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한 드라마 한 편이 있다. 아무리 자극적인 것이 주목을 끄는 세상이라지만 그 자극이 이제 보기에 민망할 정도라면? 이쯤에서 그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바로 그 주인공은 <소문난 칠공주>이다.
<장미빛 인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문영남 작가가 극본을 쓴 <소문난 칠공주>는 자극적인 내용, 작위적인 설정, 설득력이 없는 인물 삼박자를 내세워 시청률 몰이에 성공했다. 마치 <하늘이시여> 2탄을 보고 있는 인상마저 남기게 할 정도다. 언젠가부터 문영남 작가가 임성한 작가처럼 이슈를 만들어 내며 파격적인 설정의 달인이 된 듯하다.
네 명의 딸을 둔 한 가족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과의 모습을 담아낸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력에 비해 현저하게 질적으로 떨어지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사실 방영 초반부터 많은 비판이 있던 드라마였지만 시청률을 경이적으로 기록하며, 연장방영이 결정되었다.
역시나 연장의 법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첫 번째, 여러 에피소드를 만들어내 내용 끌기와 두 번째, 자극적인 설정을 모두 지키고 있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몇 해 전 임성한 작품 <인어아가씨>는 연장 되면서 본 내용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비정상적인 인물들의 파격적인 행동과 작위적인 내용 등이 문제가 돼 네티즌들이 종영서명운동까지 펼친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소문난 칠공주>는 아직까지 그런 움직이 포착되지 않는다. 다만, 계속되는 문제들의 비난의 강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가장 문제되는 배역이 바로 맏딸 덕칠과 셋째 미칠이다.
두 배역은 방송 초기부터 비난의 대상이 된 배역이다. 이를 연기하는 김혜선과 최정원의 연기가 그나마 설득력 없는 인물을 나름대로 훌륭히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연장 방영 결정 이후 두 배역의 모습과 주변 상황은 자극적이다 못해, 봐주기 힘들 정도가 돼버렸다.
천천히 살펴보면, 맏딸 덕칠은 착하지만 우유부단하고, 경제 활동을 해 본적이 없는 무능한 맏딸이다. 하지만 부유한 남편과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지만 그것은 허울일 뿐 남편의 외도와 무심함에 아내 덕칠은 외도를 하게 된다.
이 정도는 늘 가족드라마의 단골소재로 나와 많이 접했던 내용이다. 그렇다 문제는 작가가 많이 접했던 내용이 시청자들에게 식상하다고 판단, 한 번 비틀어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선을 끌고자 했다. 바로 남편의 친구와 불륜을 저지르는 설정이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덕칠의 외도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소재를 다루었다.
파격적이지만 비현실적이고, 자극적이다. 한발 더 나아가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앞에 두고 술집여자와 술을 마시는 남편의 모습을 그려 더욱더 비상적인 행동으로 시선 끌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분명 덕칠의 외도는 남편의 잦은 외도와 무심함이 제공했고, 마냥 비판을 받을 만한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남편의 친구와 외도를 설정해 그 행동이 비난을 받을 만한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남편은 아내에게 “난 바람을 피웠어도 마음 준 적은 한 번도 없어. 그런데 너는 아니야! 그래서 용서할 수가 없어!" 이 말 자체가 이미 여자의 외도는 비판의 대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구와 외도하지 않았다면 참고 살았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너무나도 우스운 용서가 아닐는지.
또한 덕칠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덕칠의 남편에게 읍소하는 장면 자체와 아버지가 덕칠을 보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장면 모두 그녀가 외도를 했다는 그 자체에만 집중한 것이다. 이로써 여자는 외도를 하면 안 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외도는 잘못 된 것이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덕칠의 외도는 잘못되었지만 그녀의 불행한 결혼 생활은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감싸주지 않았다. 더 나아가 재혼한 덕칠의 불행한 결혼 생활이 연이어 방송되고 있다.
