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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나 시트콤에도 시즌제가 도입됐다고들 이야기 한다. 그 예로 MBC시트콤 <논스톱>과 MBC주간시트콤 <프란체스카> <신입사원> <궁> 등을 들 수 있다.

<프란체스카>의 경우 1시즌과 2시즌 제작이 이미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기를 끌자 3시즌을 더 만들었다. <신입사원>의 경우 당초 MBC에서 방영되었으나 <무적낙하산요원>으로 제목을 바꿔 SBS에서 방영이 결정돼 방영 전까지는 신입사원 2시즌이 ‘맞다’, ‘아니다’를 두고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그러다 공식적으로 제작사, 작가, 주연이 동일하고 주제도 연장선상이라는 이유로 공식 인정했다.

<궁>도 방영 중반에 이르러 시즌제 드라마 제작을 결정했고, 20부에서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24부로 연장했다. 최근 2시즌 캐스팅을 모두 마쳤으며,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에도 진정한 시즌제 드라마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시즌제 드라마의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1년 주기로 드라마 제작, 시즌제

미국에서 이야기하는 시즌제 드라마는 1년 주기로 만들어진다. 한 시즌은 1편당 60분가량 혹은 시트콤의 경우 20~25분 정도로 만들어진다. 또 한 시즌의 드라마를 미리 완성해 연중 6~7개월 동안 방영하고, 다음 시즌 제작기간 동안 재방송을 한다.

이렇게 해서 시즌 10까지 방영된 <프랜즈> 와 시즌 6까지 방영된 <섹스 앤더 시티>가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 이것이 아니더라도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시즌제가 도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앞서 방영된 <앨리맥빌>과 <비버리힐즈의 아이들>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분명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시즌제는 미국의 그것과는 다르다. 제작사와 작가, 출연진이 같다고 해서 시즌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시즌제 드라마는 사전제작이 필수적이다.

시즌제가 아닌 속편이라고 바꿔야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와 시트콤은 어느 것 하나 사전제작을 하지 않는다. 사전제작을 하려면 당초 기획에서부터 시즌제임을 고려해야 한다. 그나마 드라마 <궁>은 사전제작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방영 일정이 당겨지면서 그마저 불발로 끝났다.

다만 우리가 지금 제작하고 있는, 방영된 작품들은 시즌제라기 보단 속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신입사원>과 <무적낙하산요원>의 경우, 주인공이 백수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신입사원>과는 다른 줄거리를 가졌기 때문.

캐스팅 논란이 일었던 <궁>도 마찬가지다. 당초부터 <궁>을 시즌제로 기획했다면 윤은혜, 주지훈, 이윤지 같은 배우들이 아예 출연하지 않았거나, 예정된 상황이기에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중반에 이르러 갑자기 결정된 사안에 대해 “연기자들이 연락조차 받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내용도 180℃ 달라진다고 한다. 강화도령의 모티브를 얻어 자장면 배달원으로 일하는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한다. 이것은 <궁>이라는 이름만 빌려온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즌제를 도입했다면 원작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드라마도 완결시키지 않은 채 끝을 내야했다. 그리고 윤은혜와 주지훈, 김정훈, 송지효 등이 다시금 투입되어 내용을 이어가야 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즌제 드라마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존 출연진들이 캐스팅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제작진이 간과한 부분이다. 신인연기자를 당연히 스타로 키워줬으니, 다시 출연하는 것이 ‘의리’있는 행동이라 오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의리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프로들이다. 무조건 자신과 맞지 않는데도 의리상 출연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시즌제 도입을 할 경우 공동 집필 시스템 도입 해야

물론 시즌제 도입도 어느 정도의 고정적인 시청률을 올릴 수 있어야만 제작이 가능하다. 결국 처음 기획에서부터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고 드라마 스토리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이러한 안목을 기르지 못했다. 사전제작 환경도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제 도입은 욕심일 수도 있다.

또 외국 드라마 중에서 시즌제 도입이 된 드라마들은 대부분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 됐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작 여건상 충분한 자료조사는 힘들다.

쪽대본을 받아 하루하루 촬영하는 것도 힘들고, 배경세트도 완성하지 못해 실사출력이 대신하는 여건에서는 더욱더 이뤄지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 집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작가들이 모여 하나씩만 아이디어를 낸다면 10개의 소재를 발굴할 수 있다.

공동집필체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짧은 시간에 쉽사리 소재고갈 문제에 봉착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제 도입을 해봤자, 속편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출연진들의 출연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할 것이며, 내용의 질도 보장받을 수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서의 시즌제 도입이 그렇게 불투명한 것은 아니다. 설경구와 손예진 주연의 시즌제를 목표로 사전 제작되는 <에이전트 제로(Agent Zero)>나, MBC에서 제작하는 <시골의사>는 가능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 시즌제 도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사전제작 도입과 장기적인 안목, 공동 집필 시스템이 이뤄진 다음에야 가능하다. 모든지 기본이 되지 않고서 성공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는 사실, 그것을 방송사에서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도 송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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