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비치는 평온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일요일 오전, 중앙역앞에서 필자는 베오그라드의 자랑인 성 사바 성당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창가에 앉아 지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앉은 한 젊은이가 필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창밖을 가리켰다.
순간 당황을 했지만, 순수해 보이는 그의 모습과 주변 세르비아 아주머니들이 바라보는 비범한 시선에 바깥을 내다 보았다. 동양에서 온 여행객에게 자랑스런 역사적 유적지를 보여주려는 그들의 친절함이라고 생각했던 필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가 보여준 것은 다름아닌 반쯤 무너져 내린 건물이였다. 이외에 눈에 띄었던 것은 무장한 군인 한명이 그 건물앞에 서있는 모습 그것 뿐이였다.
무너진 건물 더미를 보여주려 한것인가 - 의문을 가지며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리자 마주보고 있던 아주머니는 '나토, 나토'를 반복하시며 손짓으로 뭔가 설명을 하셨다.
'나토?'
젊은이가 얼른 영어로 설명을 해주었다.
바로 99년 나토(NATO)의 세르비아 공습때 폭격을 받은 세르비아 육군본부 건물로,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그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의 권유로 버스에서 내려 현장을 살펴보았다.
버스와 전차가 끊임없이 오고가는 시내중심가 교차로의 한 편에 서있는 흉직한 건물 - 잘 살펴보니 주변 건물들에는 아직도 파편의 흔적가 검게 그을린 모습이 남아있었다.젊은이는 폭격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일어났고, 이 건물 이외에도 시내외 몇 군데에 이런 건물들이 더 있다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인종청소와 학살이 자행되었던 세르비아의 코소보사태(현재도 진행형인) 그리고 99년 나토의 일방적인 세르비아 공습의 타당성과 정당성을 논하기에 앞서, 폭격으로 무너져 내려 폐허로 변해버린 건물더미는 전쟁의 잔혹성과 비극성 그리고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였다.
베오그라드 - 평화로운 거리, 그러나...
베오그라드 젊은이들의 명소 '공화국 광장'. 광장을 주위로 베오그라드 국립극장과 국립박물관이 위치에 있었고, 주변으로 노천카페와 상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점심식사를 즐기며 바라본 거리와 행인들의 모습은 그들의 웃음처럼 순박하고 그들의 시선처럼 따뜻해 보였다.
하지만, '코소보' 관련 기사로 가득한 세르비아 영자신문을 살펴본 순간 이들에게 평화의 모습은 가깝지 않는 다가가기 힘든 것이라는것을 느끼해 해주었다.
나토가 남긴 흉물스런 건물과 평화로운 베오그라드의 주말 - 그속에서 그들은 행복과 번영을 찾아 살고 있지만, '코소보' 로 대변되는 인종-종교간의 갈등과 분쟁은 아직도 그들에게 현재진행형의 모습이였다.
티토의 대통령궁이였던 '백색궁전' 주변을 관람하고, 시내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또 하나의 건물더미를 보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대사관과 국가주요기관이 밀집한 지역이였다. 도시곳곳 박물관의 형태도 아닌 무너져 내려 벽돌 더미로 변한 건물더미들을 7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대로 방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월이 흘러 다시 이곳을 방문할 이유인듯 느껴졌다.
'하얀 마을'을 뜻하는 베오그라드-새롭고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적 유물들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더 넓고 깊게 변모시키는 기회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하얀마을 베오그라드에 조용하게 샘솟고 있는 평화-곧 그들에게 진정한 평화의 모습을 가져다 줄것이다.
덧붙이는 글 | * 베오그라드 여행의 장점
1. 저렴하다.(발칸 여행의 장점)
2. 동유럽, 발칸 여행의 중심지로 활용.
베오그라드 중앙역에서는 -> 부다페스트, 비엔나, 자그렙, 소피아, 부쿠레슈티, 이스탄불, 키예프, 모스크바행 기차가 있다. 이곳 기차표 가격은 헝가리와 크로아티아내 구입가격보다 20--40% 저렴 (학생할인 가능)
베오그라드 버스 터미널에서는 -> 몬테네그로 대부분의 도시, 보스니아,크로아티아행 버스가 있다.
3. 절대 안전하다!
* 베오그라드 공식관광홍보 사이트 (영어)
http://www.tob.co.yu/english
베오그라드시 사이트 (영어)
http://www.beograd.org.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