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자장면을 비롯한 중국음식에 글루탄산나트륨이라는 화학명을 가지고 있는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약간의 오해와 기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원래 MSG가 보건상의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서양 사람들이 처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중국음식에서 생겨난 일이고, 그래서 합성조미료로부터 생겨나는 쇼크를 비롯한 일련의 부작용을 '중국음식 신드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렇다고 일본 음식이나 한국 음식이 자장면에 비해서 합성조미료를 덜 넣는 것은 아니다. 하다못해 간장이라는 이름의 세계적 대명사가 된 일본의 간장, '긴꼬만'에도 MSG가 들어간다.
MBC의 한 르포 프로그램에서 몇 군데의 중국음식점의 자장면에 최대 4~22g까지 MSG가 들어있다는 내용을 방영한 후, 분명 몇 주 그러다 말 것이 뻔한 중국음식 기피가 생겨났다. 당연히 영세업종 중의 영세업종인 중식업연합회에서 이 상황을 그냥 두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래서 자신들이 직접 조사를 했다. 그 결과는 0.7~4.6g 정도가 들어있는 것으로 나왔다.
MBC에 정정요청을 하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으로 법정에까지 간다고 한다. 이해는 충분히 갈 일이다.
법정으로 가는 자장면의 MSG
법정에 가서 이 일이 해결될 수 있다면 당연히 법정에 가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MSG는 시민단체와 생산업체 사이, 그리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논란이 있었던 일이고 고소고발 등 논란이 끊이지 않던 물질이다.
그렇지만 MSG에 관한 기술적 논란은 아직 선진국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고, '예방적 원칙'에 의해서 유아들에게는 먹이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조치가 취해진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섭취량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는 유아용 식품에는 MSG를 첨가하지 못하도록 예방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법원에 간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 사실 어느 쪽이든 객관적 사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제 3의 믿을만한 기관'에서 '방송 이전'에 조사를 했다면 객관적으로 평소 자장면에 사용되는 MSG 투입량을 알 수 있지만, 지금에 와서야 평소보다 덜 집어넣거나 아예 넣지 않고 '원래 이랬다'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그랬던 것인지 객관적으로 알 수가 없다.
미안한 얘기지만, 중식업연합회에서 조사한 사실을 그대로 믿기가 어려운 것은 르포 방송 이후에 실제 식당들이 MSG를 덜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평소에도 그렇게 사용했던 것인지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전수 조사를 미리 하기도 어렵고, 평소에 정부의 관리체계가 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억울한 업소도 많을 것이다.
MSG 문제가 벌써 10년 전부터 끊임없이 논란을 빚으면서도 해결이 되지 않은 것은 솔직히 정부의 잘못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업체들은 끊임없이 MSG는 천연물질이고, 더 이상 화학적인 합성방식이 아니라 발효방식을 쓰기 때문에 위험할 것이 전혀 없다고 광고해왔다.
그러면서도 또 한 쪽으로는 MSG를 전혀 넣지 않은 버섯이나 다시마 같은 천연재료에서 추출한 것이라며 비싼 '웰빙 조미료'를 출시하기도 하였다. 아니, 그렇게 안전하다면서 또 한 쪽에서는 MSG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비싸게 파는 별도의 제품은 왜 만드는 것일까?
