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황에서도 교사와 학생이 함께 몸을 부대끼며 운동할 수 있는 대안학교에 근무하는 내가 행복함을 느낀다. 전교생 60명 내외의 전남 영광의 성지송학중학교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추억을 먼지와 땀과 서로의 거친 숨소리로 채워나가고 있다.
보잘 것 없는 농구장이지만 방과 후 가로등까지 켜가면서 농구공을 던지는 모습에 체육담당 선생님(이호석, 35)이 3:3 농구시합을 제안하였다. 단 1,2,3학년이 모두 구성원이 되도록 하여 정말 선·후배 사이에 뭐든지 함께하고 도와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선생님들도 동참하여 농구팀을 구성하였고 학생들 역시도 굉장히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제는 선생님이 함께하지 않으면 재미없다고 능청을 떠는 녀석들이 예쁘기만 하다. 실은 선생님과 함께하면 음료수도 마시고 뭔가가 있을거라는 아부성 발언임을 아는데도 너무 기분이 좋다. 선생님과 함께 뛰는 모습을 바라보던 순간 ‘아름다운 농구대회’라는 말이 생각나서 경기를 지켜보던 학생에게 물어보니 “강쌤! 좋아요. 근데 상품은요?”하며 멋쩍은 웃음으로 받아주던 모습이 아직도 농구장을 떠나지 않는 것 같다.
대안학교의 프로그램들이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할 수 있도록 잘 짜여지고 실행되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처럼 학교의 틀이 아닌 교실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이 어우러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의미있다고 본다.
함께 땀 흘리고 앉아서 먼지를 걷어가며 땅위에 작전 계획을 세우고 잘해보자며 손을 모으는 순간 사제지간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딱딱한 상담의 시간으로 아이에 고민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농구 한 경기에 음료수 마시며 힘든 점을 얘기하고 어깨 다독이며 서로의 눈을 마주칠 때 비로소 마음이 통하고 진솔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본다.
많은 대안학교들이 소규모로 재정상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체육시설을 비롯한 기타 교구재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학생수에 비례하여 교육재정을 분배하고 운영함이 마땅하겠지만, 기숙사형 대안학교같이 방과 후에도 꾸준하게 이용되며 방학 중에도 계절학교 등을 통해 이용도가 높을 경우 실사를 통해 재정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편으론 작은 시골학교에서 조금은 부족한 시설로 더욱 향수를 느끼고 물질 만능주의로 권태로움 느끼는 시대에 경종을 울릴 수도 있지 않은가. 지금에도 만족해하는 학생들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이면서 삐그덕 거리는 예전 복도의 소리가 정겹고 바람에 흔들리는 차창소리가 그리워지는 하루다. 작은 학교지만 세상의 받침돌이 될 그 날을 위해 오늘도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