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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공연을 추구한 국립창극단의 '청' 이 11월 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국가브랜드공연을 추구한 국립창극단의 '청' 이 11월 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 김기

올해 10월은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각종 예술제를 통해 소개된 공연들의 열기에 가을은 종적을 감췄다. 게다가 윤달마저 끼어 양력 10월이라 해도 음력으로는 8월일 뿐이어서 날씨는 여름을 방불케 했다. 10말 들어 비로서 찬바람도 불고, 국제예술제들도 막을 내려 공연계가 차분해지는가 싶었으나, 10월을 꾹 참은 국립극장(극장장 신선희) 산하 두 단체가 벼른 칼을 뽑아 들어 또 다시 열기에 휩쌓일 듯 하다.

올해부터 문화부의 특별지원을 받아 시행하는 <국가브랜드> 공연이라는 무거운 임무를 안고 무대에 오르는 두 작품은 창극단의 ‘청’과 극단의 ‘태’. 공교롭게도 두 작품의 타이틀이 모두 1음절이다.

창극단 ‘청’은 지난 봄 심청가와 춘향가를 옴니버스식으로 엮은 ‘15세나 16세 처녀’ 공연를 통해 새로운 창극으로써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고, 극단의 ‘태’ 역시 오래 전 그 진가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창극단의 '청' 중 음악적, 연극적 백미에 꼽히는 심청 인당수 빠지는 장면.
창극단의 '청' 중 음악적, 연극적 백미에 꼽히는 심청 인당수 빠지는 장면. ⓒ 김기

창극단은 ‘이것이 우리시대의 창극이다’라고 하고, 극단은 ‘이것이 한국 연극이다’라고 선언하는 점에서도 닮았다. 또 개막시기도 엇비슷하다. 창극단 ‘청’이 김홍승 연출로 7일부터 12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6일간 올려지고, 극단의 ‘태’는 오태석 예술감독이 부임 후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으로 10일부터 19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9일간 공연된다.

창극단의 ‘청’은 창극의 음악적 부분을 대폭 확장한 것으로 프리뷰 형식으로 지난 9월의 전주소리축제 폐막작으로 초청되어 까다로운 전주 소리팬들을 만족시켰다. 또한 비평가들이 꼽은 소리축제 3대 작품에 선정되기도 하여 본격적으로 펼쳐질 서울무대에 대해서 창극팬들은 진작부터 관심을 가져오고 있다.

극단의 ‘태’는 1974년 초연 이후 끊임없이 무대화되어 온 작품으로 한국 현대 희곡 중에 손꼽히는 명작 중의 하나이다. 계유정난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세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등장인물들의 묘사를 통해 죽음 저 너머에 존재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지난 봄 '15세나 16세 처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심청가 후반부의 뺑덕어멈, 황봉사의 해학적인 모습을 '청'에서는 만날 수 있다.
지난 봄 '15세나 16세 처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심청가 후반부의 뺑덕어멈, 황봉사의 해학적인 모습을 '청'에서는 만날 수 있다. ⓒ 김기

관현악과 화성 도입 등 음악요소 확대된 '현대창극' 선보인다

창극단(예술감독 유영대)의 ‘청’은 지난 봄 ‘15세나 16세 처녀’때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까지만 만들어졌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춘향의 절개를 그렸다가 이번에 춘향가 부분을 빼고 심청가의 나머지 부분을 완성하였다. 작창 안숙선, 작곡과 지휘 이용탁, 안무 정은혜, 대본 박성환, 무대 이학순, 조명 고희선 등이 봄과 마찬가지로 참여했다.

‘청(淸)’은 무엇보다 7.5도 기울기의 무대가 특징이다. 그 무대에는 횡으로 길게 거울이 설치되어 각 장면의 배경과 인물의 심리를 독특하게 표현하게 된다. 또한 경사각은 객석에서 보기에 원근감을 줄여 후면에 배치된 배우들을 좀 더 또렷하게 보게끔 해준다. 그러나 인당수 장면 등 주요한 곳에서는 무대가 회전하여 평면무대보다 깊어진 기하학적 원근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신 그 외 무대 세트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감하게 축소해서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미니멀한 무대미학을 전달한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관현악 반주가 평소보다 대폭 늘어났고, 일부 합창대목에서는 서양창법의 객원 가수를 활용해 화성을 도입함으로 해서 ‘현대적 창극’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청'에 출연하는 국립무용단의 춤. 안무 정은혜
'청'에 출연하는 국립무용단의 춤. 안무 정은혜 ⓒ 김기

봄 공연부터 ‘청’은 화제의 중심에 놓여 있다.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쪽에서의 반대도 적지 않았으나, 결정적으로 관객들은 대체로 유영대 감독의 ‘우리시대의 창극’론에 손을 들어주어 논란을 일단 잠재우기도 했다.

