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0월 19일 저녁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북 핵실험 후 한미 공동대처방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사 보강 : 13일 오후 4시 40분]
정부는 13일 유엔의 대북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른 후속 조치 설명회를 열고 사실상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인국 외교통상부 외정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는 PSI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며, 우리의 판단에 따라 참여 범위를 조절하겠다"며 "한반도 주변수역에서의 활동은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남북 해운합의서 등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오늘 입장 발표로 형식이나 절차에 있어서 PSI에 우리 정부가 정식 가입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PSI의 목적과 원칙에 대한 지지를 정부 입장으로 공식 표명하면서도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고려해 특수한 지위를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SI에 관한 한국의 특수한 지위 선언이 한반도 주변수역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한국 정부의 방침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PSI와 관련해 말한 국내법은 남북 해운 합의서로 국제법은 유엔해양법이 준거 틀이 된다. 유엔해양법에 따르면 공해상에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은 해적·국기 허위게양·노예 무역·무국적인 경우만 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현재 PSI의 8개 항목 가운데 ▲한·미 군사훈련에 대량살상무기 차단훈련 ▲PSI 활동 브리핑 청취 ▲PSI 차단훈련 브리핑 청취 ▲역내 차단훈련시 참관단 파견 ▲역외 차단훈련 참관단 파견 등 5개 항목까지만 참여하고 있다. 이른바 '옵저버' 자격이다.
나머지 3개 항목은 ▲PSI 정식 참여 ▲역내 차단훈련시 물적 지원 ▲역외 차단훈련시 물적 지원 등이다.
애초 북한이 지난 달 9일 핵 실험을 한 뒤 나머지 3개 항목 가운데 최소한 차단 훈련에 대한 물적 지원까지는 참여하는 방안이 정부 안에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일 북한이 6자 회담 복귀를 선언하고,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서 기존 옵저버 자격 유지로 한국 정부의 방침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은 유지
▲개성공단에 입주한 (주)신원 에벤에셀에서 봉재일을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 한성희
이관세 통일부 정책홍보본부장은 "유엔의 대북 결의 1718호와 별도로 우리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준비했거나 이미 실행하고 있다"며 관련 사항을 설명했다.
일단 당국간 남북 경협이 잠정 중단됐다. 철도·도로 자재 및 장비의 인도 중단을 계속 유지하고, 경공업 원자재 제공 및 지하자원 공동개발, 한강하구 개발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당국 차원에서 쌀과 비료의 지원 유보 조치를 계속하기로 했다.
민간의 남북 경협은 기업의 자율적 판단과 책임에 따라 추진하는 방향으로 심사를 강화하되, 체육분야에서의 남북 단일팀 구성, 문화재 복원 등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사업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이 실장은 "학생들의 금강산 관광 체험 학습에 대한 정부 지원은 중단 될 것"이라며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 직불 조기 실시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의 1단계 2차 분양 유보조치도 계속된다.
이런 조치가 취해지고 있거나 취해질 예정이지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자체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정부 차원의 이런 조치만으로도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민간 거래 9400만달러, 당북간의 남북 경협 3억6000만달러 가운데 80% 정도가 차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결의 1718호 이행 보고서와 관련해 정부는 13일 이의 이행을 위한 국가 보고서를 주 유엔 대표부를 통해 안보리 제재 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박인국 실장은 "이 보고서는 한국의 수출 통제 및 남북관계 관련 법령과 정책 소개와 함께 ▲결의 1718호 상의 제재 대상 품목 이전 및 조달 규제 ▲제재 대상 개인 및 단체의 금융자산 동결과 이전 방지 ▲제재 대상자의 출입국 규제 ▲북한 행·발 화물 검색 등 핵심 제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시행중에 있거나 시행 예정인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조치 사항은 ▲대북 반출반입 승인 대상 물품 및 승인 절차에 관한 고시 등 관련 법령 개정 추진 ▲규제 대상 사치품 목록에 대해서는 안보리 제재위의 향후 협의 결과과 여타 국가들의 동향을 참작해 작성 예정 ▲기존 금융재원 이전 통제 고시와 통합한 신규 고시를 제정하고 제재위가 대상자를 결정하는대로 시행 예정 ▲제재대상자에 대한 출입국관리와 방문증명서 발급 및 출입경 심사 과정에서 규제 실시 예정 등이다.
사치품 목록의 경우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구체적인 품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은 "화물 검색과 관련 육상 화물은 관련 규정에 따른 통관 심사 및 운송화물 검색을 강화하고 화물자동차 엑스레이 투시기 등 장비·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라며 "해상화물은 남북 해운합의서와 국내법에 따라 검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5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각국 대사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 군사조치가 배제됐으나 강력한 경제적 외교적 제재 를 내용으로 한 대북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왼쪽 맨 위가 북한의 박길연 대사로 만장 일치로 대북 제재안이 통과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