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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밑으로 내려온 솟은 아래로 이어진 구멍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 구멍의 옆에는 타고 내려 갈수 있는 차디찬 난간이 있었지만 솟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상한 동굴 속으로 들어온 이후 솟의 직감은 자꾸만 마비가 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수이를 찾아야 한다는 열망을 조금씩 밀어내며 솟의 마음속에서는 점점 공포와 두려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길은 하나 밖에 없다. 내려 가야해.

솟은 혼잣말을 되 뇌이며 스스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생각은 머릿속에서 끊이지를 않았다.

‘아래로 이어진 곳이 막다른 길이라면? 난 수이를 찾지 못한 채 이 속에서 점점 말라죽어 가겠지. 저 하쉬들은 우리 종족을 다시 침범해 모조리 죽이겠지.’

솟은 차라리 그곳에 머물러 모든 것을 잊고 쉬고 싶었다. 그때 구멍의 아래에서 희미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솟! 여기야!

솟은 그 소리가 수이의 목소리라고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미 몸은 구멍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구멍은 묘하게 되어 있어서 난간을 다 타고 내려가면 그 옆에 구멍이 나 있었고 도 다시 난간을 타고 내려가면 다시 그 옆에 구멍이 있는 구조였다. 그러기를 다섯 차례, 마침내 솟은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동굴의 제일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솟이 내려간 곳은 좁은 공간임에도 네 갈래로 갈라져 있어 그를 잠시 당황스럽게 만들게 했다.

-솟! 이제 다 왔어! 조금만 더 힘내!

솟에게 수이라고 생각되는 목소리는 방향을 분명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들리고 있었다. 솟은 방향을 틀어 수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맹렬히 달려 나갔다. 한참을 달려간 솟은 막다른 곳에서 정말 수이를 만날 수 있었다.

-수이!

그러나 수이의 모습은 솟이 상상해왔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수이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온 몸이 굳은 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파란 빛에 휩싸여 공중에 떠있었다.

-솟! 이제 다 왔어! 조금만 더 힘내!

그 말소리는 수이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수이의 옆에 있는 조그마한 상자에서 그 소리는 내용을 바꾸어 가며 울려 퍼지고 있었다. 솟은 그 상자를 들여다보다가 그것을 집어 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쳤고 그제야 끊임없이 나오던 말소리는 멈추었다.

-이제야 온 건가?

솟은 자신의 의식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말소리에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하쉬’가 둥근 막대기를 겨누고 서 있었다. 솟은 ‘하쉬’가 소리를 내는 의미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온다는 것이 처음이 아닌데도 새삼스럽게 놀라웠다. 솟은 잠시 뜸을 들인 후 자신만의 소리로 의미를 담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수이를 어떻게 한 건가?

‘하쉬’는 대답대신 수이에게로 다가가려 했고 솟은 본능적으로 이를 가로막고 하쉬를 노려보았다.

-해치지 않네. 풀어주려는 것이니 좀 비켜 줄 수 있겠나?

-물러서!

솟은 사납게 ‘하쉬’의 제안을 물리치고 파란빛에 떠받들려져 있듯이 있는 수이에게 손을 대었다. 순간 솟은 손에 시큰거리는 충격을 받고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니까 내가 풀어준다고 하지 않았나.

‘하쉬’는 다시 수이에게 다가갔고 솟은 다시 하쉬의 앞을 가로막지 않았다. 그리고 뒤늦게야 솟은 그 하쉬가 자신과 줄곧 동행해왔던 하쉬임을 알 수 있었다. 하쉬는 수이의 앞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져대었고 파란빛이 걷히며 공중에 떠있던 수이는 무너져 내리듯 바닥에 주저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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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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