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신나고 가볍다. 내 직업이 교사이고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이 교사이기 때문에 가끔은 아이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다. 더더욱 지금은 가을 단풍이 한창인 11월 초순이 아닌가.
그래도 소용없는 일이다. 배낭을 꾸려 산으로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청소년이란 글자가 내 눈에 비친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천형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날 내 휴대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 것이 화근(?)이었다.
'참 좋은 어른은 청소년들과 함께 하지요. 내일(4일) 3시부터 철도운동장에서 청소년 축제 꼭 와요. 박소정'
11월 4일(토)부터 5일(일)까지 이틀 동안 제 8회 순천청소년축제 본행사인 동아리박람회가 철도운동장에서 열렸다. 그런데 행사장에 나가보니 내게 문자를 보내온 이와 행사를 주관하는 순천청소년축제위원회 위원장의 이름이 같다는 것을 알았다. 행사 안내지에 적힌 박 위원장의 인사말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축제는 '카타르시스'를 만드는 장입니다. '카타르시스'란 말은 인간의 마음 속에 축적되어 있는 고민이나 갈등, 불쾌한 감정 같은 것을 해소함으로써 기분이 가벼워지고 상쾌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깨끗해진 심리상태가 바로 '카타르시스'입니다. 순천 청소년 축제는 청소년들이 카타르시스를 만드는 장입니다.
자기 안에 꿈틀거리는 것들을 억누르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감수성으로 느끼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힘을 갖게 됩니다. 이 힘은 미래 사회의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제 8회 순천청소년축제' 주제는 "이제 네 별을 느껴 봐!!"이다. 축제 주제는 해마다 축제위원회와 학생기획단이 함께 참여하는 1박 2일 동안의 연수를 통해서 정해진다. 하룻밤의 잔치로 끝나는 축제가 아니기에 주제 선정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순천청소년축제학생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진달래(순천제일고 2년) 양의 인사말에서 이번 축제 주제에 담긴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모두들 저마다 가슴 속에 별들을 하나씩 품고 있습니다. 벌써 발견해서 그 별을 아름답게 키우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별을 발견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 동아리 박람회를 통해서 많은 청소년들이 가슴 속에 반짝이는 별들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별을 발견하지 못해서...'
내가 가을 산행을 접어두고 어쩔 수없이 청소년들에게 달려가고 마는 것도 결국은 아직도 '자신의 별을 발견하지 못'한 아이들이 자신의 '가슴 속에 반짝이는 별들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신 안에 이미 존재하는 영웅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은 것인지도.
하지만 이날 30여개의 부스가 설치된 동아리박람회 행사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이미 자신이 발견한 '별을 아름답게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박 위원장의 말대로 축제를 통해 '카타르시스'에 이른 탓인지 아이들의 표정이 티 없이 맑고 깨끗했다.
무대공연까지 모든 행사가 끝난 뒤 나는 행사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행사장인 철도운동장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남짓 거리다. 차도 없지만 택시나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갈 생각을 한 것은 맑은 물이 흐르는 동천이 있기 때문이었다.
밤에 동천을 걷다보면 물 속에 아름다운 그림이 보인다. 순천청소년축제위원회가 해마다 수고하여 그려놓은 벽화가 불빛을 받아 물 속에 투영된 까닭이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여 걷다보면 밤하늘에 별이 떠 있지 않아도 내 가슴 속에 반짝이는 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제 8회 순천청소년축제는 지난 2월 25일 이후 11월 5일까지 청소년 리더쉽 함양 프로그램(경남산청), 동천벽화보수(청소년희망로), 동천함께 걷기대회(제 2회 국제패트롤잼버리와 연계행사), 청소년토론광장(1차), 청소년 체육제(순천금당고), 동아리박람회 및 무대공연을 마치고 11월18일(토) 청소년토론광장2차(청소년수련관), 12월 7-8일 청소년 영상제(순천대우석홀)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