다고 인정된 개인과 단체의 해외 자금과 자산·자원을 동결하고 WMD프로그램과 관련된 물자와 자원·자금 등을 북한으로 이전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애초안보다 크게 후퇴한 것이다. 애초 안은 북한의 위폐제작과 돈세탁·마약 등 불법활동도 WMD 프로그램과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려 했다. 또 북한의 WMD 프로그램과 불법행위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 금융 시스템의 악용(abuses)을 규제한다는 항목도 있었다. 모두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삭제됐다.
최종 유엔 결의안에 따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기여한다는 증거가 없는 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중단은 현 정부 대북정책의 완벽한 실패를 상징하고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이에 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으로 북한이 현재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2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 사업의 중단은 남한 정부에게는 치명적인데 비해 북한에게는 별 타격이 없다.
물론 미국은 계속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민간 사업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식으로 논리로 우리 정부가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뒤 쌀과 비료의 추가지원을 중단했다. 이번 핵실험 뒤에는 수해 지원 및 복구 물자 선적을 중단했다. 사실 이 카드 외에 정부 차원에서 더 쓸 수 있는 대북 경제제재도 없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13일 "정부는 7월 쌀·비료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대북 레버리지(지렛대)의 상당 부분, 금액으로는 80~90%를 썼다"며 "앞으로 유엔 결의 외에 국내적으로 추가로 대북 제재를 할 것은 없다. 우리가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쌀·비료 지원 중단처럼) 이미 돼 있다"고 말했다.
대신 민간단체들의 대북 지원은 순수 민간차원이라는 논리로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유엔 결의안에는 안보리 이사국으로 구성된 제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는 각 회원국들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구실을 한다. 각국은 결의안 채택 30일 이내에 조치 내용을 제재위원회에 통보해야 하며 제재위원회는 90일마다 이행조치 사항을 안보리에 보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자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또 핵실험 여파 때문에 개성공단 본 단지 분양이 연기됐다. 긴장이 지속되면 남북한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개성공단에 대한 기업들의 입주 기피, 금강산 관광객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공해상에서 미국이 북한 선박을 검색한다면
가장 예민한 것이 해상에서의 선박 검색이다. 미국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를 이번 유엔 결의안에 완벽하게 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표현을 상당히 완화했다.
즉 "모든 회원국들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특히 핵 및 화생방무기의 밀거래와 이의 전달수단 및 물질을 막기 위해 안보리 결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북한으로부터의 화물 검색 등 필요한 협력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call on)" 수준이다.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회원국들이 행동을 취하도록 요구한다' 수준으로 의무사항은 아니다.
북한 핵실험 직후 한국 정부는 PSI에 대한 참여 범위를 확대하려고 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옵저버 수준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과 이에 대한 물자 지원까지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여당 안에서 "남북한 무력충돌이 우려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후 "유엔 결의안을 보고 판단한다"고 후퇴했다.
현재의 유엔 결의안 수준이라면 한국 정부가 우리 영해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에 직접 나서는 것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북한 선박 자체가 제주해협 통과를 기피할 것이다.
문제는 미·일·영국 해군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나포해 검색하는 경우다.
지난 2002년 12월 스커드 미사일 부품을 싣고가던 북한 화물선 소산호가 미국의 연락을 받은 스페인 해군에 의해 예멘 앞바다 공해상에서 검색을 당했다. 당시 국제법상 근거도 없고 예멘 정부가 항의해 풀어줬지만 이번 유엔 결의안에 따른다면 상황은 다를 것이다. 즉 기술적으로 볼 때 미 해군이 공해상에서 얼마든지 핵 및 화생방무기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검색할 수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미국이 무력사용을 규정한 유엔헌장 7장 42조를 밀어붙인 것은 결국 국제적인 대북제재를 하겠다는 41조를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미국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며 "미 해군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검색하면 북한은 전쟁행위로 간주할 것이서 상황이 아주 극적으로 나빠지지 않는 한 이를 상정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