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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무용원 현대무용 수업 장면
한예종 무용원 현대무용 수업 장면 ⓒ 김기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황지우·아래 한예종)란 이름은 더 이상 예술계에서 낯설지 않다. 무용을 따로 떼어놓고 말한다면, 과거 무용계의 중심은 특정대학 한군데 쏠려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특정학교에 예전처럼 무게중심이 전적으로 쏠리는 현상은 줄어들었다. 무용계의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으나 그 역할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 것이 한예종 무용원이었다.

무용원이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월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무용원 선후배들이 한데 어우러진 사흘간의 공연도 있었다. 그리고 많은 무용 공연에 한예종 출신 이름들을 발견하기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민간 직업무용단(매월 월급을 지급하는 단체)가 대단히 드문 국내 무용계 실정은 무용단이란 이름은 많아도 소속된 무용수는 많지 않다. 자연 공연 때마다 객원무용수들을 기용하게 되는데, 객원무용수들은 짧은 시간에 안무를 익히고 표현해내야 하기에 높은 기량이 요구된다. 안무가들이 선호하는 상위 순위에 한예종 무용원 출신 무용수들이 이름이 자주 오른다.

한예종은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예술지망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한예종 출신들이 국내외 콩쿨을 휩쓸고, 졸업 후 국공립 무용단체에 입단하는 비율이 높다. 또 하나는 문화관광부에서 설치한 한예종은 다른 학교에 비해 학비 등이 저렴하고, 학생들의 예술활동에 대한 지원환경이 우수하다.

한예종 무용수업 장면
한예종 무용수업 장면 ⓒ 김기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타 교수진의 포진이다. 총장들의 면면부터가 그렇다. 현 황지우 총장, 전임 이건용 총장, 초대 이강숙 총장 등 모두가 해당 분야에서 이름난 인사들이다. 그뿐인가 참여정부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이창동 교수, 현재 문화예술위원회 무용위원인 김현자 교수 등 최근 문화예술계를 이끄는 중추세력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이렇듯 잘나가는 한예종에 대해 고운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특히 한예종이 숙원사업처럼 추진하는 설치법(한국예술학교 설치법)에 대해서는 많은 예술대학들이 발끈해 일어서기도 했다. 한예종은 미국의 줄리아드 같은 컨써바토리로 설립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대학의 대학원 과정은 존재해도 석박사의 학위는 주지 못한다.

일반 대학이 한예종 설치법을 저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그렇게 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교육자원부 소속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한예종 입시는 일반 예술학과와 달리 실기 위주로 선발한다. 어쨌거나 무용계 전반이 직간접적으로 한예종 출신 무용수들을 인정하면서도 학교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상, 설치법은 어느 쪽이 됐건 한쪽은 포기해야 해소될 어두운 그림자이다.

무용원은 서초동 예술의전당 벨트에 놓여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술의 전당과 국악원 사이에 있다. 지난 10년 무용원에 대한 자체의 평가와 미래 전략을 듣기 위해 전미숙 원장과 김현자 교수를 찾았다.

전미숙 무용원 원장
전미숙 무용원 원장 ⓒ 김기

두 교수에게 세 가지 질문을 동일하게 제시하고 그 답변을 연이어 싣는다.

-무용원 10년에 대한 자체 평가를 한다면?
전미숙 "10년이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젊은 무용수들에게 있었다고 본다. 무엇보다 무용수가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선 원장님들이 잘 이끌었고, 그 결과 국내 무용콩쿨에서 예종 학생들은 발군의 기량을 보였다.

다양한 중점교육을 통해 무용가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고자 한다. 특히 창작에 대한 요구와 열의가 높은 요즘 창작을 위해 개인이 원하는 것은 아무런 제약없이 할 수 있는 환경은 독립적 무용가를 배출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 결과 무용 한 작품에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간접적인 평가로 이해해달라."

김현자 "처음 토대를 잘 갖춘 것이 주요했다. 그런 면에서 초대 이강숙 총장의 예술에 대한 이해와 시각이 무용원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무용원이 처음부터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으나 좋은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고, 선생님들이 열심히 지도한 결과는 우리(예종교수들)가 아니라 외부에서 인정하기로 대체로 성공적이다.

무용원을 비롯해서 한예종의 장점은 학제는 물론 모든 상황에 대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에 있다. 또 한 가지, 교수들이 학생들을 묶어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학 중이건, 졸업 후건 과거와 같은 도제관계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학교 교수들보다 작품하려면 무용수 구하기가 더 어렵다.(웃음)

한국무용 김현자 교수.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용위원
한국무용 김현자 교수.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용위원 ⓒ 김기

-무용원 10년이 무용계에 끼친 영향에 대해 말해달라.
전미숙 "무용교육의 전형 혹은 모델을 제시했다고 본다. 물론 우리 학교를 비난하는 시각들도 잘 알고 있으나, 그분들도 예종의 교육방법에 대해서는 긍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결과 각 예술대학들이 순위보다는 나름의 색깔을 찾게 되고 그것이 정착해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예종이 전적으로 그 변화를 주도했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우나 일정한 역할은 담당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예술계가 수평적 스펙트럼을 지향하는 것은 소속학교를 떠나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현자 "국공립단체는 물론 어지간한 유명 안무가의 무용작품에 예종 출신 무용수들이 자주 보인다. 그것이 가장 큰 영향이 아니겠는가? 4년 과정을 마치는 것만으로도 직업세계에서 무리 없이 전문적인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개별작품에 대한 구체적 해석과 표현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위한 기초가 잘 닦여 있느냐다. 무용원 출신 무용수들은 그런 측면에서 안무가들의 눈길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무용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끝으로 향후 10년에 대한 전망을 말해달라.
전미숙 "무용원 설립 10년이 됐으니 졸업생을 배출한지 5,6년 된 셈이다. 그 동안 국내외 콩쿨에서 발군의 기량을 확인시켜주었다. 얼마 전 국내파 김선욱군이 영국 리즈콩쿨에서 우승해서 화제된 것처럼 예술학도들이 유학을 선택하지 않아도 국내에서 모든 교육 커리큐럼을 갖추는 것이 향후 예종의 과제다."

김현자 "일반 학교에 비해서 연습실 등 여건이 좋다고는 하지만 워낙 학생들이 실기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항상 부족하다. 그 때문에 학생들은 밤 늦게까지 연습하느라 녹초가 된다.더 많고 쾌적한 연습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용원은 예종만이 타 학교 학생들도 자유롭게 드나들며 진취적 세대들의 연결해주는 교류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가 성장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 안의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이다."

애초에 한국의 줄리어드를 지향하고 설립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적어도 실기부분에는 분명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추진하고자 하는 설치법을 통한 변신의 방향에 대한 대학사회의 동의를 이끌어내느냐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예종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예종의 뒤에는 일반대학과 달리 문화관광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불과 10년의 역사를 통해 세계적 권위를 가진 줄리어드를 따라잡으려는 것이 과욕일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느긋하게 바라볼 것도 아니다.

현재도 많은 예술영재가 해외로 교육받기 위해 장도에 오르고 있고, 그 과정을 국내에서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꼭 예종만이 아니라 한국 예술대학이 도달해야 할 당면의 목표이다. 그곳에 누가 먼저가 아니라 함께 가는 고민을 갖는 것도 예종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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