자상하고 따뜻한 왕사장이 재혼 후 돈에 연연하며, 전처와 다시 만나는 설정은 재혼이 초혼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했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돈에 연연하는 모습을 그렇더라도, 비정상적인 일상을 살아 이혼을 했던 것이 이유인데, 이제 와서 전처에게 의지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왕사장의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정이다.
그럼에도 이번 주 방송에서는 전처와 단란한 한 때를 보여주는 모습을 방영, 자사 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하다. 분명 결말은 왕사장과 다시금 재혼생활에 안정을 되찾는 것이라 확신한다. 그 과정에서 시청률을 의식해 작가는 최대한 파격적이고, 최대한 자극적인 설정을 찾기 위해 몰두한 것이다.
반면 철없는 딸, 미칠은 상황이 더하다. 그녀는 한마디로 ‘된장녀’이다. 사회생활 불능을 판정받은 그녀지만 언제나 당당하다. 그리고 언제나 최고급을 누리려는 욕심을 부린다. 그리고 솔직한 성격을 변명삼아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는다. 그리고 어른에게도 늘 당당하다.
이렇게 철없는 미칠의 모습이 계속되면서 쌍둥이 형제로 등장하는 설칠과 대비되면서 그녀의 행동은 비판받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데려온 자식 설칠을 아끼는 아버지에게서 소외받은 상처가 철없는 딸로 성장했다는 남모르는 미칠의 아픔을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미칠의 행동이 설득력을 얻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속이 깊은 딸의 모습에 비해 미칠의 철없는 모습이 너무도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 이후에도 일한과 일한 삼촌에게 하는 행동은 철없는 모습의 극치를 달렸고, 일한과 미칠은 이혼을 결심한다.
작가는 시청률만을 위해 미칠이란 인물을 바보로 만들었고, 또 이혼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미칠은 마냥 철없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남게 된다. 물론 미칠과 일한의 결말도 헤어져 자신들이 했던 행동을 반성하며 재결합을 하게 될 것이다. 횟수가 좀 더 남았다면 정말 이혼을 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이 두 인물의 현실감이 없는 캐릭터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가부장적인 전근대적인 가족의 형태와 사고방식이다. 방송 초 나양팔이 군대식으로 가정을 꾸리는 모습이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경명자가 나양팔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굽히는 점이다.
물론 평등한 가정이 몇이나 될까마는 나양팔과 경명자의 수직적인 관계는 결과적으로 자식에게까지 명령하는 아버지 나양팔의 모습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여지를 만들었다. 또한 이러한 전근대적인 가부장적인 가정의 모습이 대한민국 가정의 기본적인 모습으로, 표현이 없지만 속내는 가족을 누구보다도 생각하는 나양팔의 모습이 간간이 등장하면서 무마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우리 아버지는 늘 그런 모습이다. 속내를 감추고 가족을 사랑하는 모습. 하지만 권위적인 아버지의 모습은 이제 드물다. 무조건적으로 아내에게 명령하고, 자식들에게 명령하는 모습이 속내를 감추고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다.
또한 종칠의 시어머니 반찬순이 종칠과 황태자의 결혼 전후로 보여준 모습은 지극히 상투적인 캐릭터의 모습이다. 법대를 다니는 황태자 자신의 자식만은 존중하고 사랑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종칠과 그녀의 집안을 우습게보고 막말을 하는 장면은 아들 하나만 보고 고생한 어머니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갈등을 만들어내기 위해 또 한 번 작가는 전면에 내세워 총대를 쥐어주었다.
이렇듯 드라마는 시청률의 시청률에 의한, 시청률을 위한 KBS 방송국과 제작진, 작가의 불순한 의도가 들어있는 드라마이다. 더욱이 이 모든 상황이 “다 가족 때문이야!”라고 변명하는 그들의 이중성을 어찌할까, 싶다.
어디까지 <소문난 칠공주>의 자극적인 모습은 소문이 날까, 궁금하다. 그리고 그 결말이 얼마나 허무해 소문이 날까, 지켜보자. 더 이상 이런 드라마가 나오지 못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