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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얼음이 꽝꽝 어는 찬 물로 설거지를 하는 학생
아침마다 얼음이 꽝꽝 어는 찬 물로 설거지를 하는 학생 ⓒ 전희식
지난달 말에 전주에서 중학생 두 명이 왔었다. 자연히 비교가 된다. 주변에 대한 배려나 관심, 자기주장이나 자율적인 판단 등에서 많이 다르다. 마리학교 아이들에게서 발견하는 특징이 있다. 기가 살아있다는 점과 말이 통한다는 점이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든지, 아니면 쑥맥처럼 짜부라져 있든지 하는 게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그러나 마리학교 아이들은 당당하다.

눈치도 없이 '이것 해 달라', '저것 사 달라', '뭐가 먹고 싶다' 등 자기표현이 거침이 없다. '일 안 하고 놀겠다', '방에 들어가 자겠다', '물수련 안 하겠다', '장작 패겠다', '불 피워달라', '고구마 구워먹겠다', '도끼질 가르쳐 달라' 등 자기주장이 참 많다. 그러나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 또는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을 설명하면 금새 이해하고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주워 온 폐 목재에서 못을 빼는 한 아이. 다른 귀농자가 못 빼는 요령을 가르쳐 주고 있다.
주워 온 폐 목재에서 못을 빼는 한 아이. 다른 귀농자가 못 빼는 요령을 가르쳐 주고 있다. ⓒ 전희식
어제(16일)는 우남(마리학교 2학년)이와 선재(마리학교 1학년)를 야단쳤다. 빨래를 했는데, 장갑과 양말이 물에서 헤엄치고 놀다 나온 듯했다. 흙과 모래가 그대로였다. 야단을 쳤는데 눈도 꿈쩍하지 않고 새로 깨끗이 빨래를 했다.

말이 통한다는 점이 이런 점일 것이다.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면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바뀐다. 이야기를 하면 말이 통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두 평 남짓한 방에서 일곱이 잔다. 첫날을 여덟이 잤다. 온돌방이 불이 잘 들어 너무 따끈 거려 이불을 깔고 잔다. 자다 보면 다리가 배나 머리에 올라가 있고 이불이 뒤바꿔있다. 이 작은 집에서 11남매를 키웠다는 나도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옹색한 잠자리를 고마워한다.

공구를 하나 찾으려면 한참이 걸린다. 아이들이 아무 데나 던져놔서 그렇다. 부엌 구석에 엊그제 사다 준 요구르트 음료 병이 나뒹굴고 새 장갑통에 흙투성이 장갑이 마구 버려진다. 쓰려고 준비해 둔 목재가 아궁이에 들어가고, 흙벽을 함부로 짚어서 움푹 손자국이 난다.

부엌 턱을 만들어 놨는데 밟지 말래도 밟아버려서 돌로 쌓은 단이 여러 개나 무너졌다. 일을 하는 것보다 일을 만드는 것도 많다.

굴뚝을 세우는 학생. 옆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18살로 고등학교를 그만 두고 귀농을 택한 청년이다.
굴뚝을 세우는 학생. 옆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18살로 고등학교를 그만 두고 귀농을 택한 청년이다. ⓒ 전희식
그러나 하나씩 설명을 하고 가르치면 빈틈없이 잘한다. 부엌 천장을 만들면서 타카기 사용법과 이치를 선재와 주연이에게 설명했었다. 특히 안전장치에 대해. 그리고 전기배선을 하면서 전열선과 전등선을 왜 분리하여 배선하는지, 그리고 전열선을 왜 굵게 배선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전기 히터 하나가 형광등 50개만큼 전기를 먹는다는 말에 놀라기도 했다.

우뭇가사리를 삶으면서 이걸 황토와 섞어 흙물 도배를 하면 종이도배보다 훨씬 좋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도끼질하면서 나무의 결과 나이테로 남/북 방향을 알아내는 법도 알려주었다. 굴뚝을 세우면서는 공기의 흐름과 그 방향을 이야기했다. 이해를 하는지 못하는지 사뭇 진지하다.

추운 아침 매일 매일 '수벽치기' 수련을 하는데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게으름을 피울지언정 하지 않으려고 떼를 쓰지 않는다. 심부름이나 일도 마찬가지다. 의견이 엇갈리면 의논하고 타협을 하면 다 된다.

두 녀석이 입에 욕을 달고 살았다. 작심을 하고 어젯밤에 불러냈다. 깜깜한 밤에 마당에 따로따로 세워놓고 세 가지 숙제를 줬다.

무너진 흙 벽을 쌓은 아이
무너진 흙 벽을 쌓은 아이 ⓒ 전희식
어떨 때 욕을 하게 되는지와 욕이 섞이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지, 마지막으로 욕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여 생각이 다 되면 나를 부르라고 했다.

한 놈이 10초도 되기 전에 나를 불렀다.

"집짓기 쌤∼ 생각 다 했어요!"

나는 욕이 몸에 밴 버릇인데 10초 만에 다시는 욕을 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그냥 돌려보냈다. 그놈이 모진 놈이었다. 근 두 시간을 덕유산 밤 바람을 맞으며 장승처럼 마당에 서서 생각에 빠진 것이었다. 식사 시간에는 말을 하지 말고 생각을 계속하라고 했다.

두 녀석이 세 가지 숙제를 노트에 써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리학교 아이들. 참 예쁜 아이들이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마리학교 같은 학교가 있었다면 좋겠다고 말하자, "왜요? 네? 왜요?" 자꾸 되물었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그 이유를 너희들이 아예 몰라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했다.

덧붙이는 글 | 마리학교(www.mari.or.kr) 누리집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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