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기이한 현상인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조배숙 열린우리당 의원) 소속 김학원 한나라당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 문광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한국게임산업개발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영등위를 질타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지난해 사학법 개정안 통과부터 최근 북한 핵개발 문제까지 항상 다른 목소리를 내온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의견을 내는 것이 이상해 보인 것. 지난주 임채정 국회의장의 '꾸지람'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던 한나라당과 이를 비난하던 열린우리당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질문이 마음에 들었는지 몇몇 의원들의 질의가 끝날 뒤 "잘했어"라는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김 의원의 말처럼 이날 국감에서 문광위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바다이야기'의 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영등위의 허술한 심의 과정, 감독 관리 소홀 등 여러 문제점을 성토했다.
특히 문광위원들은 이영순 영등위원장에게 "'바다이야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여러 차례 압박을 가했지만 이 위원장은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에 협조하는 게 제 몫이지, 사퇴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질타는 한 목소리였지만, 초첨은 달라
여야 의원들은 '기이한 현상'으로 비추어질 정도로 영등위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폈지만 비난의 초점은 사뭇 달랐다. '바다이야기'를 단순한 '게임'으로 보고 있는지 '게이트'로 보고 있는지가 '기이한 현상'을 깨뜨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바다이야기 사태'를 게이트로 규정하며 권력 실세 개입설을 계속 제기했다. 최구식 의원은 "영등위의 경우 '심의 불가'에서 '허가'로 결정을 번복한 사례가 지난 5년 동안 5배나 늘었다"며 "외압과 로비에 의해 허가 대상을 미리 정해 놓고 허가 과정을 짜맞췄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도 ""바다이야기의 불법성과 문제점에 대해 정부와 영등위는 지난 1월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단속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결국 정부와 영등위가 온 나라의 도박화를 방조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정책 실패를 정쟁화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상호 의원은 "'GAME'(게임)에서의 'M'이 'GATE'(게이트)의 'T'로 바뀌었다"며 권력 개입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도 "<조선일보>가 경품용 상품권 업체 코윈솔루션의 지분을 모친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권 전 청와대 행정관이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20촌 관계라며 청와대 파견과정의 의혹을 보도한 것이 웃음거리가 됐다"며 '바다이야기' 사태에 대한 권력 개입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