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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후불제, 성사율 100%를 자랑하는 베트남결혼정보업체의 현수막
경비 후불제, 성사율 100%를 자랑하는 베트남결혼정보업체의 현수막 ⓒ 고기복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고용허가제 편입반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농성장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베트남 신부를 좀 맡기고 싶은데요."

신부를 맡긴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지만 걸려온 전화를 길게 받을 형편이 되지 않아 "다음에 연락하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자 상대방은 메일로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전화와 메일 등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라고 하고 한참 잊고 있었다.

그런데 메일이 정말 도착했다.

메일 내용은 출산한 지 50여 일이 지난 베트남 출신 산모가 정신분열증 자기 망상이 있어 주위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 모르게 이혼을 추진하여 귀국 조치시키려고 하는데 출국 전까지 쉼터에 신부를 맡기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신부는 결혼 전에도 정신이상 병력이 있다는 사실을 친정어머니가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0일 전에 아이를 낳은 산모를 출국시킬 생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메일을 준 사람에게 전화를 하여 어찌된 영문인 지 물어 보았다.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시 연락 드릴게요."

전화와 메일을 줬던 사람은 신부의 아주버니로 지난번과 많이 달라진 태도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금까지의 베트남 신부와 관련한 상담을 토대로 본다면 돈벌이를 위해 결혼정보업체들이 '무조건 결혼시켜 출국시키고 보자'는 형태가 빚어낸 사건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 사람들에게 있어 결혼이라는 것은 신랑·신부의 신뢰와 사랑으로 이뤄지는 신성한 계약이기 이전에 후불제도 가능한 사업이고, 조건이야 어떻든 100% 무조건 성사시켜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이다.

어찌됐든 전화와 메일을 통해 미심쩍은 부분이 드는 것은 이혼 추진 사실도 알리지 않고 귀국 조치를 취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의 산모를 배려하는 차원이라면 좋겠지만 아이까지 낳은 신부에게 혹 못할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어가 가능한 우리쉼터 상담실장은 그 부분에 대해 연락을 취하면서 "정신이상이라면 전문의 진단도 받아보시고,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지요. 추후에 언어 상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주시고요"라고 권했다고 했다.

사람의 인연을 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자식과 부모의 인연, 부부의 인연을 끊으려 한다는 것은 모진 생각을 하지 않고서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떠나 보내는 사람이나 떠밀리는 사람이나 마음이 편치 않을 터.

제발 두 달도 되지 않은 아이를 두고 등 떠밀리는 신부나, 등 떠미는 신랑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신부를 맡기겠다고 했던 사람이 추이를 지켜본다고 했으니, 바라건대 부디 신부가 심신의 안정을 되찾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도 착잡한 마음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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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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