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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데아의 말에 짐리림은 온 몸을 부르르 덜었다. 염려하지 않은 바는 아니었지만 정말 최악의 상황이 닥친 셈이었다.

-그 외에도 10명이 죽었고 4명이 저렇게 누워 있습니다. 더욱 비참한 건 살아남은 이들도 짐리림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짐리림은 구데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건 보더아님…… 아니 위대한 하쉬가 예견한 일입니다. 제가 이렇게 짐리림님을 부른 이유는 하쉬께서 앞으로 짐리림님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예견한 일이라고? 위대한 하쉬께서는 이 모든 일을 알면서도 육신을 잃었단 말인가?

짐리림은 저도 모르게 상대의 기분을 언짢게 만드는 비꼬는 투로 대답했다. 하쉬를 모욕하는 발언을 내뱉는 건 큰 불경죄였지만 구데아는 그런 짐리림에게 인상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제가 너무 넓게 얘기했군요. 하쉬께서 예견한 일은 단 한가지였습니다. '가이다의 생명이 가득이 숨쉬는 곳에 당장 하쉬의 생명이 끼어들 틈은 없다.'

짐리림은 잠시나마 벅차오르는 가슴에 숨이 막혔다. 구데아의 말은 곧 가이다의 생명을 쓸어버리고 하쉬의 생명을 안주시키자는 자신의 주장이 점진적으로 가이다의 생태계에 적응하며 적응해 나가자는 아누의 주장에 비해 옳다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짐리림은 아누가 죽어 이 얘기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아 잠깐, 넘겨짚지는 마십시오! 저 역시 아누님과 짐리림님 간의 논쟁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전 결코 하쉬의 뜻이 짐리림님이 주장하는 바와 일치한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누님이 죽은 건 다른 이유에서였고 하쉬의 뜻을 거슬러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짐리림은 슬며시 짜증이 일어났다.

-그럼 하쉬께서 하고자 한 바는 뭐였나? 결국 나로 인해 탐사선이 불시착 한 것 때문에 계획이 엉망이 됐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가?

-그것 역시 아닙니다. 하쉬께서는 하쉬의 생명이 살아 숨쉴 틈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도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이다의 생명 중 앞으로 가장 번성하게 될 종에 대해 연구했고 그 종은 바로 짐리림님께서 사이도라고 이름붙인 생명체임을 알게 되었지요. 여기서 두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사이도를 멸종시켜 버리는 것이었겠지.

짐리림의 말에 구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한계가 있는 것이었지요. 게다가 모든 사이도들을 찾아내어 멸종시킨다고 하더라도 가이다는 또 다른 대안을 찾아내어 새로운 종을 번성시킬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지요.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사이도의 번성을 도와 가이다의 다른 종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이다 중 하나를 잡아 그들의 생식특성과 유전적인 특징에 대해 분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패턴의 사이도가 번성하도록 조작을 해두었지요.

짐리림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거야말로 엄청난 도박이 아닌가? 그 사이도가 번식에 성공하고 그 후손이 번성하리라는 장담을 어떻게 하나?

-잠깐만요 짐리림님, 아직 제 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건 가이다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우리의 마지막 무기입니다. 가이다도 우리의 침입을 두고 보지는 않았거든요. 사실 짐리림님이 여기 들어오게 된 것은 가이다의 음모였습니다. 그걸 우리가 미처 간파하지 못하고 밖에서 공격해오는 가이다의 생명체들을 막기에만 급급했죠.

-뭐라고?

-짐리림님의 몸속에는 하쉬의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독소를 내뿜는 가이다의 세균이 가득합니다. 저희는 방금 그것에 모두 감염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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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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