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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곶감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과자의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니 과자 대신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만든다는 뜻이 있습니다. 또한 곶감을 만들기 위해서 감을 깎고 말리면서 소박한 추억들을 남기자는 뜻도 있지요. 친지,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과정을 통하여 '나눔의 소중함'을 새기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저희들은 곶감용 감을 대구에서 남쪽으로 4~50분 거리에 있는 '청도'에서 구하는데, 그곳의 감은 씨가 없어서 곶감을 만들기에 아주 좋습니다. '청도'는 '소싸움'과 '복숭아'로도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매년 이맘때 쯤 '청도'로 나가면 도로 곳곳마다 감을 파는 노점상과 흥정꾼으로 소란하여 정겹습니다. 물 좋고 산 좋은 감 익는 마을 '청도'만의 내음이 꼭 지녀야 할 그리움처럼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곳에 서면 떨어진 홍시를 주어먹으려고 아침마다 감나무 밑을 서성이던 지나간 어린 시절이 가슴에 차오르곤 하지요('청도'에 있는 운문사 등을 거쳐 여행 한 번 하세요. 봄에 흐드러진 복사꽃 등 계절마다 그곳이 주는 흥이 다 틀리니 언제 건 참 좋습니다).
저희들은 청도에 사는 지인을 통하여 감을 구입하는데, 감밭에 직접 가면 유통마진이 생략된 공판장가격으로 살 수 있습니다. 감을 구하실 때 주의하셔야 할 점은, 꼭지가 없으면 감을 매달아서 말리기에 아주 불편하므로 꼭지가 붙어 있는 것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년 1500여개의 감을 결사적으로 깎습니다. 아이들과 저는 그니(그이의 경기도 사투리)로부터 껍질을 두껍게 깎는다는 타박을 받으면서도 기어이 한몫 거들고자 나서지요. 간혹 곶감 이후를 노리는 이웃들의 품을 공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곶감 말리는 곳이 막내에게는 종일 빙빙 돌아도 지겹지 않는 놀이터고, 하나 두울 헤아리는 산수교실이기도 합니다.
하얀 분이 나오기 전 반숙된 곶감의 맛은 아주 특별해서, 감을 매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어느 듯 매달아 둔 감이 듬성듬성 없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돌아가면서 하나씩 빼먹고, 이웃이 와서 하나씩 빼먹고, 막내와 공동육아를 하는 아이들의 간식으로 내기도 하고… 같이 온 엄마들과 함께 하면서 곶감이 익어갑니다.
더 나아가 낯선 이웃이 소식을 듣고 곶감나무를 구경하러 오기도 하니, 우리집 곶감 말리기는 동네에서 아주 신선한 뉴스거리인 셈입니다.
우리 어릴 적 어른들에게 듣던 "호랑이 담배 필 적…"이라는 옛날이야기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흥미거리가 되지 못하는 요즘입니다. 그 시절 함께 했던 소박함들이 아이들과 그의 아이들에게 이어지고 들려줄 수 있는 새로운 옛날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 우리집 곶감 만들기 노하우 | | | | ▲ 감을 매달고 적어도 3~4일 정도는 비가 오지 않아야 잘 말릴 수 있으니 우선은 일기예보를 봐야 합니다.
▲ 감은 굵은 것이 더 맛있으므로 가능한 굵은 것을 구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감을 깎을 때는 급격한 수분증발을 막기 위해서 껍질을 최대한 얇게 깎아야 합니다.
▲ 감을 가져 오셔서 집에서 하루 이틀정도 묵힌 다음 깎으면 훨씬 부드럽게 깎을 수 있습니다
▲ 감을 말리는 장소는 햇볕과 바람이 잘 드는 곳이어야 합니다. 서늘한 곳에서 감을 말리라는 말이 있는데 저희 경험에 의하면 햇볕이 잘 드는 곳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아파트 같은 경우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북편 베란다에서 말리면 곰팡이가 많이 생기고 곶감 색깔이 너무 시커멓게 됩니다.
▲ 감 껍질은 잘 말려서 된장 같은 곳에 넣는 등 천연조미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버리지 마세요.
▲ 감을 말리다 보면 감끼리 붙어 있었던 곳의 색깔이 바래고, 날씨가 궂어서 푸른곰팡이가 피기도 하는데 닦아서 먹으면 아무 이상이 없으니 안심하세요.
▲ 대략 보름 정도 지나면 감이 말랑 말랑해지면서 떫은맛이 없어져 그때부터 먹을 수 있습니다. 삶은 계란으로 치자면 반숙 상태입니다. 오히려 완숙된 곶감보다 더 맛있습니다.
▲ 이후 계속 말리면 하얀 분이 덮여 곶감이 됩니다만, 저희들은 반숙된 상태에서 냉장 보관해서 먹습니다. 냉장 보관해 두어도 지속적으로 숙성이 되므로 냉장 상태에서도 곶감이 만들어집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