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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집단 사표와 성희롱 의혹제기로 촉발된 천안문화원(원장 권연옥) 사태가 압수수색 등 또 다른 검찰조사까지 더해지며 점차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문화원 사태를 더 이상 당사자간 문제로 좌시할 수 없다는 지역사회 움직임도 조심스레 구체화되고 있다.

자체 감사 결과 주중 발표, 성희롱 검찰 조사결과 이달 안 종결될 듯

당초 천안문화원 사태는 지난 9월 초 하루 이틀 새 문화원 사무국 직원 5명이 줄사표를 제출하며 표면화됐다. 특히 사표를 제출한 여성 직원 2명이 외부 인사 1명과 함께 9월4일 권연옥 문화원장을 성희롱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대전지검천안지청)에 고소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문화원 사태는 급속히 확산됐다.

직원들 사표 제출 배경과 성희롱 고소건의 배경으로는 취임 후 보여준 권 원장의 잘못된 리더십이라는 지적부터 직원들이 오히려 자신들 비리를 감추고 문화원 개혁에 반발하고자 취한 행동이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견해들이 나타났다.

▲ 개원 52년을 맞은 천안문화원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 윤평호
또한 이번 문화원 사태의 또 다른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는 이정우 천안문화원 사무국장의 배후나 영향, 비리설까지 겹쳐지며 문화원 사태는 좀처럼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원장의 성희롱 의혹과 관련한 검찰조사 결과가 늦어도 이달 안에 종결될 것으로 보여 검찰조사결과에 따라 문화원 사태는 진실게임 양상을 벗어나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조사 결과 원장의 성희롱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 권 원장은 자신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지도층 인사로 성희롱 의혹에서 일부가 사실로 인정된다면 문화원 사태를 둘러싸고 더욱 거세지는 책임론을 비껴가기 어렵다.

권연옥 원장이 언급한 이정우 사무국장을 비롯해 사표를 제출한 5명 직원들의 잘못된 업무처리 혹은 비리의혹도 조만간 판단의 단초가 나온다.

박홍훈, 조한숙 천안문화원 감사 2명은 지난 9월25일부터 천안문화원 자체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 첫 주에는 재무상태와 회계처리, 10월 첫 주와 둘째 주에는 인사관리 등을 상세히 감사했다. 셋째 주에는 감사를 완료하고 감사보고서 작성에 착수했다.

감사결과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다문 박홍훈 감사는 "감사보고서 채택을 위한 이사회가 25일 전후해 소집될 예정"이라며 "이사회와 함께 감사보고서는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결과가 어떤 내용으로 작성됐는가에 따라 문화원 사태는 급변할 수도 있다.

폭발력을 지닌 변수는 또 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지난 17일 천안문화원 사무실과 이정우 사무국장 가택, 원장을 성희롱 의혹으로 검찰에 고소한 여 직원 가운데 회계업무를 맡았던 직원 1명의 가택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문화원 컴퓨터 3대와 회계서류, 통장 등을 확보해갔다.

검찰측은 내사 과정에서 문화원에서 사용한 공금이 몇 개의 계좌로 나눠 직원 개인의 계좌 등으로 입출금된 사실이 드러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진동혁 검사는 18일 민병달 전 천안문화원장, 19일 회계담당 여직원, 20일 이정우 사무국장을 각각 출석시켜 조사했다.

검찰 조사 뒤 이정우 사무국장은 "당초 문화원장이 자신을 상대로 제기한 의혹 이상의 것은 (검찰이) 물어보지 않았다"며 "사실과 다른 만큼 충분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까지 단행한 검찰의 내사 결과 직원들 비리혐의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문화원 직원들은 처지가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

내홍겪는 천안문화원 이사회, 예술인들 문화원 정상화 목소리 표출

천안문화원 사태는 점차 정점으로 치닫고 있지만 문화원 사태 해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문화원 이사회는 무기력한 모습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11시 천안문화원 지하 전시실에서는 문화원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회는 시청 문화관광담당관 1명을 제외하고 취재진은 모두 출입을 통제한 채 열렸다. 20여명의 이사들이 참석한 이사회는 1시간 가량 비공개로 열렸지만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 지난 19일 문화원 이사회가 소집됐지만 성과를 갖지는 못했다.
ⓒ 윤평호
권연옥 원장이 의장을 맡아 주재한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들간 격론이 오간 이유는 이사들 자격시비 때문. 10월 현재 법원에 문화원 이사로 등기된 이사는 원장을 비롯해 23명이다. 그러나 2006년 문화원 정기총회 회의자료에 수록된 문화원 이사는 32명으로 법원 등기 이사보다 9명이 더 많다.

권연옥 원장은 이사들의 자격시비가 계속되자 "법적인 문제는 내가 다 책임지겠다"며 회의를 강행하려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격론 끝에 이사들은 등기되지 않은 이사들의 자격에 대해 법원과 충남도에 질의한 뒤 다시 회의를 갖기로 결정했다.

자격시비가 빠른 시간에 불식되지 않으면 감사결과 채택을 위한 이사회가 열려도 이사들의 자격시비가 재현될 여지도 많다. 당초 이날 이사회에는 안건으로 인사위원회 선임과 사무국장 거취 문제 두가지가 제출됐다. 권 원장은 준비한 회의자료에서 개인 휴대전화 사용료 공금납부, 강사료 편법 지급 등 이정우 사무국장의 문제점을 8가지로 정리해 실었다.

19일 문화원 이사회 회의가 무산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같은 날 한국예총 천안지부 예술인 대표 일동은 '문화원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에서 예술인 대표들은 "문화원 관련자에 대한 추문이 난무하고 문화원의 명예와 위상은 급격히 추락, 이에 따른 파행 운영 또한 명약관화해진 실정"이라며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정상화 방안으로 예술인 대표들은 ▲파행 당사자의 자기 성찰과 책임 있는 조치 시행 ▲문화원 정상화와에 이사회가 단호히 앞장설 것 ▲사법기관 및 관계 기관의 조속한 진상규명과 책임처분 등 3가지를 밝혔다.

윤 회장은 "문화원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검찰 조사결과와 자체 감사결과가 나온 뒤에도 문화원 사태가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외부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문화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04호에도 게재.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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