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은 너무 많아>와 KBS의 닮은꼴?
마지막으로 방송된 안슬기 감독의 <다섯은 너무 많아>는 지금 시대 가족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창조해낸 작품이다. 도시의 주변부 인생들이 하나, 둘 우연히 만나 정을 주고받고 소통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이 작품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이 만들었다고 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특히 부모님과 갈등관계에 있는 주인공 '시내'(조시내)가 자신의 좁은 자취집에서 가출청소년, 중국동포, 분식집 아저씨와 동거를 하며 오글오글(?) 모여 자는 장면은 너무 따뜻해 이상하게까지 느껴졌다. 혼자 살기도 비좁은 집. 보통 사람 같으면 내쫓고도 남았을 '수상한' 사람들. 그 사람들을 시내는 하나 둘, 그리고 셋까지 보듬는다.
온도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은 있지만 KBS의 독립영화관 종영은 <다섯은 너무 많아>에서 있었을 법한 '시내'의 갈등을 비슷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가 이상한 가족을 비아냥거릴 때, 그리고 청혼을 받아 새로 생긴 가족을 버려야 할 때, 수입은 없는데 입은 늘어만 갈 때마다 시내도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내보내, 말아?"
최근 방송사의 고민도 비슷하다. 방송통신융합과 내년 3월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FTA는 공영방송을 비롯한 매체환경의 변화를 부른다. 공공성이나 다양성을 위험하게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방송가는 경쟁체제로 몰려가며 소수자의 프로그램을 보듬기보다 하나, 둘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KBS와 같은 공영방송도 고유권한인 편성권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재단하면서 자체 채널의 특징인 공공성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지난 17일 '독립영화관 폐지반대 2차 성명서'에서 독립영화관의 비정기적 편성을 결정한 KBS에 대해 '비정기적 편성이라는 여론을 호도하는 말로 폐지나 다름없다. 연중 몇 번의 이벤트로 영상 문화의 다양성 확대라는 공영방송의 의무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각성해야 할 것'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지적하기도 했다.
스크린쿼터와 배급사, 그리고 독립영화
KBS의 독립영화관의 종영은 공영방송으로의 의무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미래인 독립영화가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상영되던 창이 사라진다는 의미에서 영화계 전체의 위기를 뜻하기도 한다.
전체 스크린의 수가 1450개인 국내에서 자체 상영관까지 보유하는 거대배급사와 소규모배급사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쪽은 거대배급사의 상업영화다. 비상업적인 영화나 독립영화는 그 작품성이나 독립영화가 갖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선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또한 흥행이 보장된 할리우드영화를 계약하기 위해서는 다른 할리우드 영화를 같이 계약해야 하는 극장의 상황을 볼 때에도 흥행이 보장되지 않으면 스크린 확보조차 어려운 국내 영화가 설 자리는 점점 초라해져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FTA협상카드이자 미국의 전제조건인 스크린쿼터제가 위협받게 된다면 지금도 위기에 처해 있는 독립영화가 앞으로는 관객으로부터 존재감조차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립영화관>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는 쏟아지고 스크린은 넘치는 시대지만 배급이 영화 흥행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독립영화는 극장 근처에라도 가기가 어렵다.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실험성과 영화적 상상력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독립영화는 그렇기에 영화의 미래이다. 지금처럼 다양성이 실종된 극장 문화가 계속된다면 분명 한국영화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시청률 경쟁과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는 미디어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진정한 경쟁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스크린쿼터제 축소와 영화산업의 배급구조를 따져볼 때 무엇이 변화의 중심에 있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