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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40분에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기온은 더욱 내려갔다. 덕유산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바람이 등짝을 마치 싸리빗자루로 후려치는 것처럼 갈기고 지나간다. 마음속 시계는 한 치도 어김이 없었다. 꼭 30분을 채웠다.
아이들이 참 대견했다. 물 속에서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고 일렀더니 물에 들어간 그 자세로 30분을 견뎠다. 틈틈이 나는 '몸 근육 긴장을 풀어라', '오그라드는 몸을 그냥 내버려둬라'고 일렀다. 아이들은 그때마다 웅크린 자세를 풀었다.
깜깜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똑 같이 주장했다. "이제. 물수련 다 끝났다"고. 지리산에서 5일 이곳에서 2일. 그래서 일주일 물수련을 다 채웠다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학교에 연락을 해서 확실히 하겠다고 했다.
마리학교 교장선생님께 아이들 말을 전했다. 교장선생님은 아니라고 했다. 이곳 덕유산 기슭에 있는 1주일 내내 하루 두 번씩의 물수련을 하기로 함께 정했다고 한다.
2006년 11월 15일
교장선생님과 통화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전했다. 아이들이 교장선생님과 직접 통화를 했다. 한참을 네 명의 아이들이 돌아가며 얘기를 나누더니 나를 불러 전화기를 건넸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 주장이 자신과 다르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했다. 내 곁에서 네 아이는 귀를 쫑긋 세우고 내 입을 주시했다. 짐짓 나는 딴청을 부렸다.
"아이들이 물수련을 워낙 좋아하니 저녁에 하는 온 몸 물수련은 빼고 새벽 손 담그기 물수련만 해볼까요?"라고 말을 했다. 아이들이 눈짓손짓으로 거부표시를 했다.
교장선생님은 내가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하셨다.
아이들과 회의를 했다.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물수련을 그만하자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춥고 힘들다는 것이었다. 춥고 힘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그걸 통해서 뭘 느꼈느냐가 물수련 계속여부의 관건이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물수련이 참 좋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럼 물수련을 계속하자고 했더니 그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결론을 이렇게 봤다. 저녁밥을 먹고 생활일기를 쓴 다음에 이어서 '물수련 1주일의 종합소감'을 쓰고 그것을 평가하여 최종판단을 하기로 했다. 잠정적으로 오늘 저녁의 물수련은 없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 이미 판세가 물수련을 이쯤에서 끝내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아이들이 좋아했다.
저녁에 삽겹살 파티를 화려하게 끝내고 네 명이 소감문을 발표했다. 꾀를 부리기는 할지언정 자기가 해야할 몫이라 여기고 의연하게 물수련을 해낸 아이들이 대견하고 흐뭇했다. 소감문이 발표되었다. 물수련 과정이 잘 드러났다고 칭찬을 하고 두 가지를 덧붙이면 좋겠다고 했다.
학교에서 왜 하필이면 물수련을 하게 했을지 생각해 보는 것과 물수련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를 덧붙이라고 했다. 그러자 물수련에 대해 독보적인(?) 주장과 해석들이 나와서 우리는 많이 웃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물수련 소감문이 아래 내용이다. 그리고 물수련을 여기서 끝내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덧붙이는 글 | <물수련기1. 1학년 남.>
나는 지리산 피아골에서 처음으로 물수련을 접해봤다. 하기 전에는 뭐 까짓거 해 보지 했는데 막상 저녁 하반신 담그는 걸 해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물수련 들어가서 한 12분은 춥다가 한 15분 정도 까지는 안 춥다. 그러다 나머지 10분쯤에 엄청 춥다. 끝내고 나와서 옷을 갈아입는데 발이 무감각해져서 바지를 입는데 휘청거렸다. 그리고 10분간 무지 춥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6시에 산을 오른다.
오르다보면 다리가 있는데 그 밑에서 손 담구는 물수련을 한다. 그리고 12시에 발 담구고 5시에 하반신 10시에 하반신. 이걸 5일동안 하였다.
물수련 하면서 물수련 선생님이 자기 기도를 하라고 그랬다.
