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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하탄 14번가 주변에 흩어져 있는 뉴스쿨 각 대학 건물들의 지도.
뉴욕 맨하탄 14번가 주변에 흩어져 있는 뉴스쿨 각 대학 건물들의 지도. ⓒ 하승창
뉴스쿨은 1919년에 경제학자 베블런(Thorstein Veblen), 역사학자 비어드(Charles A. Beard), 철학자 듀이(John Dewey) 등이 설립한 성인교육기관이 그 출발이었다.

당시 시작한 학교의 명칭은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이며 미국의 첫 번째 성인교육기관이기도 했다. 초기 교수진은 경제학자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영국의 철학자 러셀(Bertrand Russell), 미국의 저술가 두보이스(W.E.B. Du Bois) 등이었다.

대학으로 정식 인가받은 1934년 이후 교수진들은 대개 나치의 박해를 피해서 미국으로 온 유대계 학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정치철학과 사회주의 사상을 중심으로 가르쳤다.

이들 가운데 (뉴스쿨의 전임교수가 된 것은 1965년이지만) 대표적으로 한나 아렌트(Hanna Arendt)가 있다. 몇 년 전 타계한 하일브로너(Robert Heilbroner) 같은 미국내 대표적인 진보적 경제학자(세속의 철학자들이라는 초기 작품이 장상환 교수의 번역으로 나와있다)는 은퇴할 때 까지 내내 뉴스쿨에 몸담고 있었다.

지금의 교수진들도 흑인민권운동 시절, 대학에서 진보적 가치에 대한 세례를 받았던 세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당시 사회주의 학생동맹 의장을 했던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도 이 대학 교수를 지냈다.

최근 타계하신 강원용 목사, 또 생태 운동가 황대권씨가 이 곳에서 공부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대부> 등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남기고 떠난 말론 브란도도 이 학교 출신이다.

지금도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학교와 뉴욕은 2차대전 전후로 수많은 유대인들의 성소가 되었으며 그들은 동시대 어디에도 없었던 도시의 지적인 생활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대단한 1년이었다"는 말론 브란도의 말이 남겨져 있다. 비록 1년 밖에 다니지 않았지만 이 곳이 자신에게 준 영향이 어떠했는지를 드러내는 말이다.

서열화? '학풍' 보고 학생들이 평가

이 곳에서 유학하고 있는 신희영씨에 따르면 이 대학을 찾는 미국내 학생들은 이미 고등학교 시절에 정치경제학에 관심이 있거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들이 찾아오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학풍이 뚜렷하거나, 전통이나 교수진의 면면을 보고 학교를 선택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학교가 그 학교의 독특한 학풍이나 특별한 분야에서의 우수성으로 판단되기 보다 학교 자체가 서열화되어 평가되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처음부터 그 서열을 염두에 두고 공부한다.

대부분은 그 성적과 가고 싶은 대학의 학과와는 거리가 먼 게 현실이고 가고 싶은 대학의 학과 보다는 자신의 성적에 맞는 대학 중 서열이 높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과'를 택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결국 입시성적 자체가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성공회대학은 독특한 편이다. 성공회대학을 선택하는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대적으로 성공회대학을 택하는 경우, 자신의 이념적 지향이나 가치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겠다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알려진 대로다. 성공회대학의 면접시험에서 신영복 선생님 때문에 성공회대를 택했다는 답변은 면접방법으로도 알려져 있으니까.

이 곳 미국도 익히 아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아이비리그의 대학을 중심으로 한 대학평가에 따른 서열은 선택을 위한 중요한 자료이다. 저 택사스 촌구석에서 하바드나 예일을 가게 되면 마치 우리가 서울대에 간 것처럼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웨스트 윙>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면 미국 사회에서의 파워엘리트들도 결국 하바드, 예일을 나왔다는 사실과 SAT 점수가 어떻게 되느냐로 자신의 명민함을 자랑하는 것을 보면 뭐 그렇게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어딜 가든 한국사람 많은 것은 여기도 예외는 아니겠거니 생각해서 한국학생도 꽤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무척 많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무슨 그런 말이 있나 싶었다.

맨해튼 시내에 있는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건물
맨해튼 시내에 있는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건물 ⓒ 하승창

의대-법대-공대는 없다

뉴스쿨은 시작은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8개 분야의 대학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원래 본류인 평생교육원이라고 할 수 있는 The New School for General Studies, 정치·사회과학대학원이라 불려지는 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이 있고, 그 외에 경영과 도시 정책 대학원인 Milano The New School for Management and Urban Policy, 디자인 학교인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문학, 철학, 예술 등을 가르치는 Eugene Lang College The New School for Liberal Arts, 음악대학인 Mannes College The New School for Music, 연극을 가르치는 The New School for Drama, 재즈와 현대음악을 가르치는 The New School for Jazz and Contemporary Music 등이다.

보통의 대학 하면 생각나는 의대나 공대, 법대가 없는 것이 독특하다. 그런데 자신들의 목표를 설명하는 이런 구절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예를 들어 Lang college의 경우에 '사회정의, 정치적 책임, 문화적 감수성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고 하고 있다. The New School for General Studies의 프로그램 중에는 글쓰기와 민주주의(Writing & Democracy) 같은 과목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 중 어디에 한국 학생들이 많을까? 파슨즈 디자인 학교에 한국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이 곳에 오는 한국학생들은 뉴스쿨이 어떤 곳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심지어 파슨즈 디자인 학교가 좋다면서 유학을 권하는 관련 카페에서는 뉴스쿨의 나머지 대학은 형편없다고 까지 하고 있다. 뉴스쿨의 관련 대학 중에서도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대학이기도 하다는 것이 신희영씨의 말이다.

미국 유학 고민하는 '진보파' 학생들에게...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의 내부. 보이는 것은 1층 카페.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의 내부. 보이는 것은 1층 카페. ⓒ 하승창
특히 한국내 디자인학교들이 이 곳으로 집중적으로 유학을 보내는데, 그 중에서도 삼성 이건희 회장이 설립한 디자인학교 SADI가 이 곳 파슨즈 디자인학교와 네트워크하여 졸업생들을 이 곳으로 유학보내기도 한단다.

나머지 다른 대학에는 한국 학생이 거의 없어서 10명 미만인 것 같다고 신희영씨는 말한다. 만난 사람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장학제도가 적은 것이 진보적 학문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한국의 학생들에게는 선택을 어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보진영의 아젠다 설정능력이 떨어지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교육이라는 점에서 하나 들어 보자면 진보적 관점과 내용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유학은 컬럼비아나 버클리처럼 자유주의적인 학풍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보수적 학풍에서 공부하게 되고, 유럽이 상대적으로 진보적 학풍 아래 공부하는 곳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고려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따라서 이왕지사 미국 유학을 고려하는 진보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뉴스쿨을 리스트에 올려놓는 것은 어떨가 싶어서 간략하게 소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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