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니버셜발레단이 시댄스와 공동주최하는 '컨템퍼러리의 밤'에 선보일 이스라엘 안무가 오하린 나하드의 < minus-7 > 중 한 장면
유니버셜발레단이 시댄스와 공동주최하는 '컨템퍼러리의 밤'에 선보일 이스라엘 안무가 오하린 나하드의 < minus-7 > 중 한 장면 ⓒ 유니버셜발레단
가을을 춤바람나게 하는 서울국제무용축제 시댄스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아주 먼 북유럽의 테로 사리넨으로 시작해서 영국의 쇼바나 제이싱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쭈이무용단까지 유럽과 아프리카의 대표적 무용에 한국 무용팬들은 아주 만족스러운 가을을 보내고 있다.

역시 이번 주에도 흥미로운 두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 3대 발레단 중 두 단체가 연이어 시댄스 무대를 장식한다. 게다가 의도된 것도 아닌데 그들의 작품 속에 대중적 인기가 높은 탱고와 차차차 리듬을 채용하고 있어 흥미를 자극한다. 유니버셜발레단과 서울발레씨어터의 격돌과 더불어 탱고냐 차차차냐가 따로 리듬끼리 한판 벌이는 격이 되었다.

사실 그간 컨템퍼러리 발레 혹은 모던발레는 직업발레단 차원에서는 서울발레씨어터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 유니버셜발레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인지, 이번 가을은 클래식발레 대신 모던한 작품을 내놓았다.

포문을 먼저 여는 쪽은 서울발레씨어터. 18일 수요일 요일 저녁 8시 호암아트홀에서 기존 레파토리인 <블루>와 루이스 카버러스 안무의 <오션>과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음악에 제임스 전의 독창적인 동작을 붙인 신작이다.

서울발레씨어터의 경우 '이상한 발레', '발레 같지 않은 발레' 혹은 '아무나 할 것만 같은 발레'로 국내 무용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이번에도 두 개의 신작, 특히 가을의 정서를 우수에서 정열로 전환시켜 줄 탱고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서울발레씨어터가 선보일 <탱고를 위한 춤>과 가장 유사한 이미지일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의 불빛> 피날레
서울발레씨어터가 선보일 <탱고를 위한 춤>과 가장 유사한 이미지일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의 불빛> 피날레 ⓒ 김기
그에 반해 유니버셜발레단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연상은 아마도 <지젤> 혹은 <백조의 호수>일 정도로 지난 20년간 클래식 발레를 고집해왔다. 그러나 서울국제무용축제(시댄스)와 공동주최로 21일과 22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올리는 작품들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스페인 안무 천재라 불리는 나초 두아토, 이스라엘 무용국보 오하드 나하린 그리고 한국의 앙팡테리블 김판선, 3인의 쟁쟁한 안무가들이 선보일 컨템퍼러리 발레다.

서울발레씨어터가 모던발레를 하는 것은 평상시의 모습이다. 그러나 유니버셜발레단의 컨템퍼러리 발레는 생소할 뿐 아니라 이상하게 여겨질 일이다. 그래서 그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길이 생겼다.

유니버셜발레단이 올리는 세 개의 작품 중 오하드 나하린의 < MINUS-7 >의 시연회와 안무가 인터뷰 기회가 마련되었다. 공연 때 다 보여줄 거라면서 안무가는 결정적인 장면은 보여주지 않겠다는 데도 시연회에는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가 담겨 있었다.

오하드 나하린의 < minus-7 > 시연회 장면. 검은 정장을 한 25명의 무용수들이 한 동작이 끝나면 신발, 상의, 셔츠, 바지를 벗어 던진다. 그 이상은? 물론 거기까지다.
오하드 나하린의 < minus-7 > 시연회 장면. 검은 정장을 한 25명의 무용수들이 한 동작이 끝나면 신발, 상의, 셔츠, 바지를 벗어 던진다. 그 이상은? 물론 거기까지다. ⓒ 유니버셜발레단
오하드 나하린의 < MINUS-7 >은 몇 개의 작품들을 압축하거나 추출해서 그것들을 다시 새로운 하나로 만든 옴니버스 구성을 띄고 있다. <아나파자> <마불> <자차차> <피날레> 등 네 작품인데 공개된 것은 앞의 세 요소이고 유니버셜발레단을 위한 특별한 피날레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 <자차차> 부분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25명의 무용수들이 객석의 관객들을 무대 위로 데려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이다. 아주 놀라웠다. 세계의 문화 시선이 동양으로 온다지만, 우리 전통의 '난장'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상상해보라 긴 다리의 발레리나가 자신의 어깨 위에 다리를 사뿐히 얹어놓는다. 그것이 다가 아니다. 관객을 앞에 세워놓고 발레리나답지 않은 춤을 춘다. 모두 다 밝히면 유니버셜발레단에서 싫어할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어진다. 왜, 비밀스러운 것일수록 더 입이 가렵지 않은가.

