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애비냐? 너 또 아프냐?"
"아니요, 괜찮아요."
"아버지 걱정할까봐 그러는 가본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아니라니까요. 정말 안 아파요."
아침에 아버지께 전화가 왔습니다. 26일 날 큰아버님 제사가 있는데, 원래 형님 대신 제가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제가 일이 있어 못 갈 것 같아 형님에게 대신 갔으면 했는데, 어젯밤에 형님이 시골에 전화하셨나 봅니다.
아버지는 형님 전화 받고 밤에 잠도 못 주무시고 걱정을 했다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희용이가 또 많이 아픈가 보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한번도 빠지지 않은 제사를 못 온다고 할 리는 없을 텐데' 하시며 제가 일이 있다는 것은 아버지 걱정할까봐 둘러대는 말이고, 아픈 것이라 당신 스스로 결론 내린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안 아프면 됐다. 항상 몸조심하거라" 하시면서 전화를 끊으셨지만 안 아프다고 하는 제 말을 믿는 눈치는 아니셨습니다. 저를 볼 때까지는 내내 걱정을 하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각나 마음이 편치를 않았습니다.
다시 전화를 해서, 좀 늦어도 제사에 제가 간다고 했습니다. 제 얼굴을 보아야 아버지 어머니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때서야 조금 안심하는 듯 했습니다. 정말 안 아프다면서, 걱정하지 말라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목 디스크로 3년 동안 고통을 받다
목 디스크로 고생한지 3년이 다 돼갑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병원을 다니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해 봤지만 잘 치료가 되지 않더군요. 한 번 아프면 밤에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통증,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아프면서도 차마 부모님에게는 아프다 말할 수 없었습니다. 걱정하실 것이 뻔한 데 말씀을 드릴 수 없었죠. 그러다 올해 1월에 부모님은 제가 아프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병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병원으로 가 보려고 형님한테 아프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병원 좀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 어머니께는 "말씀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형님이 부모님께 말을 한 것입니다.
형님은 동생이 아프니 농사일 거들게 있으면 동생에게 전화하지 말고 자기한테 하라며 제가 아픈 사실을 부모님께 말한 것입니다.
그 때 아버지 어머니에게 많이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제가 아픈 줄도 모르고 모 심고, 농약 주고, 고추 따고, 추수 등의 일을 시키셨던 것을 생각하셨던 게지요.
그 이후 시골 힘든 일은 대부분 형님이 하시고, 미안한 저는 제사 등 힘이 들지 않는 집안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업을 하시는 형님도 매 번 시간을 내어 시골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차마 수술은 못 받겠습니다
지금도 계속 약을 먹고 있습니다. 큰 병원에 가서 조제한 약인데, 통증이 있을 때 먹으면 다소 통증이 진정되는 탓에, 의사는 많이 아플 때만 먹으라고 하지만 수시로 약을 먹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운동을 해 준 탓인지 다행이 3개월 단위로 찾아오던 통증이 5개월이 됐는데도 크게 아프지를 않습니다.
여전히 왼쪽 팔과 어깨, 등에 찌릿한 통증이 계속 있지만 예전에 심할 때에 비하면 견딜만 합니다. 그래도 언젠 또 다시 아플지 모르고, 병 자체가 완치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어떤 날은 수술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지속되지 않는 한 수술보다는 물리치료나 운동 등으로 근육 등을 강화해 통증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만 역시 대부분 말끝에는 언젠가는 수술을 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다행히 현 상태가 유지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점점 증세가 심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증이 덜 할 때는 의사의 말처럼 굳이 수술을 하지 않고 운동과 물리치료로 병을 다스려 볼까 하는 생각이 큽니다. 하지만 심한 통증이 찾아오면 당장이라도 수술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견디기 너무 힘드니까.
하지만 아무리 아파도 늘 제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부모님이었습니다. 수술을 하지 않겠다 생각하는 것도 부모님 때문입니다.
아픈 자식 걱정에 항상 마음 한 구석이 아픈 부모님인데, 제가 수술을 하고 환자복 입고 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실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 생각을 하면 차마 수술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제 아버지 수술실 들어갈 때, 수술하는 동안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릴 때, 막 수술 마치고 나오는 아버지 보면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아버지 옆에 앉아 환자복 입으신 아버지를 뵐 때, 그리도 마음이 아팠던 접니다. 아직도 그 모습 생각하면 아픈 마음 거둘 길이 없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볼 때 그리하건만, 부모가 자식의 그런 모습을 볼 때 부모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아플 때는 정말이지 수술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살아실 제 효를 행하지는 못할 지언 정 부모님 마음에 뺄 수 없는 못을 박고 싶지는 않다 여겨 차마 수술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이번에 약이 떨어져서 큰 누나한테 다시 약 사서 보내 달라 했습니다. 조만간 다시 병원을 찾아 MRI를 찍어야 합니다. 수술을 하지 않을 거면 주기적으로 검사를 해서 증세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른 것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 번 통증이 찾아온 후 5개월 동안 큰 통증이 없었으니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한 것이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 다행이라 여기며, 저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와 예전보다 많이 놀아주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무엇보다도 이 자식 때문에 늘 마음 아프신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운동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