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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달라지고 있다. 쿠데타, 구타, 자살로 얼룩졌던 과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신선한 변화가 감돈다. 구타와 자살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군 복무환경도 많이 개선되었다. 그래서일까? 군 입대를 앞뒀거나 군대에 다녀온 2030 인터넷 세대가 바라보는 요즘 군대는 예전 그 암울했던 군대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군대가 떴다. '곰신'(고무신의 줄임말,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 짬밥, 하이바' 등의 말이 유행하고 있고 장병생활백서, 군 관련 콘텐츠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군대에 관심 많은 누리꾼들이 젊고 유쾌하게 인터넷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젊은 세대가 만드는 '밀리터리 트렌드'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입대한 남자친구 지키는 '곰신'

▲ 군대에 자원 입대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은혜정씨에게 '곰신' 모임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 은혜정
"영주권이 있는 남자친구가 영주권을 포기하고 자원입대했죠. 정말 예상치 않았던 일이었어요. 전 군대의 '군'자도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미국 유학중이던 은혜정(21)씨는 지난 9월 18일 갑작스런 소식을 듣는다. 북핵 위기가 한창이던 때, 남자친구가 군대에 자원입대를 한 것.

미국 영주권이 있기에 입대를 회피할 수도 있었지만 남자친구는 망설임 없이 입대를 결정했다. 군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은씨가 소스라치게 놀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위풍당당' 은씨는 슬퍼할 틈도 없이 그날부터 부랴부랴 인터넷을 검색했다. 다행히 인터넷을 통해 자신처럼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들의 모임 '곰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군대에 보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서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고, ('곰신' 카페에서) 꼭 위로의 말을 하지 않아도 글을 쓰면서 읽으면서 위로하고 위로받는 것 같아요."

마음이 불안했지만, '곰신' 모임을 통해 곧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은씨에게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일은 이제 두렵지 않다. 함께 고민을 풀어갈 '곰신'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인터넷에선 은씨처럼 군대 간 남자친구를 지키겠다는 '곰신' 열풍이 대단하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짬밥같이먹기' 카페는 회원 수만 12만 명에 달하며 매일 수십 건의 글이 올라온다. 얼마 전 남자친구가 입대한 치과간호조무사 김지숙(22)씨도 '곰신' 모임에 가입했다. 김씨는 '곰신' 모임에서 군대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도 전한다.

"'곰신' 카페에는 '곰신'들은 모르는 군대 관련 정보를 얻고 직접 군인들이 답변을 해주는 공간도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제일 큰 건 '곰신'님들과 고민을 공유하면서 해결한다는 점이에요. 일반적인 사소한 고민부터 시작해서 패션과 성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하게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위로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 싸이월드에 개설된 '곰신' 클럽. 군 입대한 남자친구를 둔 여성들이 모여 패션부터 성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을 나눈다.
ⓒ 싸이월드 화면 갈무리
'곰신' 카페 열풍은 무엇일까? 싸이월드 클럽 '♡아름다운 기다림(곰신&군화)♡' 운영자 조아라(23, 홍익대학교)씨는 '곰신' 카페의 장점을 이렇게 말한다.

"입대한 남자친구를 둔 사람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다른 클럽보다 마음이 잘 통해요. 친구나 가족 이상의 유대감을 느낄 때도 있죠. 서로 힘이 되어주기 때문에 2년(혹은 그 이상)의 기다림도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들은 이곳에서 남자친구의 군 복무로 생긴 고민이나 사랑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곰신'이 있기에 남자친구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 같다.

장병생활백서 모르는 누리꾼은 간첩?

▲ 공군이 직접 발행하는 웹진 '공감'이 인기다. 특히 장병생활백서는 2030 누리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 공감
여성 누리꾼들에게 '곰신' 모임이 인기라면, 입대를 앞뒀거나 제대한 남성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군대 관련 콘텐츠가 인기다.

공군이 직접 만드는 웹진 '공감'이 인터넷에서 인기다. 군에서는 유래가 없던 인터넷 웹진 발행이기에 누리꾼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AF통신, 장병생활백서, 공감플러스 등으로 이루어진 '공감'은 누리꾼들에게 공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군에 대해 설명해주는 내용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군대에 흥미를 갖게 만든다.

특히 장병생활백서는 네티즌들에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공감'의 기사가 <도깨비뉴스>에 링크되어 실린 '장병생활백서'는 모 포털사이트에서 스크랩 수가 수백 건에 이르는 등 인기다.

