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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지난 5월 9일 국회 직원 김영희(가명)씨는 퇴근 후 5살 난 딸아이를 목욕시키다 몸 곳곳에 피부가 빨그스름하게 부어오른 것을 발견했다.

이상히 여긴 김씨는 아이에게 "이곳이 왜 그러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낮에 바깥놀이를 하고 있는데, 국회에 견학 온 초등학생 오빠들이 (자신을) 어디로 데리고 가서 눕혀 놓고 만지고 그랬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5월 10일 해바라기아동센터에 사건을 접수하고, 어린이집에 이 사실을 알렸다. 병원 진단 결과, 질과 항문 주위에 성적 학대로 인한 발적이 있어 성폭력 가능성이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 사건 이후 아이는 낯선 곳이나 어둠에 공포를 느끼는 급성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어린이집도 그만두고, 매주 소아정신과 병원에서 유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없는' 쪽으로 경찰 수사가 잠정결론 내려지면서 피해 아동 부모와 보육교사 간의 '진실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어린이집에서 과연 사건이 일어났는가?, 보육교사가 이를 알고도 묵인, 은폐하려 했는가? 등이 주요 쟁점이다.

피해 아동과 같은 반인 또래 아이 3명은 성폭행한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을 담당 보육교사 2명 중 1명이 혼을 내고, 1명은 옆에서 이를 지켜보았다고 진술했다.

보육교사들은 보육시간 중에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피해 아동 부모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들 보육교사에 대해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조사했지만 90% 이상이 진실이라는 결과가 나와 직무유기 혐의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피의자가 없는 무혐의 상태로 판명, 서울남부지검으로 송부되어 현재 경찰로 재수사 요청이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영등포 경찰서 측은 "피해아이의 진술로만으로는 용의자인 초등학생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회 사무처와 보육교사 측은 "사건 발생 이후 보름이 지나 피해 부모가 뒤늦게 이를 어린이집에 알린 점, 아이들의 진술 중 성폭행 장소가 잔디밭과 연수원 건물로 조금씩 엇갈리는 점" 등을 들어 사건이 국회에서 일어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 아동 부모는 "사건 당시 피해 아이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있었던 또래 아이들이 얘기한 내용이 일치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있다. 또, 아이 4명이 같은 장소에 있었던 시간은 어린이집 보육시간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 주장하는 보육교사들의 의견은 주관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피해 아동 부모는 사건 인지 직후 3개월 동안 성폭행 사건을 쉬쉬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회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정신적, 물질적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국회 어린이집 자모회 측도 "아이들 안전에 관한 종합적인 점검과 대책을 마련하라"며 국회 사무총장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어린이집 자모회 측의 항의가 거세지자, 국회 감사관실은 지난 9월 피해 아동 부모, 보육교사, 해바라기아동센터의 진술과 경찰 수사 진행 상황 등을 토대로 내부 감사를 벌였다. 그리고 서둘러 해당 보육교사 2명을 보직 변경, 어린이집이 아닌 국회 내 다른 부서의 연구직으로 발령을 냈다. 또 국회 어린이집 주위에 CCTV와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는 울타리를 설치했다.

한편, 국회 운영위 소속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11월 17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국회어린이집 성폭력 사건'을 집중 추궁했다.

최 의원은 ▲2004년, 2005년 국회 어린이집의 보육시설안전교육계획 수립이 되어있지 않았지만 해당 지자체인 영등포구청이 잘 되어 있다고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점 ▲국회 어린이집이 지난해 아동 안전교육 시간을 채우지 않은 점 ▲사고 보고서에 성폭행 사건이 누락된 점 ▲국회 사무처 직원의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이 55%에 불과하여 성폭행 사건을 제대로 감사했을지 여부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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