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저지집회, 연가투쟁, 파업궐기에 노동자대회까지... '긴장'의 한 주
한미FTA 저지 범국본 등이 제출한 집회 신고를 허가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던 것도 경찰의 불안한 속내를 반영한 사안이다.
경찰은 평일 도심 행진으로 인한 '교통 체증'을 이유로 집회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쳐 놓은 '폴리스라인(경찰 통제선)'을 참가자들이 벗어날 경우,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한미FTA 저지 범국본 집회보다 규모가 더 큰 한국노총의 집회를 허가해 준 점은 대조적이다. 경찰은 한국노총이 '평화적 집회'를 철저히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노총은 19일 "오는 25일 전국노동자대회에 노조 간부로 구성된 1천여명의 질서유지대를 집회장에 배치해 질서 있고 평화적인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청에는 교통을 통제할 교통경찰 외에 전투경찰을 배치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단 1건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평화집회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청도 "한국노총의 결정을 믿겠다"며 두 손을 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경찰의 집회 허가 조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도심 교통 체증과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경찰이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국민중연대와 민주노총 등이 참가하고 있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집회 시위의 자유 확보 연석회의'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는 거대 언론에 의해 여론이 독점된 상황에서 의사소통의 통로를 가지지 못한 사회 소수자와 약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주장하며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요구했다.
반면 전의경부모모임 등 단체는 시민의 도시 생활권 존중, 원활한 교통소통 협조, 소음 최소화 등 '집회시위 삼강오륜'을 내세우며 노동·사회단체의 평화시위를 촉구하고 있다.
바뀌는 집회문화, '악몽' 끝날까
집회·시위 문화도 조금씩 바뀌는 중이다. 지난 12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노동자대회에는 4만여 명이 모였지만 우려가 높았던 교통 체증이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도 이런 분위기를 타고 평화시위를 정착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근 이택순 경찰청장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집회장 주변에 차벽(경찰버스로 도로봉쇄)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봉쇄 전략'을 버림으로써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물리적 충돌의 원인도 없애겠다는 뜻이다.
이번 주는 경찰의 평화집회 정착 노력이 '겨울의 악몽'을 잊게 할만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일주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