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적 내각을 구성하자는 주장이 여·야에서 잇따라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인물들로 관리형 내각을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며 "여당 당적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물러나야 하고 내각은 민생과 공정한 대선 관리에 전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 대표의 이같은 요구가 신호탄이 되어, 9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정기국회 이후 정파를 초월한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거국내각은 국민 바람에 부응하는 것"
이날 국회에서 가장 먼저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한 것은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이다. 김 의원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지금이야말로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대승적 결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이 부정적이라면 중립내각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일찍이 노 대통령은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정치인이었다"며 "던져 버리라"고 주문했다.
같은 당 최규식 의원도 "정기국회가 끝나면 내년 초 각 분야에서 국민적 신망을 얻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거국적 위기관리 내각을 구성하고 대통령이 정쟁에서 벗어나 국정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의원들도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대통령이 진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안위를 생각한다면 정파를 초월한 '비상안보내각'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도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 대통령은 더 이상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며 "이미 집권당으로서의 의지와 능력을 상실한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거국적 비상내각을 구성해 국정에 전념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한명숙 총리는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사실 제가 진작부터 대통령과 함께 (거국 중립내각 구성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며 "여야가 내각의 구성이나 절차, 실효성에 대해 정말 합의를 해서 책임있는 요청을 해온다면 얼마든지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도 (거국내각에) 마음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거국내각 구성 협의할 용의 있다"
그러자 청와대도 즉각 "거국내각 구성을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국회가 국정 과제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정상적으로 처리해준다면 거국 중립내각이든 관리내각이든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과 협의할 용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다만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담보할 수 있는 여야간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런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도 내각 구성에 대해서 여야가 합의해서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한편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한 김부겸 의원은 <시민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여야정쟁으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고, 국정은 하염없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멍에를 벗게 하는 방법을 찾다가 거국내각 구성을 제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거국내각이)현실화 되면, 우리 정치사상 실험해보지 않은 여야 대타협을 통한 위기관리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정당의 정체성이나 대권경쟁 구도를 흐트러뜨리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며 "대선주자는 대선주자 나름대로 뛰면 된다"고 강조했다.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총리와 청와대의 반응을 보아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시민일보(www.siminilbo.co.kr) 11월 10일자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