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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의 강연 모습.
노회찬 의원의 강연 모습. ⓒ 허환주
"한미FTA는 파리와 코끼리의 키스다."

특유의 비유와 거침없는 화법으로 유명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노 의원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노 의원은 한미FTA를 어떻게 표현할까.

노 의원은 지난 7일 저녁 7시 한성대(서울시 성북구 삼선동)에서 열린 '한미FTA 진실과 거짓'이라는 강연회에서 한미FTA를 "파리(한국)와 코끼리(미국)의 키스"라고 규정했다.

노 의원은 "코끼리에겐 키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 파리는 코끼리 입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한미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미국의 먹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다소 딱딱한 주제인 한미FTA에 관해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부드럽게 설명했으며, 1시간여 동안 한성대생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대로 체결되면 중소기업 살아남지 못할 것"

정부에서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에게 많은 이익이 생길 것이며, 특히 제조업 부문은 대미 수출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노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솔직한 말로 현대자동차 판매량은 늘어날 거예요. 하지만 한번 묻고 싶습니다. 그것 이외에 우리나라에 경쟁력이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핸드폰, 자동차 등 몇 개 품목만 경쟁력이 있습니다. 물론 이 품목들은 몇몇 회사가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미FTA는 그런 대기업의 수출량을 늘려주는 효과밖에 발휘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미 FTA 덕에 우리가 추가로 수출할 수 있는 항목으로 뭐가 있을까요?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것들은 미국시장에서 관세가 낮아지더라도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노 의원은 한미FTA가 체결되면 관세장벽이 무너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그동안 가격이 비싸서 살 수 없던 물건들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 상품들의 상대는 현대, 삼성, LG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생산한 상품이라는 것.

"바보가 아니고서야 같은 가격이면 질이 좋은 것을 사는 건 당연한 이치죠. 100년 전부터 지하철을 만들고 철을 다루던 미국입니다. 그들의 망치, 톱 등을 본 적 있습니까? 그들의 철제 물건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철제 물건과 같은 가격에 시장에 나온다면 과연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아마 중소기업은 도산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비정규직이 늘고 퇴직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될 겁니다."


절차도 무시되는 한미FTA

ⓒ 허환주
노 의원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한일FTA는 현재 유보상태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는 의도에서 다시 검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와 달리 "미국이라는 어마어마한 나라를 상대로 한 FTA 협상을 내년 3월까지 끝내겠다는 식으로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의 한미FTA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노 의원은 미국에서는 FTA와 관련해 협상단이 미국 의회에 일일이 상황을 보고하고 서로 조정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러한 일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한국 정부는 한미FTA관련 정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글이 실린 신문을 찾아 읽는 것이 FTA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훨씬 유익하죠"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와 관련, 노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23명은 지난 9월 7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정부가 한미FTA 협상 체결과정에서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조약 체결에 관한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협상을 진행한 것과 협정문 초안 및 1, 2차 협상 결과 등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명백한 위헌이라는 것. 노 의원은 조만간 심판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잠정합의문,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

노 의원은 얼마 전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한미FTA 협상이 양국 언어로 진행되며 협상단이 통역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영어로만 협상이 진행될 뿐 아니라 잠정합의문들이 전부 영어로만 되어있다는 것.

"참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보통 어업협정 등 외교협정을 체결할 때는 각국의 언어를 통역해서 협상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최종합의문이 나오기 전의 잠정합의문들은 자국 언어, 상대국 언어, 영어, 이렇게 3가지로 작성해 보관합니다. 하지만 지금 한미FTA 협상에선 그런 것들이 모두 무시되고 있습니다. 토시 하나만 바뀌어도 위험한 건데,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됩니다."

노 의원은 "모든 앎은 실천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면서 "후대를 위해 한미FTA를 막아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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