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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국회 통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7일 오전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국회 통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7일 국회 통외통위의 외교통상부 국감은 한마디로 '송민순 인사 청문회'였다. 그는 김용갑 의원의 요청으로 증인 신분으로 이날 국감장에 나왔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현재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송민순 외교부 장관'을 기정사실화 하고 질문했으나 그는 "아직 장관으로 언질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송 실장은 지난 18일 현대경제연구원 주최 21세기 동북아미래포럼에서 "인류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미국일 것" 등의 발언 때문에 더욱 더 한나라당 의원들의 표적이 됐다.

정통 외교관료 출신인 송 실장에게 "왜 외무고시 출신이 반미주의자가 됐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대신 반기문 장관 대행으로 나온 유명환 차관에게는 거의 질문이 없었다. 맨 마지막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은 유명환 차관에게 "하도 외롭게 계서서…"라면서 가벼운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장 문제삼은 것은 송 실장이 18일 세미나에서 한 "인류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미국일 것", "남북 교류협력이 많이 되면 어느 누구도 북한을 못친다", "국제사회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없다", "유엔에 우리 운명을 맡기면 자기 운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등의 발언이었다.

첫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외교부 선배'인 송 실장에게 개인적 감정은 없다"고 말문을 열었으나 "최근 송 실장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문제·국제공조문제 등에 있어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가 유엔에 운명을 맡기면 자기 운명을 포기한 것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몰아붙였다.

그러나 송 실장은 "특정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한 것으로 당시 발언의 녹취록 전체를 보면 오해가 없을 것"이라며 "제 발언은 우리의 생각과 국제기구가 결정한 것 사이에 조화를 이루고 엇박자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한미 관계에 대한 송 실장의 발언은 사실이든 아니든 국익에 위해가 된다"(이해봉 한나라당 의원)

"직업 외교관인데 요즘 (대통령의) 코드만 맞춘다. 북핵 사태에 대해 송 실장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나?"(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미국은 한국을 위해 싸우다 3만명 넘는 전사자를 낸 나라라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제 전작권 환수에 합의했으니 송 실장은 미군 철수를 외치고 다닐 것인가?"(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학자라면 그런 얘기(18일 세미나 발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기로에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외교부 장관을 해서는 안된다."(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그동안 송 실장이 너무 나섰다. 마치 외교안보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장관이 된 것 같다. 안보실장이면 대통령이나 보좌하지…. 북 핵실험에 대해 책임져야지 더 중책을 맡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생각이다."(박희태 한나라당 의원)


무소속 정몽준 의원도 한국전 때 사망한 미군 숫자를 정확히 아는지 등을 송 실장에게 물어보면서 다그쳤다. 김덕룡 의원은 송 실장에게 "반미주의의 중심인 송 증인"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송 실장은 "그런 표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대응했다.

"보수주의자로 보였는데 요즘은 반미주의자가 된 것 같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 송 실장과 함께 청와대에 근무한 적이 있다"며 "그 때는 보수주의자로 보였는데 요즘은 반미주의자가 된 것 같다"고 살짝 꼬집었다. 이에 대해 송 실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최 의원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정부가 확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부의 참여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추궁했으나 송 실장은 "아직 논의중"이라는 답변으로 피해갔다.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의외의 태도를 보인 사람은 김용갑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전날 통일부 국감 때 "6·15 때 광주는 해방구" 등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현재 외교부 출신이지만 현재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는 송 실장이 이날 국감장에 나오게 된 것도 김 의원이 증인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전 날에 이어 무슨 폭탄 발언을 할지 모두가 주목했으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김 의원은 "원래 내가 송 실장을 불렀는데 다른 의원들이 다 질문해서 별로 질문할 것이 없다"고 운을 뗐다.

김 의원은 대뜸 유명환 외교부 차관에게 "차관은 뭐가 유명해서 이름이 유명환 인가?"라고 질문해서 국감장에 폭소가 터졌다.

김 의원은 지난 한미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폴슨 미 재무장관을 만나 금융제재 해제 요청을 한 것이 사실인지,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송 실장에게 물었으나 다그치는 모습은 아니었다.

되레 김 의원은 질의 도중 "해외 언론에 반기문 장관의 닉네임이 '미끄러운 뱀장어'라고 나왔던데 송 실장의 닉네임은 무엇인가? 내가 알기로 고슴도치던데…", "내가 직원들에게 들어보니 유명환 차관의 닉네임은 천천히 간다고 거북이더라", "어 벌써 질의 시간이 이렇게 갔나? 시간 잘 가네" 등의 국감과 전혀 관계없는 발언으로 주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의원들이 예정 질의시간 10분을 넘겼다. 그러나 김 의원은 10분만에 질의를 끝냈다.

김 의원의 갑자기 부드러운 '유머남'으로 돌변한 것은 전날 발언 때문에 파문이 일어난 것에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원들도 전 날 통일부 국감 파행을 의식해서인지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은 삼가했다.

송민순 "미국 무력사용 할 것" 발언 해프닝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국회 통외통위의 27일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을 상대로 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송 실장이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해 한동안 해석을 놓고 해프닝이 벌어졌다.

발단은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질의에서 시작됐다. 그가 북한 핵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하면서 "미국이 세계전략 차원에서 전쟁도 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고 묻자 송 실장은 "그렇죠. 핵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이 이 나라, 저 나라가 핵을 갖도록 놔두지는 않는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이어 남 의원이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보나" 또는 "미국이 북핵을 용인하지 않으면 전쟁을 불사한다는 말 한 것 아닌가"라고 속사포식으로 따지자 송 실장은 다시 "(미국은) 핵확산 방지를 위해서 무력사용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이 대목에서 외교부 당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었다. 한 당국자는 "발언이 이상한 것 아니냐. 그런 뜻이 아닐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오후 회의가 잠시 정회됐고 송 실장과 당국자들간 대화가 오갔다. 발언의 정확한 취지를 정리하는 듯했다.

회의가 속개되자 송 실장은 "(좀전의 발언은) 일반적인 내용을 말한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해 미국이 공격의사가 없다는 정책을 누차 강조했다는 점을 명확히 해드리겠다"고 해명했다.

남 의원이 앞선 발언과의 차이점을 강조하자, 송 실장은 "정정해서 답변한 것으로 해달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면서 잠시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송 실장의 발언 취지는 정리됐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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