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토마스, 카포에라 그리고 에어트랙… 생소했던 춤동작을 줄줄 외게 했던 명작 <힙합>의 시즌 두 번째가 시작된다. 이름하여 <부갈루>. 자리에 선 채로 관절을 퉁기듯 추는 춤인 ‘부갈루’는 팝핀댄스의 일종이다. 이로써 1.5부였던 <위킷>과 더불어 김수용의 ‘힙합’ 시리즈가 드디어 완성을 맺게 됐다.
“이미 연재가 기획되어 있던 작품입니다. <힙합> 12권에는 <부갈루>의 주인공인 P.K.O(팝핀으로 KO시키겠다는 의미)의 어릴 적 모습이 나왔었죠.”
신작은 11월 중순께부터 ‘코믹타운’과 일본 내 온라인 사이트(미정)에 동시 연재될 예정이다. 그간 오프라인 동시연재는 있어왔지만 온라인상의 한일 동시연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만 150만 부가 팔려나가고,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프랑스 등에 수출된 바 있는 이 인기작의 시즌 2 소식은 벌써 국내외 만화계 안팎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이번 연재는 애니메이션 <힙합>을 제작 준비중인 일본 쪽 업체의 제안으로 성사됐으며, <부갈루> 역시 연재가 시작되기 전부터 DMB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2차 부가판권에 대한 협상이 벌써부터 오가고 있어 그 기대를 실감케 한다.
힙합을 전혀 모르는 이들마저도 기꺼이 빠져들게 했던 김수용 만의 에너지는 이번 작품 안에도 살아 숨쉴 듯하다. 춤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개성만점의 캐릭터들을 비롯해 실제 댄서들을 그대로 보는 것 같은 실제감에 작가의 친절한 ‘주석’까지. 그는 유명파퍼(팝핀을 추는 사람)인 ‘K-O.G.S’와 스토리를 공동으로 구상하고, 만화작품으로는 드물게 PPL을 과감히 도입했다. 파퍼들이 실제 즐겨 신는 신발의 특정 브랜드가 직접 노출된다.
“이 작가가 정말 끝까지 취재했구나 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또, 상표 도용 등으로 공연히 업체들과 문제가 생기느니 아예 협찬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영화에서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듯 만화에서도 이런 적극적인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데뷔 10년 차에 처음 시도해보는 온라인 연재. 때문에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지만 온라인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다양한 시도들도 해볼 수 있어 나름의 준비와 기대도 하고 있다. 올 컬러라는 새로운 느낌에, 스크롤 만화의 답답함을 덜어낼 갖가지 음향과 효과음을 넣고, 각 춤동작들을 설명하는 ‘동영상 주석’ 등 온갖 재미를 쏠쏠하게 갖출 예정이다.
지금 그의 고민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부갈루라는 춤 자체의 맛과 매력을 어떻게 최대한 구현해낼 지에 대한 문제다. <힙합>에서 보였듯 비보잉은 동작이 크고 화려한 덕에 그려내기 수월했지만 섬세한 부갈루의 몸놀림을 그림으로 잡아내기란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라고. 댄서들의 실생활이 궁금해 방송사에 댄싱팀 리더로 입사하고, 동작의 미묘한 차이를 잡아내기 위해 일본행 비행기에 서슴없이 오르는 그에게도 조금은 조심스런 일이다.
“선 하나 하나를 어떻게 멋있게 살릴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SF가 될 소지도 있으니까요.(웃음) 아마 앞으로도 취재와 엮인 일이 많이 발생하겠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그에게서 “시력을 앗아가고” 대신 30kg에 육박하는 살을 안겨줬던 만화. 자식 같은 그 만화가 불법 스캔 등으로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걸 지켜봐야 했던 절망적인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와 결혼하겠다는 청혼서를 보내는 여중생과 같이 한없이 사랑스런 팬들도 선물했다.
“이번 ‘부갈루’를 끝으로 춤 만화는 마무리될 겁니다. 힙합의 양대 산맥인 비보잉과 팝핀을 그려내고 싶었거든요. 힙합만화는 끝이 나지만 앞으로도 저의 힙합정신은 계속될 겁니다. 이건 제가 내리고 있는 힙합의 정의이기도 한데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 그게 힙합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나중에 음식만화이든 사극을 하든 간에 그 일에 몰두해 빠져 지낼 수 있는 그 자체가 ‘힙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