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회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이틀째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15일 오후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이틀째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15일 오후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15일 오후 5시 40분경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탐색전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기습적으로 들어오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놀라서 의장석 주변에 모여들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15일 오후 5시 40분경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탐색전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기습적으로 들어오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놀라서 의장석 주변에 모여들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 대체 : 15일 오후 6시 15분]

답없는 여, 한나라 의원들 지칠 때까지..."


세간에 '시체놀이'라는 말이 있다. '누워서 가만히 죽은 사람처럼 있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행태가 꼭 그렇다.

임명안 처리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을 점거한 채 널브러져 있고, 열린우리당은 그런 한나라당이 지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며 무력증을 보이고 있다. 중간에 낀 '소야 3당'은 그런 거대 양당을 중재하기엔 힘이 없다.

본회의장 안 의원 철야조-본회의장 밖 보좌관 5분대기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본회의장 입구에 법전과 종이를 깔아 놓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본회의장 입구에 법전과 종이를 깔아 놓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의 임명동의안의 오늘(15일) 처리는 일단 물 건너갔다.

청와대는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처리가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을 국회로 넘긴 것이다.

열린우리당도 청와대와 보조를 맞췄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헌법재판관이 임명되는 즉시 본회의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임명동의안 처리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혀, 이날 본회의장 진입을 강행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는 휴회 결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열릴 수 있다.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주변에서 의원들을 대기시키고 사태 변화를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안팎에서 '더블 플레이'를 펼쳤다. 본회의장 밖에선 의원 보좌관들과 사무처 당직자들 100여명이 대기하며 농성을 벌였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우리는 공동운명체"라며 '5분 대기조'를 각오해달라고 당부했다.

보좌관들은 본회의장 밖에 '헌법'이라고 적힌 종이를 늘어뜨리고 "헌법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팻말을 들어 보였다. 두꺼운 헌법 책도 쌓아놓았다. 이에 대해 이병석 의원은 "우리 보좌관들이 아주 세련되게 하고 있다"며 치하했다.

본회의장 안에는 의원들이 의장 단상을 중심으로 A조, B조로 나눠 혹시 모를 경위권 발동에 대비하고 있다. 출석 체크에도 분주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일일이 의원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출석을 불렀다. 전체 의원 127명 중에 처음에는 21명이 빠졌다가 원내대표단의 개별 호출에 13명까지 불참자가 줄었다. 원내대표단은 "화장실 앞까지 가서 체크하겠다"며 내부 단속에 분주했다.

"민주노동당도 반대당론 확정한다면 표결"

오후 6시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은 24간째 본회의장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철야농성에 지쳐선지 곳곳에선 졸고 있는 의원들이 눈에 띄었다. 또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입장이 여유롭지만은 않다. 겉은 강경하지만 속내는 초초하다. '소야 3당'이 중재에 나서 "표결을 해도 반대가 유력하다"고 설득했지만 한나라당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민주당, 국민중심당은 '표결 처리-반대 당론'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마저 못미더운지 김형오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이 '반대 당론'을 확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 표결 처리하겠다는 것.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은 "표 계산을 하면 확실히 '부결'될 거라고 설득했지만 확신을 못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임채정 국회의장 포함 140명)과 민주노동당(9명)이 100% 찬성 투표를 하면 의결정족수(재적 의원 297명의 과반수 149명)를 딱 맞출 수 있지만, 이탈표를 배제할 수 없는데다가 표결을 강행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민주노동당은 찬성 분위기가 높지만 당론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영순 의원은 "민주노동당은 절차가 진행되면 표결에 응할 것"이라며 "(찬반) 내용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절차가 진행될 때 다시 의논해 결정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민주노동당이 막판에 '자유투표' 당론으로 한나라당의 표결 참여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 의원이 신발까지 벗어 놓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한 의원이 신발까지 벗어 놓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부동산 핵폭탄 맞은 열린우리당, 원내 전략은 없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본회의장에 잠시 들러 점거농성중인 동료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본회의장에 잠시 들러 점거농성중인 동료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열린우리당은 오후 5시께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한 의원은 "냉각기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좀더 두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해 장기전에 대비하는 눈치였다.

최근 부동산 문제로 여론 핵 폭탄을 맞은 열린우리당은 표결 처리를 강행할 동력이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 여론'이 고조되기를 기대하는 편이 나을 정도로 원내전략이 부재한 상태다.

의총이 끝난 뒤 50~60명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방문해 한나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분위기 '탐색전'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취약 부분이 어딘지 보러왔다"(송영길),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시라"(정청래)이라며 한나라당 의원들과 농담을 주고 받았다.

또한 지도부는 "우리는 폭력을 쓸 생각은 없다"(원혜영 사무총장), "저쪽에서 저러고 있는데 좀 천천히 해야지(이미경 비대위원)"라며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일(16일) 일본 출국이 예정된 국회 한일의원 연맹(회장 문희상) 소속 의원들은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 상황에 대비하기로 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의원들은 시체놀이? 네티즌은 댓글놀이?

