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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일요일 날씨 맑음.

오토바이가 파우스트 박사를 유혹하는 메피스토펠레스마냥 속삭인다. 예쁜 아가씨가 아니라 풍경구 표 안 사고 무료로 보는 방법이 있다고. 파우스트박사에게는 천하제일 미인이겠지만 배나온 기마민족에게는 '무.료.입.장'

"꼬옹짜?"

▲ 오토바이 메피스토와 무이산 차밭 ^^; 이 산길로 쭈욱 30분갔다는..
ⓒ 최광식

▲ 대홍포.. 바로 이 차나무에서 딴 차가.. 아 물론 '대홍포'라는 차 상표도 있습니다.
ⓒ 최광식
저녁 때까지 아무 문제 없을 때 100위안 주기로 하고 결정. 멀쩡한 입구 놔두고 산길을 빙빙 돌고 돌아 역시 산길을 제법 걸은 후에 역시 긴 무이차밭을 뚫고 대홍포(大紅袍)가는 갈림길에 도착.

길 가던 선비가 마침 병에 들어 쓰러졌는데 스님이 차를 타서 먹였더니 병이 나아서 무사히 과거를 보고 급제해서 다시 온 후 걸치고 있던 붉은 옷을 차나무에 펼쳐 올려놨다고 해서 대홍포다. 스님에게도 사례를 했겠지만 스님이 사양을 하셨는지 전설 속에서는 스님 보상이라던가 절집 보수공사 얘기는 안나온다. 차나무 얘기만 나오고…. 과거를 보는 선비가 굳이 이 산골짜기는 왜 지나갔는지에 대한 얘기도…. 하여간 대홍포는 매년 경매를 통해 몇 그램, 몇 십 그램에 몇 천만원씩 팔린다고 해외토픽란을 장식하고는 한다.

대홍포에 가니 당연히 차나무 한 그루만 달랑 있다. 그럼 뭐가 있겠나. 괜한 기대만 잔뜩하고 간 여행자가 문제지!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싼 차나무 본 걸로 만족하자! 저 차나무 가지하나 꺾어 돌아가면, 문익점 선배님의 전통을 받아, 몇 백년 후에 나도 교과서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굴의 애국심과 동시에 걸리면 나도 나라 망신시킨 비애국자로 해외토픽에 나올거다는 현실에서 잠시 갈등. 낙엽이라도 챙길까 하고 괜히 땅바닥만 쓸어봤다.

다시 수렴동, 대홍포로 갈라지는 갈림길로 돌아가는데 공짜라고 이리 힘들게 시간낭비해가며 혹시 걸리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으로 여행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토바이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금(?) 20위안을 집어주고 나는 표사고 볼꺼다 라고 하고 몇 발짝 걷는데 누구 뒤에서 소리친다.

"표는 여기서 사세요!"

잉? 풍경구 관리직원이다. 원래 샛길인지 뒷구멍인지 하는 갈림길에서 표검사를 하는데 우리 두 중년이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못 본거다. 몇 초 차이로 '무단출입 공짜 밝힘 불량중년 한국 배낭객'에서 '정정당당 표 구입 대한남아 여행객'으로 신분이 바꿨다. 나라망신 호되게 한번 할 뻔 했는데…. 모든 문제는 윗옷을 머리위에 뒤집어쓰고 멀리 달아난 오토바이에게 넘겼다. 선생님에게 고자질하는 초등학생마냥….

이일이용권(120위안)구입.

약간 헤매다. 응비암을 거쳐 수련동으로.. 수련동은 사진 속에서는 기막히게 멋있더니 수량이 적어서 수도꼭지 틀어놓은 듯 빈약한 물줄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몇 방울 떨어진다.

▲ 응비암
ⓒ 최광식

▲ 무이산 수련동
ⓒ 최광식
수련동 나와 무이궁(武夷宮)으로 가려고 수련동 풍경구 입구에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다니는 버스가 없고, 택시를 타고 가란다. 택시비 얼마나 나오냐고 물어보니 가서 물어보란다. (후기: 버스가 다닌다.)

오토바이들이 있길래 얼마냐고 물어보니 작당이라도 했는지 전부 '20위안'부른다. 지도에서는 6~8Km 정도인데 오토바이가 무슨 20위안…. 그 돈이면 택시를 타겠다. 1킬로쯤 걷다가 택시를 세워서 긴 흥정 끝에 10위안으로…. 택시기사가 싸게 잘 탄거라고 괜한 보비위다. '흥! 이런 시골동네는 보통 기본 3Km에 5위안, 1Km당 1.2위안~1.6위안인데…. 싼건 아니네요'라는 속마음은 접고 고맙다고 돈 안 드는 인사만 잔뜩 해줬다. 이 동네도 인심 야박타!

무이궁이라는 건물을 찾고 있는데 가게아저씨가 무이궁은 지명이라고 알려준다. 흠! 시시한 볼거리 몇 개 보고, 무이산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구곡계(九曲溪) 대나무 뗏목표류를 하기로 결정. 큰 길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오토바이를 잡아서 역시 제법 긴 흥정 끝에 5위안에….

