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에서 받은 또 다른 보너스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 오면서 저의 글에 관심을 보여주는 분도 계셨고, 또 크고 작은 즐거운 일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거절은 했지만, 여러 방송국에서 열두 남매를 두신 친정어머님을 방송에 소개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었고, 어느 케이블방송에서는 70이 넘은 연세에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신 시아버님을 취재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저의 글들을 책으로 출판하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고, <오마이뉴스>에 실린 저의 기사가 'TV동화 행복한 세상'에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되었을 때의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기사로 쓰면서 얻는 즐거움도 컸지만, 그 즐거움에 별책 부록처럼 보너스로 따라 온 행복도 무척 컸습니다.
이번에 담양의 '한빛고등학교'에 합격하고도 어쩌면 입학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딸아이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사실 저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로 인하여 딸아이가 한빛고등학교를 알게 되어 합격을 했고, 입학을 하고 싶어하는데도 입학을 허락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에 안타까운 마음을 하소연하듯 기사로 등록을 했던 것입니다.
<오마이뉴스>에 그 글이 기사로 등록된 시간은 토요일인 지난 11일 오후3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기사가 잉걸로 채택되어 사는이야기의 맨 밑줄에 자리잡고 있을 때에만 해도 그 기사로 인하여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기사를 쓴 그날 저녁, 우연하게도 우리 사무실에는 시댁의 모든 식구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부산에 사는 아이의 큰고모와 큰고모부, 창원에 사는 작은 고모, 큰아빠와 큰엄마 그리고 우리 부부와 딸아이. 이렇게 8명의 가족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딸의 고등학교 입학문제를 중심으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 저녁식사를 해야 할 때도 근처 식당에서 마주 앉아 딸아이의 입학문제로 계속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그분들도 진정으로 딸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이야기를 했겠지만, 대화의 핵심은 딸아이가 집에서 가까운 일반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하여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딸아이는 자신의 속내를 애써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날 토요일 저녁의 분위기로 보아서 딸아이의 한빛고등학교 진학은 거의 90% 이상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일요일에 기사가 메인톱에 배치된 후 갑자기 달라진 상황
그러나 다음날인 일요일, 저의 기사가 메인톱에 오르면서 딸의 한빛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있던 저의 마음 한구석에 '어쩌면…'하고 기대를 갖게 하는 일들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을 했습니다. 저의 기사에 하나 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솔직한 의견을 댓글에 담아 들려주었습니다.
아직 어린 딸을 멀리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글에서부터, 본인의 결심이 중요하니 딸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주라는 이야기, 이번에 한빛고등학교에 합격한 학생의 어머니의 글, 장래에 당신의 자녀를 한빛고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싶다는 분의 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남편의 의견에 적극 찬성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딸아이가 남편의 뜻에 따라 마지못해 입학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질까 진심으로 걱정하시는 분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더 많았습니다. 일요일인 그날(12일), 남편은 자신의 동창회와 체육대회에 참석하느라 <오마이뉴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짐작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동창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남편이 얼큰하게 술에 취해서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섰습니다. 잠시후 한 친구는 술에 취해 의자에 앉은 채로 잠이 들었고, 저는 남편과 또 다른 친구분에게 <오마이뉴스>에 저의 글이 실렸다는 이야기와 많은 분들이 이런 저런 의견을 들려주고 있다고 전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남편과 친구, 저 이렇게 세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터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장장 2시간에 걸쳐서 저의 기사와 많은 댓글들을 읽어가며 대화를 나눈 결과,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딸아이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부모가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딸아이 자신이 살아야 하는 삶이기에 잘못된 길이 아니라면 딸아이가 결정을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로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날 저녁 12시가 넘은 시간에 우리 부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그 늦은 시간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있는 딸과 아들에게 남편은 이제부터 우리집의 가족회의가 있을 테니 모두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거실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빙 둘러 앉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남편은 딸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마음놓고 모두 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때 딸아이는 자신이 비록 오랜 기간 동안 한빛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준비해 온 것은 아니지만, 그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자기 자신의 일을 스스로 챙기면서 살아가게 될 것 같고, 아빠가 염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만 걱정하지 않도록 잘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졸음이 잔뜩 실린 눈을 애써 크게 뜨며 열심히 가족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아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들은 '누구보다도 누나가 자신의 일이기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하고 내린 결정일테니까, 한번 믿어보고 누나가 한빛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새벽 1시가 훨씬 넘는 시간까지 열렸던 가족회의는, 딸아이의 바람대로 한빛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14일 오후, 합격자 신고서 작성은 제가 했고 한빛고등학교에 팩스로 합격자 신고서를 보내는 일은 남편이 직접하는 것으로 딸아이의 고등학교 진학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기사를 보고 쪽지를 보내 주신 고마운 분들...
<오마이뉴스>에 실린 저의 기사를 보고 많은 분들이 댓글 혹은 쪽지로 뜨거운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오마이뉴스>에 써 왔던 적지않은 기사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기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한빛고등학교 졸업생이라고 밝힌 어느 분은 제게 보낸 쪽지에서, 그분의 부모님도 입학식이 있기 전까지 반대도 하고 무척 못마땅해 했지만, 입학식에서 만난 선배들과 재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을 만난 후부터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고 하지만, 그분은 한빛고등학교에서 얻은 것은 많지만 잃은 것은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한빛고등학교의 매력은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학교이기에 그만큼 '나'의 역할이 중요하고, 결국 그 누구의 의견보다 딸아이의 의견과 의지와 열정이 중요하기에 딸아이의 의지와 열정이 확고하다면, 어떤 선택이든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꼭 우리 아이를 한빛고등학교에서 후배로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빛고등학교에 재직중인 선생님께서도 제게 쪽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남편의 걱정하는 마음과 저와 딸아이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중학교 3학년이면 그 판단을 믿어도 되니 딸아이의 결정에 맡겨 보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한빛고등학교가 생겨난 지 이제 9년, 모자란 것도 많고, 해 본 것보다 해 보려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아직은 미숙한 것이 많지만 그러면서 만들어져가는 학교라면서 어떤 결론을 내리든 소중한 시간이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또 어느 아버님께서도 저에게 쪽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그분은 세 자녀를 두셨는데, 위의 두 딸들 모두 대안학교를 졸업하여 대학교에 재학중이고, 세째인 아들도 한빛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지금은 교환학생으로 미국 켄터키에 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세 자녀 모두를 대안학교에 보낸 학부모로써 무척 자랑스러워하셨고,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라도 메일을 보내면 답변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외에도 제 기사에 직접을 댓글을 남기지 않으시고도 다른 방법으로 여러가지 의견을 보내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남편의 마음 한켠에 느끼고 있던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가라앉게 하였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딸아이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게 하여 입학을 허락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적지않은 나이를 살아오면서 항상 느끼는 사실이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100%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후회가 없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그에 따라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예요.
남편이 딸아이의 합격자 신고서를 보내고 나서, 일요일 저녁 자신의 일처럼 우리 부부와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날 친구의 이야기가 딸아이의 입학을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마누라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여서 인터넷에 글을 쓰는 바람에 자신은 아주 문제가 많은 아빠가 되어 버렸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에이~ 그게 아닌데~'하고 남편과 함께 크게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이번 딸아이의 고등학교 입학문제가 결혼 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가족이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런 쉽지 않은 문제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기분좋게 결론지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우리 부부에게, 그리고 딸아이에게도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들에게 마치 자신이 처한 일인 양, 진심어린 격려와 조언을 아낌없이 들려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