1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마이뉴스> 국회 본회의장 생중계에 대한 네티즌 반응은 뜨거웠다. 달라진 상황이 없어 화면은 다소 지루했지만, 네티즌들은 7시간 동안 2천개가 넘는 댓글을 쏟아냈다.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의원들은 자기들이 생중계 되고 있다는 걸 알고도 저러는 건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회의 각 단위에서 모든 투표에 이렇게 물리적 충돌이 있으면 그 사회가 존립할 수 있겠는가"
"국회가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 친목회장인 줄 아나"
"부동산 대책을 그렇게 열심히 해봐라"


<오마이뉴스> 생중계팀은 '000 의원은 뭐해요'라는 독자들의 관심에 따라 화면을 이동해 클로즈업하는 '주문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또 본회의장 마이크가 꺼져 의원들의 육성이 제대로 들리지 않은 점 때문에 현장에 있는 기자가 댓글의 형태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기도 했다.

정치 현장이 있는 그대로 공개될수록 정치 '냉소주의'가 커진다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감시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생중계는 계속된다는 점, 알려드린다.

아이디 '봉파리'님은 "<오마이뉴스>의 현장주의에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라는 격려의 댓글을 남겼고, 생중계가 끝나자 "중계팀 자나?" "혹시 카메라 뺏긴 건 아닐까?"라며 관심과 걱정을 보내주신 독자들도 계셨다.


[1신 : 15일 낮 12시 25분]

"오늘 밤, 내일·모레 밤도 새우겠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을 앞두고 15일 오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을 앞두고 15일 오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에 임하는 한나라당의 자세가 매우 비상하다. 2005년 연말 사립학교법 개정안, 2006년 5월 부동산대책 법안 및 주민소환제 처리 등에 있어 번번히 열린우리당과 민주·민노 연합전선에 밀려왔다.

그래선지 이번만큼은 모든 것을 걸겠다는 자세다. "'물리적 저지'가 안 되면 '물리 외적인 저지'라도 하겠다"며 오로지 저지를 위한 '외통수'로 치닫는 모습이다. '물리 외적인 저지'란 헌법 소원을 말한다.

비장한 한나라당, 느슨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의원 80여명은 의장석을 둘러싼 채 점거농성을 계속하고 있고, 본회의장 밖에서는 100여명의 보좌관들과 당직자들이 모여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원내 전략을 지휘하고 있는 김형오 원내대표는 물리적 충돌에 대비, 보좌관들과 당직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며 전의를 다졌다.

"국회의원들은 밤을 새워 눈이 충혈되었다. 오늘 밤도 아마 새울 것이고 내일, 내일 모레도 밤 새우는데 여러분이 함께 하리라 생각한다. 10년 야당 생활을 청산하고 집권하려는데 용기없는 정파는 집권 못한다. 이런 부당한 헌법파괴를 막지 못하면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사그라진다. 여러분과 국회의원은 운명 공동체다.

한보협(한나라당보좌관협의회), 사무처 당직자가 비상체제로 '5분 대기조'로 움직여야 한다. 철야도 조를 편성해서 오늘 자정 100명이 이 자리에 이 상태로 있어 달라. 나라의 운명이 한나라당에 달려있다. 진정한 용기와 정의 불태우는 여러분의 정열을 요구한다. 이 일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다. 용기와 자신감 가져달라. 이겨달라."

김 원내대표는 이에 앞서 열린 지도부 회의에서 "어떤 협상도, 타협도 없다"며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만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열린우리당은 느슨한 편이다. 경위권을 발동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끌어낸 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표결을 강행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밀어붙이기에는 집권여당의 '여론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 부동산 정책에 대한 악화된 민심이 그 부담이다. 한나라당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오전 10시에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와 국회의장 단상 점거는 의회주의를 유린하는 폭거"라며 "국민은 책임있는 강력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고 의원들의 단결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의장석 점거농성이 진행되는 가운데 15일 오전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김근태 대표, 김한길 원내대표, 박병석 의원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의장석 점거농성이 진행되는 가운데 15일 오전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김근태 대표, 김한길 원내대표, 박병석 의원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소야3당, 중재는 하지만 '인준'은 찬반 입장 달라

'소야 3당'의 중재 시도가 남아 있지만 한나라당의 '노(no) 타협' 노선 때문에 합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민주노동당·국중당은 일단 표결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찬반 입장이 엇갈린다. 민주노동당은 찬성, 민주당·국중당은 반대 입장이다.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은 "우리 입장은 표결에는 참석하고 반대 투표를 하는 것이지만 한나라당이 막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표결 강행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박용진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절차적 위헌은 그냥 하는 소리고, 사람 자체가 위헌이라는 식 아닌가"라며 "노 대통령 자체를 위헌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3당' 원내대표단은 한나라당·열린우리당과 연이어 회동을 갖고 마지막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 임채정 국회의장도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마지막 절충점을 타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본회의장 안에서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는 30여명의 의원들은 책·신문을 보거나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하는 등 소일 거리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곽성문 의원은 철야로 피곤했던지 엎드려 잠을 청했다. 의장석에는 송영선 의원이 앉아 있다.

점심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본회의장에 20~30명의 의원들을 남겨 놓고 교대로 식사를 하고 오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