3번 부두로. 점심시간이라 뗏목이 안다닌다. 갈증 때문에 물 한 병 마시려고 사공들 점심 먹는 식당에 가서 물 달라니 '5위안'부른다. 안.마.셔! 중국상인들이 수익률 100배라는 향정신성 약품이후로 최고의 고수익상품을 개발했는데 그게 바로 관광지 생.수.다. 거참! 동네인심 흉흉하다.

▲ 대나무 뗏목 출발시간입니다. 1번부두 3번부두.. 가급적이면 1번부두로 가시길..
ⓒ 최광식

▲ 6명씩(갈수기때는 5명) 타니까 가급적 표끊을때 미리 맞추시길 바랍니다. 줄서서는 짝만들기 힘듭니다.
ⓒ 최광식
타는 목마름으로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웬 사내가 오더니 혼자 왔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뗏목은 원래 6명씩 타게 돼있는데 우리 일행이 5명이니 같이 타자고 한다. 가서 인원 맞추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다. 감히 청하진 못해도 바라고 있던 바다. 사내의 재촉으로 황산에서 놀러왔다는 중국인 가족과 그 가족이 대절한 듯한 미니버스를 타고 1번 부두로 이동. 인산인해다. 표는 그 인파를 뚫고 사내가 사온 탓에 아주 편하게 탑승.

9곡~1곡. 9.5Km 한 시간 반 정도.

원래는 올해 2월에 무이산을 보려고 했는데 남경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한국 처녀 여행객이 마침 무이산에 갔다 왔는데 갈수기라 물이 적어 별로였다고 해서 지금 온거다.

▲ 대나무 뗏목
ⓒ 최광식

▲ 혼자만의 무릉도원을 표류중이신.. 약주는 적당히 드세요 ^^
ⓒ 최광식
조선시대 이 구곡(九曲)에 대한 헌시를, 실은 성리학 주자학에 대한 헌시지만, 지은 유학자들이 내 목을 조를지를 모르겠지만 감동적이지도, 감탄할 정도도 아닌 듯하다.

武夷山上有仙靈 무이산상유선영
山下寒流曲曲淸 산하한휴곡곡청
欲識箇中奇絶處 욕식개중기절처
櫂歌閑聽兩三聲 도가한청양삼성

무이산에 선계가 있고
구비구비 맑은 내가 흐르니
좋은 풍경을 찾아보려면
뱃노래 몇자락 들어보소!

(자티주: 해석 자신없음)


주희(朱熹)선생의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과는 다르게 뱃사공의 뱃노래대신 풍경에 대한 입담을 들었다면 무이산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겠지만 짧은 내 중국어로는 소귀에 경읽기니….

이율곡 선생 매냥 '무이를 상상하고 주자를 배우리'(고산구곡가 첫 수)하는 사람이라면 감동이상이겠지만…. 그저 이퇴계 선생 모냥 '천석고황(泉石膏肓)을 곳쳐 무슴하리'(도산십이곡 첫수)하는 심정만 따라갈 뿐이다. 산수 좋아하는 병을 고쳐 뭐하노 하는 귀절을 여행 좋아하는 병을 고쳐 뭐하노로 이해하고 그저 바라 볼 뿐이다.

▲ 소구곡
ⓒ 최광식

▲ 1 곡
ⓒ 최광식
<7월 23일 사용경비 내역>

* 계산 편의를 위해 사사오입

ㅇ 이동비 : 없음

ㅇ 교통비 : 38 위안
- 역 > 무이산풍경구, 오토바이 대절 계약포기금(20위안)
- 수련동입구 > 무이궁 (택시, 10위안), 무이궁 > 3부두(오토바이, 5위안), 무이궁 > 기차역앞 삼거리(버스, 2위안), 삼거리 > 기차역(오토바이 삼륜, 1위안)

ㅇ 숙박비 : 40위안 (TV, 선풍기있음, 독방)

ㅇ 식 비 : 27 위안
-아침 : 건너뜀
-점심 : 비상식량 쵸코파이 두세개로 때움
-저녁 : 역앞 식당 20.5위안(맥주 한병 포함), 맛있어 보였던 용사면(龍絲面, 6위안)을 아주 맛없게 먹었음

ㅇ 관람비 : 220 위안
- 무이산 풍경구 이틀유람권 : 120위안
- 무이산 대나무 뗏목 표류 : 100위안

ㅇ 잡 비 : 6 위안
물한병(1위안), 물한병(3위안), 물한병(1.5위안)

ㅇ 총 계 : 331 위안

덧붙이는 글 | ㅇ이 기사는 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여행나라(http://ichina21.hani.co.kr/)와 제 여행카페 중국여행길라잡이(http://cafe.naver.com/chinaaz.cafe)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ㅇ 중국어 발음과 해석은 네이버사전(http://cndic.naver.com/), 인물은 네이버백과사전를 참조했습니다. 

ㅇ 중국 1위안(元)은 2006년 8월기준으로 약 120~130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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