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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학생들의 익살맞은 표정 연기로  인기를 끌었던 전통 혼례식.
출연 학생들의 익살맞은 표정 연기로 인기를 끌었던 전통 혼례식. ⓒ 김연옥
사물놀이로 흥겹게 시작된 올 가을 학예제.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나는 신나는 학교 잔치였다. 민요합창반의 가요 메들리에 이어 이소원(마산제일여중 3) 학생의 가야금 병창, 홍수민(마산제일여중 2) 학생의 판소리 등 구수한 무대가 올려졌다.

7차 교육과정에 도입된 재량활동의 발표 무대로 우리의 전통 혼례식을 선보였는데, 출연 학생들의 익살맞은 표정 연기로 잔치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어 갔다.

학예 발표회의 꽃이라 하면 단연 학생과 선생님들이 함께 하는 재미있는 역할극이다. 선생님이 껄렁한 학생으로 분하고 학생이 근엄한 선생님으로 분하는 역할극은 늘 많은 웃음을 선사해 준다.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한 역할극. 선생님들의 망가진 모습이 아름다웠다.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한 역할극. 선생님들의 망가진 모습이 아름다웠다. ⓒ 김연옥
그날 여학생 가발을 쓴 남자 선생님이 짧은 치마를 입고 가방을 멘 채 무대 위로 등장하자 학생들은 배를 움켜쥐고 웃느라 야단이었다. 권위를 벗어 던지고 점점 망가져 가는 선생님들의 열연에 학생들의 얼굴 표정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 역할극의 대본 또한 지난해 졸업을 한 성예지(마산제일여고 2) 학생이 직접 쓴 것이라 의미가 있는 데다 학생의 시각에서 쓰인 글이다 보니, 더욱 생생해 공감이 갔다. 역할에 맞게 섬세하고 정성스러운 분장도 지난해에 이어 경남미용고등학교(경남 마산시 봉암동) 학생들이 도와줬다.

가을 학예제 때 빠질 수 없는 게 또 있다면 바로 어머니들의 멋진 중창이다. 화려한 조명에 분수 축포까지 시원스레 터지는 무대 위에서 어머니들이 마음으로나마 소녀로 다시 돌아가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박상철의 <무조건>을 부를 때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다.

환상의 마술 세계를 보여 준 신용운(마산제일고) 학생.
환상의 마술 세계를 보여 준 신용운(마산제일고) 학생. ⓒ 김연옥
과연 이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일까? 마술을 본격적으로 배운 지 1년이 되었다는 신용운(마산제일고 3) 학생이 찬조 출연으로 무대에 올라 환상적인 마술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TV에서는 봤지만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아름다운 꿈을 꾸듯 나는 마술의 매력에 푹 빠졌다.

언젠가 나도 배워 가까운 사람들이 울적해 있을 때면 멋진 마술로 웃음을 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날 무대에 등장하여 작은 감동을 안겨 주었던 하얀 비둘기는 대체 소리도 내지 않고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태국 학생인 Wipawee(Pakkred Secondary School) 가 선보인 태국의 전통 춤 무대도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태국 학생인 Wipawee(Pakkred Secondary School) 가 선보인 태국의 전통 춤 무대도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김연옥
그리고 태국 학생인 Wipawee(17·Pakkred Secondary School)가 그들의 전통 춤을 선보인 무대도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 유네스코 경남협회(회장 이우태) 초청으로 지난 17일 우리나라에 온 태국 학생 18명이 그날 하루 동안 우리 학교 견학을 했다.

우리 학생들의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던 그들은 학예제가 끝나는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하며 즐거워했다.

사실 저녁 7시에 시작된 학예 발표회에 앞서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산뜻한 행사들이 낮부터 열렸다. 마산종합사회복지관(마산시 대내동)에서 우리 학교로 파견 근무를 나온 박은주(28) 사회복지사의 지도로 풍선아트 체험교실과 페이스 페인팅 행사가 진행되고, 또 한쪽에서는 재학생들의 아나바다 행사가 마련되었다.

아나바다 행사장에는 학생들끼리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파는 알뜰 시장이 열렸다. 물건값이 300원부터 4000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지만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역시 중·고등학생용 참고서이다.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쓰이기 때문에 장사꾼으로 나선 학생들 대부분이 몹시 뿌듯해 했다.

풍선아트 체험 행사장에서. 학생들은 풍선으로 칼, 꽃과 강아지를 예쁘게 만들었다.
풍선아트 체험 행사장에서. 학생들은 풍선으로 칼, 꽃과 강아지를 예쁘게 만들었다. ⓒ 김연옥
아나바다 행사장. 중·고등학생용 참고서가 역시 가장 인기가 있었다.
아나바다 행사장. 중·고등학생용 참고서가 역시 가장 인기가 있었다. ⓒ 김연옥
학예 발표회는 단순히 학생들의 솜씨만을 자랑하는 행사가 아니다. 무엇보다 학교 축제를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와 교사들 모두 한마음이 되어 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화려한 가을 축제도 결국 흘러가는 과거 속으로 사라지지만 서로의 힘을 합하여 뜻있는 일을 해낸 시간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너에게 난 해질녁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음~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의 노래 일부


나는 학예 발표회 행사장을 빠져 나오면서 어머니들이 불렀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란 맑은 노래가 자꾸 흥얼거려졌다. 가을 밤 하늘을 올려다보니 우리 학생들의 예쁜 눈망울이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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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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