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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안교육이 본격적으로 생겨나 활발한 성장을 이루기까지 10년의 세월을 회고하고 미래를 전망해보기 위한 ‘2006 대안교육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 10월 21일(토), 서울 숙명여대 백주년 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렸습니다.

▲ 성미산학교 어린이들의 축하 합창. 대안교육 10년의 미래들입니다.
ⓒ 정일관
한국대안학교협의회, 대안교육연대, 함께여는 교육연구소, 그리고 서울시 대안교육센터가 공동으로 준비하고 마련한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대안교육 10년의 지도 그리기’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행사가 많이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 교육인적자원부의 후원에 힘입어 세계 각국의 대안교육 전문가를 초빙해 그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 실험과 대안적 학습 공간들의 의미를 생각하며,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지혜를 나누고자 열린 것입니다.

대안교육은 1990년대 초반부터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가는 입시 중심 교육을 삶의 자리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터 닦기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 터를 딛고 1998년 6개의 특성화고등학교가 정부의 인가를 받은 정규 대안학교로 출발했습니다. 오늘날 인가받은 대안학교는 28개로 늘었으며 미인가 대안학교들을 모두 포함하면 100여개가 됩니다. 그런 터라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한국 대안학교의 발전과 새로운 모색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존 테일러 게토 씨
ⓒ 정일관
국제 심포지엄의 시작은 대안 초등학교인 과천 자유학교의 리코더 공연과 성미산학교의 합창공연으로 열었습니다. 발랄한 공연을 보여 많은 박수를 받은 대안학교 아이들이야말로 대안교육의 미래였습니다.

이어서 곽종문 한국대안학교협의회장의 인사말과 이종석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축사에 이어 전미 대안 공동체학교 협의회 자문위원인 존 테일러 게토씨가 ‘대중교육이라는 무기’라는 제목으로 기조 강연을 했습니다.

▲ 많은 참가자들이 동시 통역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 정일관
게토씨는 30여 년 동안 뉴욕시 공립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교직을 그만둔 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자신이 교사로서 보았던 것과 하려고 했던 일들을 증언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바보 만들기> 등의 저서를 통해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분입니다.

게토 씨는 기조 강연을 통해 중앙 집권적인 공교육이 얼마나 젊은이들의 활기를 떨어뜨리고 정신을 둔감하게 하는지 언급하면서 “학교란 단지 성공적인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판에 박힌 교과 과정, 수업종소리와 고함소리, 편협한 교과서, 강제적인 경쟁, 삶과 무관한 시험을 활용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였습니다.

▲ 대안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함께 보았습니다.
ⓒ 정일관
또 게토씨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등, 학교의 도움이 없이도 빛나는 삶을 살았던 여러 사람들을 열거하면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면 제대로 살 수 없다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홈스쿨링의 비약적인 성장도 소개하였고, 이러한 운동이 급진적이라기보다 도리어 본질적인 교육으로 회귀하는 운동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게토씨는 끝으로 대안이 명심해야 할 것으로 다른 사람을 자신의 사유 방식으로 설득하는 능력인 ‘공공적 말하기’와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일상적인 수업에 포함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육은 주어지는 것(given)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taken)이기 때문에 길잡이 없이 문제를 정의하고 생각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교육이 없을 때, 사람은 의존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독일 라이프치히 자유학교를 소개하고 있는 헨리크 에벤벡 씨와 지정토론자 정유성 서강대 교수
ⓒ 정일관
게토씨의 기조 강연 뒤에 이어진 첫 번째 주제 발표와 지정 토론에는 독일 라이프치히 자유학교 교사인 헨리크 에벤벡씨가 독일의 대안학교 운동을 소개하며 대안학교는 삶에 대한 방식과 태도가 변화할 수 있고, 개방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정유성 교수가 지정 토론자로 나서 대안학교를 만드는 일 자체가 대안문화와 대안문명을 각자가 선 자리에서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주제 발표와 지정 토론에는 문화평론가 김종휘씨가 하자 센터의 노리단 실험에 대한 발제와 격월간 ‘민들레’ 발행인인 현병호씨의 삶과 교육, 몸과 교육의 관계 새롭게 정립하기를 중심으로 토론 했습니다.

마지막 주제 발표와 지정 토론에는 일본에서 ‘니트족’이나 ‘히키코모리’라 부르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지원하는 ‘뉴 스타트’ 운동의 사무국 대표인 후타카미 노우키씨가 그 운동을 계기로 ‘느리게 일하기(slow work)’ 등의 대안을 제시하였고, 양희규 교장의 지정 토론이 있었습니다.

▲ 하자 센터 노리단 총단장인 김종휘 씨와 현병호 민들레 발행인
ⓒ 정일관
국제 심포지엄 마지막 순서인 종합 토론에서는 주제발표자 전원과 최재성 국회의원, 배성근 교육인적자원부 기획총괄담당관실 과장, 조한혜정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장, 양희창 대안교육연대 상임위원장 등이 참여해 토론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지난 1997년 대안교육을 공교육으로 수용하여 특성화고등학교로 출범하게 하는데 실무를 맡았던 배성근 과장은 “지난 10년의 세월은 매우 중요하며 10년의 대안교육이 한 아이의 관점에서 얼마나 성공적인가를 일반 교육을 받은 아이와 견주어 보는 연구와 인가 받은 대안학교와 미인가 대안학교는 또한 어떤 차별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가도 연구해야 하며, 동시에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이끌어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뉴스타트 운동 사무국 대표인 후타카미 노우키 씨(가운데)와 양희규 군위 간디학교 교장(오른쪽)
ⓒ 정일관
양희창 상임위원장은 “대안교육이 학교를 벗어난 좀더 다양하고 크게 일어나야 하고 대안교육의 토착화와 함께 연대를 위한 네트워크를 꾸리자”고 말했습니다. 또 조한혜정 센터장은 “개성과 독창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재성 의원은 아직 우리 사회에 대안교육의 사회적 의미가 정립되고 있지 못하므로 물적 토대와 환경적 토대 등 기회 요인을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향후 10년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종합토론. 새로운 대안교육 10년을 판짜기 위한 지혜를 모았습니다.
ⓒ 정일관
이번 2006 대안교육 국제 심포지엄에는 대안학교와 일반학교의 교사와 학부모 등 400명이 대거 참여하여 그 열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참석자 모두가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행사가 5시간 동안 계속되어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 다함께 대안교육 10년의 지도를 그려 나가는데 동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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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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