입소문은 무섭게 번져서 국립극장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한 달 남짓 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9일과 10일 공연되며, 내년 1월 31일부터 2월 3일까지 나흘 간 창극이 본격적으로는 최초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의미심장한 막을 올릴 예정이다. 또한 내년 5월 경 중국 북경 공연을 통해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중국 공연예술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연극 미학과 제의라는 정신적, 철학적 주제의 정통연극, 태

한편 ‘태(胎)’의 경우 국립극단이 1997년 정기공연으로 선택한 적이 있고, 관객대상 설문조사 ‘다시 보고 싶은 국립극단의 공연 BEST3' 에 선정되어 2000년에 국립극장 50주년 기념작이자 186회 정기공연으로 다시 올려지는 등, 관객들과 평단으로부터 이미 검증을 거친 작품이다.

국립극단 '태' 중 손부의 출산장면. 손부는 종의 아들과 바꿔치기해서 자기 아들을 살린다. 그럼 죽은 종의 자식은 무엇인가.
국립극단 '태' 중 손부의 출산장면. 손부는 종의 아들과 바꿔치기해서 자기 아들을 살린다. 그럼 죽은 종의 자식은 무엇인가. ⓒ 국립극단

원작자이기도 한 오태석 예술감독이 초연 후 자그마치 32년이나 지난 2006년의 깊어진 연출력과 국립극단 배우들의 연기가 만나 작품의 깊이와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생략과 함축의 연극 미학과 제의(祭儀)라는 정신적, 철학적 주제를 통해 정통연극의 묵직한 재미와 또한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태’를 준비하는 국립극단은 “상업극의 만연으로 연극의 정체성, 순수성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자탄이 높은 때에 국립극단이 아니면 좀처럼 대할 수 없는 순수예술로써의 연극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기염을 토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전통 미학의 현대화, 세계화라는 전제 속에 국립극단이에 부딪쳤던 한계들을 넘고, 시대를 뛰어넘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계무대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우리의 연극을 만들어 낼 것이다”라고 한다.

국립극단의 ‘태’는 무엇보다 원로배우들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신숙주 역의 장민호 선생, 소현왕후 역의 백성희 선생 등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설레임을 준다.

세조. 그는 왕위를 위해 너무도 많은 피를 뿌렸다.
세조. 그는 왕위를 위해 너무도 많은 피를 뿌렸다. ⓒ 국립극단

국립극단의 ‘태’는 내년 1월 인도 국립연극대학원 이사장 암 알라나(Aml Allana)의 초청으로 국제연극제(인도문화부, 국립연극대악원)에서 미국, 독일, 일본, 중국, 호주, 그리스, 폴란드,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등 15개국과 어울려 한국연극의 진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국가브랜드 공연은 국립극장 산하 4개 단체 모두에 해당된다. 국가브랜드공연이란 일본의 가부끼, 중국의 경극 등과 같이 한국의 대표적 공연 아이콘을 만든다는 국립극장 중장기 발전계획의 일환이다. 올해부터 3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될 국가브랜드공연 프로젝트는 국내외의 검증을 거쳐 완성도와 대중성, 세계성을 확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립극장이 만들었다고 해서,혹은 만들고자 한다고 해서 그것에 곧바로 '국가브랜드'라는 휘장을 걸어줄 수는 없다. 그야말로 치열한 공연예술시장 특히 직수입이거나 라이센스 형태로 국내를 휩쓰는 해외 뮤지컬들과 맞붙어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관객들에게 인정받아야 비로서 '국가브랜드'로써의 자격을 가질 것이다.

국립극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국가브랜드 지향의 두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신들과 삼족들의 분노
충신들과 삼족들의 분노 ⓒ 국립극단

덧붙이는 글 | 공연안내
국립창극단 '청' 11월 7일~12일 해오름극장 
국립극단 '태' 11월 10~19일 달오름극장 
전화문의 국립극장 고객지원실(02-228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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