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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자료사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강성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19일 타결된 6자회담의 이행이 중단된 지 거의 1년만이다. 그러나 설사 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갈 길은 멀다.

일단 조속한 시일안에 재개될 것이라고 하지만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날짜 확정은 실무 차원의 문제이지만, 과거에도 사소한 문제를 놓고 북미가 신경전을 벌이다 회담 시작이 늦어진 적이 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말대로라면 빠르면 11월 안에 늦어도 12월에는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은 전제 조건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6자회담이 열리면 특히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따른 '북한의 관심사'를 별도의 실무그룹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제재 문제를 실무그룹에서 논의한다는 면에서 보면 표면상 6자회담 재개에 전제 조건은 없다. 그러나 금융제재 문제를 극도로 거부했던 미국의 이전 입장에서 변화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워낙 북미 간의 불신이 심하기 때문에 설사 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실제 성과가 있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3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 모두 전술적 이유로 회담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국제압력을 피하기 위해 회담에 복귀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더 많은 압력을 북한에 가하면서도 어떤 구체적인 방법으로 혜택을 주려고 하지 않는 등 현재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 외에는 다른 정책이 없기 때문에 회담을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핵 군축 카드 꺼낼까?

북미 양쪽이 이같은 목적이 있을 수는 있지만 시기상으로는 절묘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유엔 제재 결의안에 따라 구체적인 제재가 본격화되려는 시점이었다. 미국은 대북 제재에는 변화가 없다고 하지만 현 상황에서 제재 수위를 조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오는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 행정부가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이었다. 이번 6자 회담 재개가 선거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미 민주당의 공세를 어느정도 회피할 수 있는 계기는 된다.

결국 시점상으로는 북미 양쪽이 모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때였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이제 핵 군축 협상을 하자는 뜻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 볼 때 9·19 성명에서 언급됐던 경수로와 북미 관계 정상화 외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더 큰 이익이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금융제재 문제는 이제 큰 덩어리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해 2월10일 핵 보유를 선언한 뒤 앞으로 핵 군축 문제를 논의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제 핵실험까지 한 이상 핵군축 회담 주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은 계속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주장해왔다. 즉 한국에 미 핵항공모함이나 핵 잠수함의 기항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 주중 북한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31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핵 보유 이전과 이후는 상황이 다르다. 앞으로 6자 회담은 핵 군축 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핵 군축 카드를 꺼낸다면 협상 의지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6자 회담 이행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쌀 비료 지원 재개될까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나 미국이나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며 "이 부분이 잘 될지 대해서는 관련 당사국이 어떻게 해가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 7월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쌀 50만t과 비료 10만t의 추가 지원을 중단했다.

당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미사일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출구가 마련되면 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적 출구는 일반적으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라고 이해된다.

당시 우리 정부 입장에 따른다면 이제 쌀과 비료 지원이 재개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발언은 미사일 발사 때 나온 것이고 지금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태다.

그러나 김연철 교수는 "한국이 6자회담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복원되어야 한다"며 "쌀과 비료 지원 재개는 남북관계 복원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1일 "우리 정부로서는 쌀과 비료 지원 재개를 6자회담 재개 등 상황을 봐가면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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