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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a772>'부시 제국'의 시작 2003년 4월 미 해병대가 포로로 잡은 이라크 군들을 끌고 가고 있다.
'부시 제국'의 시작 2003년 4월 미 해병대가 포로로 잡은 이라크 군들을 끌고 가고 있다. ⓒ 미 국방부

"1차 이라크 전쟁으로 개막된 중동에서의 미국 시대가 2차 이라크 전쟁으로 그 끝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기 부시 행정부 때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역임한 리처드 하스의 진단이다. 현재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을 맡고 있는 하스는 미국의 외교전문잡지 <포린어페어즈> 11-12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동에서의 미국 패권은 종말을 고했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은 냉전의 종식 및 소련의 몰락과 함께 중동에서 전례없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및 점령 정책이 중동 지역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세력균형 와해, 테러리즘 및 반미감정의 확산,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적 지지 결핍 등을 야기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라해진 제국... 그래도 멈추지 않는 부시

지난 2003년 4월 9일, 미국이 이라크 침공 20일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부시 대통령이 3주 후에 항공모함에 전투기를 타고 내려 "이라크의 주요 전쟁은 끝났다"며 승전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많은 미국인들은 21세기의 제국이 출현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미국이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이 부시 행정부의 '창작물'인 것이 드러나고, 이라크 저항 세력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미국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 침공이 제2의 베트남 전쟁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기 시작했고, 이를 뒷받침하듯 더 늦기 전에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font color=a77a2>그리고, 3년 뒤 미국의 이라크 침공 3주년인 지난 2006년 3월 20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조지 부시 미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그리고, 3년 뒤 미국의 이라크 침공 3주년인 지난 2006년 3월 20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조지 부시 미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라크 파병 미군가족들의 모임.
이라크 파병 미군가족들의 모임.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미국은 이라크에서 승리하고 있고 그 일이 끝나기 전에 이라크에서 철수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가겠다"는 뜻의 'Stay the course'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중간선거를 앞두고는 믿을 것이 '테러'밖에 없었는지 "이라크에서의 승리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미국 국민들의 안보 불안 심리에 호소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 미국인들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사망자수가 9·11 테러 희생자 수를 추월하고, 10월 한달 동안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가 100명을 돌파한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그러나 위험한 중동

앞서 소개한 하스의 글은 오늘날 중동이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친 중동은 이전보다 심각한 불안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진단을 뒷받침하듯 이라크는 이미 내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고, 중동 평화협상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이란은 중동의 맹주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눈초리도 심상치 않다.

하스는 '탈(脫) 미국 패권주의 시대'에 그나마 미국의 영향력과 국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실수를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란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무력을 사용하는 등 또 다시 군사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하나이고, "중동에서 성급하게 민주주의를 확산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1기 때에는 '힘(군사력)에 의한 평화'이고, 2기 때에는 '폭정의 종식 및 민주주의 확산에 의한 평화'라는 점에서 하스의 이러한 진단은 부시 대외정책의 총체적인 실패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기반이 군산복합체와 기독교 근본주의에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문을 뒷받침하듯 부시 행정부는 미묘한 전술적인 변화는 있더라도 기존의 중동 전략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중간선거가 주목되는 이유

ⓒ 오마이뉴스 성주영
'미국의 변화'가 불안에 빠진 중동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문제를 치유하는 데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필수 조건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유권자의 힘으로 변화의 시동을 걸 수 있는 11월 7일 중간선거는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에서의 패배만큼이나 잘못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Stay the course'를 계속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또 심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대선에서 미국 국민들은 자기정화 능력을 보여주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미국과 세계는 이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러왔다. 국제사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중간선거를 주목하고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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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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