우리가 흔히 무도회장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춤을 춘다. 평소 그러지 않던 사람이 망가지면 왠지 모르게 우리는 즐거워진다. 우리들의 즐거움을 위해 유니버셜발레단이 기꺼이 망가지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클래식 발레를 통해 잘 훈련되고, 워낙 뛰어난 재원들로 구성된 유니버셜발레단인지라 공개 리허설을 지켜보는 동안 본래부터 이들이 모던발레를 계속 해왔던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켰다. 오하드 나하린의 작품은 보았으니 이 정도의 정보를 줄 수 있지만, 나머지 안무가의 작품은 직접 무대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어 아쉽다.

유니버셜발레단.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
유니버셜발레단.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 ⓒ 유니버셜발레단
올 가을은 이래저래 컨템퍼러리 발레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시댄스 일정 중에 서울발레씨어터와 유니버셜발레단이 만나고, 그 바깥에서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국립발레단의 <카르멘>이 10월에 만날 발레 작품들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2004년에도 있었다.

키로프 발레단 <백조의 호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오네긴>, 유니버셜발레단 <심청 클래식>과 드라마틱 발레라는 비슷한 장르간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국내 무대에 오르는 발레 작품은 모두 컨템퍼러리로 통일되었다. 미리 그러기로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차피 클래식발레가 주도하는 경향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클래식발레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편이다. 어쨌거나 컨템퍼러리는 세계적 경향이고, 장르의 진화로 인정되는 것이기에 정색하고 외면할 일은 결코 아니다.

더욱이 클래식발레에 비해 모던발레는 제작비가 훨씬 적게 든다. OECD국가 중에서 아마도 꼴찌가 분명할 순수예술에 대한 사회적 투자여건을 감안한다면 한국 발레가 모던발레에 좀 더 개방적 자세를 가져야 할 이유도 부여된다. 꼭 그런 거시적 이유를 찾기 이전에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서려는 유니버셜발레단의 변화조짐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이스라엘 안무가에게서 발견한 한국의 '난장'
유니버셜 컨템퍼러리 발레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 인터뷰

▲ 공개 시연회를 마치고 인터뷰 중인 오하드 나하린. 유니버셜발레단 회의실
ⓒ김기

- 일반 관객들을 데리고 와서 같이 춤추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평소에도 그런 방식을 즐기는가?
"나에게는 누구나 춤을 출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게 중요한 일이다. 이스라엘에는 동작언어가 발달되어 있다. 그게 이스라엘에서는 굉장히 일반적이고 마찬가지로 우리 단체에서도 이를 훈련하는데 '가가'라고 한다. 그 전에는 주로 발레를 훈련했었는데 지금은 '가가'를 하고 있다. 일반인 100명 정도에게 '가가'를 훈련시키기도 한다."

- '가가'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가가'는 노력, 즐거움, 일상의 움직임의 습관을 연결하는 움직임의 언어다. 나쁜 습관은 버리고 새로운 좋은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폭발적인 힘을 가르쳐 준다. 우리에게 약한 부분을 알려주고 긴장을 풀게 하고 우리에게 우주와 연결되게 해주는데, 가가는 우리의 몸의 긍정적 역학작용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 어디서 마지막으로 공연했나? <자차차>에서 관객과 춤추는 부분에 대한 객석 반응은 어땠는가?
"서울 오기 전에 바체바 댄스 컴퍼니가 전막 공연을 캔자스에서 했고. 지난 토요일 일본 고베에서 하라다 다카마츠 발레단이 공연했다. 긴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고 대체적으로 편안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 일반인이 무대에 올라가서 춤을 추게 되면 긴장하게 될 텐데, 그것이 의도된 것인가? 참고로 한국 전통문화에서는 '난장'이라고 해서 연행자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긴장한다기 보다 신이 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같은 경우가 좋았던 예인데 스튜디오라는 환경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즉흥적으로 무대에 나와 춤을 출 수 있는 안정된 장소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매우 성공적인 경우였다. 공연장이 스튜디오보다는 즉흥적인 안무를 이끌어내는데 더 안정된 장소라고 생각한다. 설혹 당황했다 할지라도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춤을 추는 경험이 더 나았을 것이다."

- 서울 공연 위해서 특별하게 안무되는 피날레가 있는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새로운 것을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순서를 재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마불(Mabul)의 듀엣이 중간에 공연되는데 과거에 한 번도 이번처럼 구성해본 적이 없다. 즉,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구성했느냐는 재구성이 다른 공연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한테 흥미로운 것은 일단 과거에 했던 것들을 선택해서 그것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차를 앞으로 마셨다가 돌려서 마셔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각도로 보면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 이 부분들을 재구성하면서 작품을 만들다 보면 어떤 때는 그 섹션이 처음보다 더 나아지는 경우가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