입대를 앞뒀거나 군대에 다녀온 2030 누리꾼들은 "군 생활이 기억난다", "장병 생활백서 모르면 간첩이다, 참 재밌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장병들이 출연해 만든 이 장병생활백서는 군 생활에 겪은 애로사항들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이밖에도 '밀리터리 토론방', '밀리터리 만화' 등이 누리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파워꼬레아'를 비롯한 밀리터리 토론방들은 군대에 관심이 많은 누리꾼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또 '짬', '츄리닝', '일상다반사'등 군대 만화도 인기리에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군대 만화를 즐겨보는 김지훈(25)씨는 "군대에 갔다 와서인지, 군을 배경으로 한 코믹한 만화에 공감을 느끼며 웃음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군대 용어, 인터넷 타고 '솔솔'

짬, 짬밥, 하이바, 땡보, 곰신, 곱창, ~말입니다, 얼차려, 짱박히다, 신삥, 뽀글이, 호박씨, 아저씨.

인터넷을 타고 군대 용어도 인기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미 유행어가 된 단어들도 많다. '곰신'을 비롯해서 군대에서 지낸 시간을 뜻하는 '짬', 군대 밥을 말하는 '짬밥', 편한 보직을 가리키는 은어 '땡보' 등이 자주 쓰이고 있다.

한남대에 재학 중인 전형길(24)씨는 일상에서 군대 용어를 자주 사용하며, 대학가에서는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나 여성들도 유행처럼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짬이나 짬밥, 고무신, 뽀글이 등을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해요. 특히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하죠.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요.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 많이 쓰다 보니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후배들이나 여성들도 많이 쓰는 것 같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국어사전에 기재된 군대용어도 여럿 눈에 띈다. 새로 전입한 신병을 말하는 '신삥', 봉지라면에 물을 끓여서 만드는 '뽀글이' 등이 이에 속한다.

국어사전에도 기재된 단어지만 군대 내부에서는 금지단어가 된, 그래서 사용할 경우 처벌 받는 단어도 있다. 숨다의 비속어 '짱박히다',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고참을 일컫는 '갈참', 다른 부대 사람을 일컫는 '아저씨' 등이 그렇다. 이 단어들은 비속어, 은어에 속하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밀리터리 트렌드, 그들만의 문화를 넘어 주류 문화로

▲ 비의 4집. 밀리터리 룩이 눈길을 끈다.
ⓒ 비
'월드스타' 비의 4집의 흥행 예상은 밀리터리 룩과도 관계 있다. 카키색 밀리터리 룩에다 알 사람만 아는 군번줄 목걸이. 대단하다.

놀랍다. 작년 여름에는 보아가 밀리터리 룩을 선보이더니 이번에는 비가 3집에 이어 또다시 밀리터리 룩을 입고 나왔다.

국내에서 마니아만이 주로 입던 밀리터리 룩을 국내 최고 가수들이 연이어 선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포털사이트의 개인 블로그 중엔 '밀리터리 룩'에 관해 묻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는 곳도 있다.

'밀리터리'는 패션뿐 아니라 드라마, 만화를 통해서도 친밀하게 다가오고 있다. 하나의 문화 유행으로 뜨고 있는 것.

드라마, 만화, 게임에도 밀리터리 요소 가득

▲ 드라마와 만화에서도 밀리터리 요소가 들어가 눈길을 끈다. 밀리터리 요소를 가미한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와 투니버스 드라마 <개구리 중사 케로로>가 인기다.
ⓒ KBS, 투니버스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는 군인 가족의 애환과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예전에 인기를 끈 밀리터리 드라마로는 공군드라마 <창공>이나 군대 드라마 <막상막하> 등이 있다. 이 밀리터리 드라마들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들만의 사회, 즉 군대 내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문난 칠공주>는 다르다. 이 드라마는 사회 전체에서 군인이란 직업이 자연스레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라마 속 군인의 위치 변화가 시청자들에게 군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 계급을 소재로 한 만화영화도 있다. 얼마 전 일본에서 건너온 한 편의 만화가 케이블에서 방영되었다. 이 만화영화는 지금 아이들에게 큰 인기다. 인물설정이나 내용에 밀리터리 요소를 곁들여 흥미를 끌었다. 다름 아니라 <개구리 중사 케로로>가 그렇다.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케로로 중사, 타마마 이등병, 기로로 하사, 쿠루루 상사 등인데 군대의 계급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밀리터리 요소를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가벼운 주제로 거부감을 없앤 것이 인기의 요인 아닐까.

스폐셜포스, 서든어택 등 밀리터리 요소를 가미한 게임도 인기다. 두 게임은 FPS(First Person Shooting)로 총, 수류탄 등 현대무기로 싸우는 3인칭 슈팅게임이다. 실제 전투모습을 닮은 현실성 때문에 '밀리터리 마니아'들과 '게임 마니아'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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