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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감정싸움이라고 한다. 론스타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구속영장 기각 이후 벌어지는 법원-검찰 공방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이렇게 평가한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오가는 언사가 사납다. 검찰이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해 "남의 장사에 인분을 들이붓는 수준"이라고 비난하자 법원은 "인분 같은 소리"라고 받아쳤다. 검찰이 법원의 논리를 "기절초풍할 얘기"라고 하자 법원은 "법 공부를 하라"고 되받았다.

"영장 발부에 신중을 기하라"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당부, 그리고 공판 중심주의를 둘러싼 두 조직의 갈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는 언론 역시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뜯어말릴 필요까지는 없다. 아니, 그래서도 안 된다.

<동아일보>가 옳은 말을 했다. "이왕 싸움을 하는 마당이면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인신 구속의 기준에 관한 생산적 접점을 찾는 게 국민에게 중요하다." 그렇다. 중요한 건 국민의 입장이다.

그렇잖아도 헷갈리고 있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와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형제를 둘러싼 구속 논란 때부터 헷갈렸다. 구속 기준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로 단순명쾌하게 이해하고 있다가 실제 집행과정에서 수많은 논리와 주장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기가 질려버렸다.

불행히도 검증할 길이 없었다. 강정구 교수 구속 논란은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었고, 박용성 회장 형제 구속 논란은 검찰과 국민의 갈등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사건 모두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법에 대한 최종 판단주체인 법원의 논리를 들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건이 터졌고 법원과 검찰이 제대로 맞붙었다. 국민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견학거리가 생긴 셈이다.

어깨 너머로 새로운 사실도 배울 수 있게 됐다.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만이 아니라고 한다. 중형선고 가능 여부, 그리고 범죄 구성요건도 하나의 기준이라고 한다.

법원과 검찰은 이 걸 두고 싸우고 있다. 법원은 주가조작사건이 범죄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조작으로 발생한 일반투자자의 손해 여부 뿐 아니라 조작자의 이득액이 소명돼야 하는데 검찰은 이 걸 밝히지 못했다고 했다. 범죄로 성립될 수 있는지조차 불분명한데 어떻게 관련자를 구속시키느냐는 주장이다.

검찰은 중형선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가조작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대범죄라고 주장했고, 주가 조작을 저지른 미국의 월드컴과 엔론이 엄벌을 받은 사실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법-검 공방에 국민이 뛰어들 이유는 없다

▲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 간의 공방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주요 관련자에 대한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해 "남의 장사에 인분을 들이붓는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4일 '전국 검사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정상명 검찰총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간극이 너무 크다. 법원은 범죄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하고, 검찰은 범죄라는 전제를 깔고 '중대성'을 운위한다.

크게 벌어진 이 틈새에 국민이 뛰어들 이유는 없다. 그럴 능력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통과한 사람들 사이에서 "공부 좀 더 하라"는 말이 오가는 지경이다.

그래도 배울 권리는 있다. 이왕 벌인 싸움이라면 제대로 맞붙어 전범을 제시할 만도 하다. 마침 법원도 그렇게 얘기했다.

영장을 직접 기각한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이 처리되고 난 뒤 검찰에서 토론을 제안하면 기꺼이 토론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불감청고소원이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의 도움을 받아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론스타가 얻은 이득액을 산정한 자료 등을 추가로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다면 론스타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 및 구속 여부는 금명간 결론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끝이 아니다. 구속 영장 청구대상이 론스타 관련자만은 아니다. 한해에 수만 수십만 명의 국민이 영장실질심사 법정에 선다. 인권 보호, 권리 확대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알아둬서 나쁠 게 없다.

현직 검사의 '수사 제대로 받는 법' 강의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국민이다. 민병훈 부장판사의 제안대로 토론이 이뤄진다면 국민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처럼 TV생중계가 된다면 더더욱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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