자장면 매출이 대폭 떨어진 중국집들의 허탈함과 낙담, 그리고 현실적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할만한다. 그러나 '모든' 중국집과 '어떤' 중국집 사이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던만큼, 값싸기 때문에 자장면을 먹을 수밖에 없던 '어떤' 소비자가 확률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1g이든 4g이든, 적절한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지 않은 중국음식의 MSG문제는 현 제도 내에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체중에 따라 하루에 사람은 어느 정도의 MSG를 먹어도 괜찮은 것일까? 우리나라에는 기준이 없다. 그러다보니 관리체계도 만들어져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원재료에 붙어있는 보통 '라벨'이라고 부르는 '성분표시제'밖에 없다. 하지만 식당에서 가공되어 나오는 식품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주방장의 양식과 양심을 믿는 방법 밖에는 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자장면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식당에 해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장면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법원에 간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MSG의 안정성과 임상실험에 대해서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의 입법 사례를 참조해서 결론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법원에서 '자장면'이 무죄라고 해서 MSG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고, MBC가 무죄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먹을 수밖에 없는 대중식당의 음식들이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법원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멋진 재판이 벌어지는 것도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책적으로 확실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만 따지자면 MSG에 길들어 버린 사람들의 입맛이 문제이기는 하다. 식당에서 첨가제를 넣는 것은 단 한 푼이라도 돈이 더 들어가는 일이기는 한데, MSG가 들어가야만 사람들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현실인데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사람들이 갑자기 MSG가 빠진 무미건조한 맛을 '자연의 맛'이라고 음미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 변해버린 입맛이 다시 돌변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은 좀 거창해보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사회적 협약을 만들면서 소위 '트러스트'라고 부르는 믿음을 만드는 방법이 가장 손쉽다. 소비자들과 식당이 하나의 협약을 만들고, 이 협약에 식당들이 참여해 사회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진화체'를 만드는 것이 답이다. 아무리 MSG가 몸에 해롭지 않다고 해도 아토피에 민감한 사람들은 바로 몸으로 느끼고 알레르기가 발생하는데, 괜찮다고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그야말로 서민들이 급하게 한끼 때우는 이 특별한 시장에는 보조금을 좀 지급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이런 사회적 협약에 참가하는 중국집에는 적절하게 보조금 형태, 혹은 기타 지원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해도 어차피 그 돈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자장면을 먹을지도 모르는 10세 미만의 아동들의 보건에 대한 안전지출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종류의 문제는 서민들이 주로 종사하는 자영업이고, 소비하는 사람들도 서민들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밀린 특수한 시장에 관한 이야기다.
따져 보자면 서민들의 식단에서 생기는 문제는 MSG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입밀가루와 양념, 향신료 등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과 서민층, 즉 경제적 약자들이 먹고 있는 음식들에는 사회적 폭탄들이 잔뜩 도사리고 있다.
우리의 식단에 도사리고 있는 '폭탄'들
방송에서 한건씩 사람들에게 알려줄 때마다 법원에 가는 방식으로 일대 사회적 격전을 치루고야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 안전해질 수 있는 것일까? 이건 보건복지부 산하의 식약청이나 농림부에서 나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국회의원 몇 사람이 지금처럼 약간 신경을 더 쓴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국무총리가 나서고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참여하는 사회적 프로그램을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안전한 음식'의 끝에는 안전한 식재료의 문제가 있고, MSG를 천연재료로 대체한다고 하면 보다 좋은 음식재료의 생산장치가 있어야 한다. 서민들이 수입밀가루가 아닌 우리밀을 먹는다고 하면, 지금부터라도 우리밀 생산에 대한 확충이 있어야 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시절에 '한국식 뉴딜'을 한다며 골프장 300개를 지으면 경제가 좋아진다고 했었다.
하지만 '안전한 자장면'과 '믿을 수 있는 설렁탕'을 만드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효과가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들의 경제적 효과를 하나하나 계산해보면 골프장보다 더 많은 사회적 고용 창출과 더 높은 경제 진작 효과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은 영세한 도시자영업자들의 활동 분야이고, 또 넉넉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작아서 그랬던 것 아닌가?
MSG 문제는 법원에 가서 진위를 확인받을 일이 아니라 '예방적 원칙' 위에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고, 소비자들이 그야말로 신경 딱 끄고 골라먹어도 좋을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참여'가 필요한 일이다.
합성조미료, 이건 우리가 먹는 음식 문제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안전한 음식 기획단'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정책 우선순위 10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이 문제가 10위권 내로 들어가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어두운 음지에서 새로운 식품파동을 기다리고 있는 식품안전 문제는 대충 손으로 꼽아 봐도 100가지가 넘는다. 이 문제들에 서민들이 '이거 먹어도 되는거야'라고 떨어서는 제 명에 살기가 어렵다.
서민들이 먹는 식품이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보조금 좀 털어놔도 괜찮다. 경제도 좋아지고, 사람들도 맘 편해진다. 그리고 이런 공중보건에 관한 건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