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풍수는 웰빙 생활과 직결돼 있다. 집안의 가구 배치를 통한 생활풍수에서 수맥을 차단하는 데 이르기까지 풍수에 관한 관심은 단순히 집터나 묏자리를 잡는 데서 확장해 생활에 응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호흡했던 풍수가 현대에 실생활에 응용된다는 것은 풍수의 효과를 인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25일 최규하 전 대통령이 안장된 대전 국립묘지 국가원수 묘역 풍수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에서 보듯, 풍수와 우리의 정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함수관계를 맺고 있다. 각 대학 사회교육원에서 앞을 다투어 풍수 강좌가 개설되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봐도 풍수와 우리생활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풍수가 뭐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풍수'의 근원은 어디일까? 멀리는 도참설이 도입된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보다 더 오래 전인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사나운 들짐승과 폭우, 추위를 피해 안전한 곳에 주거지를 잡을 때부터 인류의 풍수는 시작된 것이다. 뒤의 주산이 바람을 감추는 장풍(藏藏)과 땅의 지기를 흘러나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득수(得水)가 풍수(風水)의 어원이지만, 이것도 비바람을 막고 물을 얻어야 안전한 생존여건이 되는 데서 비롯한다.
보통 풍수라 하면 집터와 묏자리를 명당에 잡는 일을 말한다. 인간의 삶의 터전인 집과 죽음의 공간인 묘가 풍수의 기본조건이다. 삶과 죽음의 터전을 좋은 자리에 잡아 후손에게 물려주고 발복돼 나의 핏줄이 다시 풍요로운 삶을 이어가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 풍수를 찾는 사람들의 본심이다.
우리 주변에 많은 풍수전문가와 지관들이 있고, 집안의 묘를 옮기거나 부모님의 묘를 잡을 때 지관을 불러 좌청룡 우백호 산세를 보고 좌향(坐向․ 무덤의 방향)을 잡아 고이 모시는 일을 흔치 않게 본다.
실상 일반인들이 풍수를 하루아침에 알기는 어렵고 배우기 또한 쉽지 않다. 더욱이 풍수를 배웠다 해도 산세를 보고 혈을 찾아 좌향을 잡는 것은 하루 이틀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름 있다 하는 풍수전문가들을 불러 자리를 보고 잡는 것이 일반인들이 이장이나 터를 잡을 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실상 우리나라의 풍수라는 게 정립된 게 아니다. 중간에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식민풍수들이 전통 풍수학을 어지럽히고 잘못된 풍수를 퍼트린 데서 현재 우리의 풍수학은 저마다 맞다, 틀리다로 논란을 벌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통 전래풍수학을 공부한 이가 극히 드물다는 게 솔직한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 풍수의 기본은 어디서 온 것일까.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조선은 풍수의 국가였다는 말은 궁궐과 왕릉을 보면 알 수 있다. 500년을 넘게 내려온 '겉 유교, 속 풍수' 조선왕실의 풍수를 보면 그 진수가 드러날 것이다.
민간의 제사 역시 왕실의 제례를 보고 배운 사대부들이 자신의 집안에 맞게 변형해 내려온 것이 현재 제사풍속이고, 국장에 참여했던 사대부들이 왕릉 상설에서 눈동냥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지식을 자신의 집안에 적용한 것이 민간으로 흘러가 현재까지 내려온 것이다.
왕과 왕비가 죽으면 국장도감, 산릉도감, 빈전도감 등 3개의 임시관청이 설치되고 가장 중요시하는 왕릉 택지에 들어간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풍수당랑관과 지수사(地水師)들이 동원돼 최고의 명당을 선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이때 명당을 천거해서 왕이 천거한 곳을 결정하면 국장이 끝난 후에 벼슬이 올라간다.
따라서 명문사대부가의 선산도 왕릉으로 결정되면 하루아침에 이장당하는 수모를 번번이 겪기도 했다. 새 왕이 가장 신경을 쓰고 직접 산수를 보러 행차하기까지 했던 곳이 바로 왕릉택지 과정이었다.
조선왕릉은 바로 풍수의 결정체이며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최고의 명당에 묻힌 왕과 왕비의 풍수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조선왕릉이다. 그렇다면 왕릉풍수란 어떤 것일까. 한 마디로 대답하긴 힘들다. 풍수란 직접 눈으로 봐야 알 수 있는 법. 막상 왕릉에 가 봐도 능침은 출입금지 지역이라 올라가보기도 어렵고 누가 따로 설명해 주는 이 없으니 궁금증을 풀 길 없어 답답한 노릇이다.
정릉에서 왕릉 풍수 한 수 배워 볼까
직접 조선왕릉에서 왕릉 풍수전문가에게 풍수를 배우고 보는 기회를 이용한다면 어떨까.
문화재청 서울지구관리소(소장 김용희)는 오는 28일 정릉(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2차례 '왕릉 풍수이야기 마당'을 개최한다. 왕릉풍수 전문가 목을수씨에게서 조선왕조의 역사와 국장제도, 왕릉 풍수 등을 시민이 직접 보고 듣는 행사가 펼쳐진다.
조선왕릉이 시민에게 친근한 역사 공간으로 사랑받고 소중한 우리 문화재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다. 일반에게 쉽게 접할 수 없는 왕릉풍수의 진수를 배우고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가을날 가족과 함께 주말에 왕릉에 가서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재를 즐기며 왕릉풍수마저 배울 수 있다면 문화재 사랑과 역사를 공부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가 잠들어 있는 정릉엔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가 숨 쉬는 숲이 있다. 고즈넉한 조선 초기 왕릉의 정취와 석물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이 행사가 끝난 뒤 정릉의 유명한 약수를 한 번 마셔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왕릉 풍수이야기 마당' 안내
◎ 날짜 : 2006년 10월 28일(토) 오전 10시~12시(1차), 오후 2시~4시(2차)
◎ 장소 : 신덕왕후 정릉 (서울 성북구 정릉동)
◎ 비용 : 입장료(어른 1천원) 외 없음. 초․ 중․ 고생은 둘째 넷째 토요일 무 료입장.
* 행사일 초중고생과 입장하는 가족에게 ‘조선왕릉 답사수첩’ 무료 증정
◇ 문의 : 서울지구관리소 02) 914- 5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