자기기도를 했다. 물수련을 계속하다보니깐 들어가 있을 때 그렇게 춥지도 않았다.
(보충)
교장샘이 왜 하필 물수련을 보냈냐면 일단 물수련을 하면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이니깐 물에 그 찬 기운이 내 몸안으로 들어오면서 따뜻한 기운을 빼내간다.
병균이나 악은 따뜻한 곳으로 간다는데 물수련을 하면 찬기운이 들어온다. 그럼 따뜻한 기운이 빠져나가게 되는데 빠져나가면서 몸에 악한 기운과 병이 나가면서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 된다.
<물수련기2. 2학년 남.>
물수련이 주는 의미는 몸과 정신 두 가지 같다. 그리고 물수련의 종류도 3-4가지 됐다.
일단 첫 번째로 몸에 주는 의미는 몸에게 활력소를 불어넣어서 피로를 싯어주고 피부를 맑게 해 주는 거 같다. 몸에 있는 나쁜 걸 가져가고 몸에 좋을 걸 물이 넣어줘서 몸이 깨끗해지는 걸 물수련을 하고나서 느꼈다.
또 정신에게 주는 의미는 일단 정신이 맑아져서 집중이 잘 된다. 그래서 생각이 잘 됐다.
일단 교장선생님의 말씀대로 자기 기도를 했다. 하면서 하니깐 물이 그렇게 차진 않았다. 그리고 손이나 발을 넣는 물수련도 했는데 발이ㅣ나 손이나 때가 많은데 때를 씻어 내는 것 같다.
(보충)
교장샘이 우리에게 물수련을 왜 시키는지는 자연에 깃든 물에 몸을 담구고 있으면 그만큼 물에서 있으면 좋은 기운이 들어와서 그러신 거 같고 또 그 물에서 생각을 하면 생각이 잘되고 자기 기도를 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물수련기3.1학년 남.>
처음 물수련을 하기 전에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하다 보니 힘들고 춥고 그랬다.
그래도 물수련 하면서 춥다고 생각을 안하고 춥지 않다고 생각을 하면 추운게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망설이다가 들어가고나면 별로 춥지않다. 그런데 20분정도 지나면 막 추워지고 감각이 없어진다. 솔직히 물수련은 끝부분이 힘들다. 물에서 나오면 몸이 너무 떨려서 서 있기도 힘들고 숨도 잘 못 쉬겠고 너무 떨려서 턱이 아프다.
그래서 물수련은 끝부분 때문에 하기 싫어진다. 그래도 물수련 때문에 이득을 본 것도 있다. 어제 몸이 아팠는데 물수련을 하고 나니까 아픈것이 많이 나아지기도 했다. 물수련이 몸에 좋긴 좋을 것 같다.
(보충)
교장선생님이 물수련을 시키신 이유는 지금시기에 나무가 얼지 않게 물을 뿜어내는데 그 물의 기운을 받아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시키신 것 같다.
<물수련기4. 2학년 남.>
물수련 한 지 일주일.
아직 춥고, 힘들기만 한 물수련.
물수련을 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손 끝과 발 끝에 구멍이 생겨서 물이 내 몸을 순환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춥진않다. 처음 들어갈 때랑 나갈 때가 가장 춥고 힘이 드는데, 그때만 잘 참으면 그리고 그때만 없으면 물수련을 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뒤에는 한 시간동안 마비상태인데 일을 해야하니 더 힘들게 느껴진다. 빨리 밥먹으러 가야겠다.
그럼 이만.....
(보충)
밥 먹고 왔다.
희식쌤이 보충하라 해서 쓰는건데....
교장쌤이 우리를 왜 물수련을 하게 했는지 알아보라고 하셨다.
교장쌤이 물수련에 보낸 이유는, 우리보고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보내신 것 같다.
지구에는 물이 생긴 뒤로 식물이 자라고, 그 뒤로 물고기(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등이 생겼다. 그 옛날 기운을 받아 우리가 예전처럼 돌아가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물수련을 보낸 것 같다.
물수련기는 아이들의 동의를 얻고 올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