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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사회봉사단 '느린소'
한림대 사회봉사단 '느린소' ⓒ 한림대학병원
글을 모르는 할머니의 처음 병원 출입은 답답하고 막막했다. 하지만 직원들 연락처를 들고 갔을 때는 누구를 찾아도 얼마나 친절하던지 미안할 정도였다고. 말만하면 척척 도와주는 봉사자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간직한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에게 "친자식도 그렇게 잘 하겠느냐"라고 자랑한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남편에게 버림받고 자식도 없어. 외롭고 쓸쓸했는데 이젠 늦복이 터진 게지"라며 흡족해 한다.

한울 팀 7명의 봉사자들은 할머니의 청소를 돕고, 외식도 함께 하며 때로는 반찬도 만들어 드린다. 피만 나누지 않았을 뿐 영락없는 한 가족이다.

'느린소' 사회봉사단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봉사자를 공개모집 한 결과 봉사단장인 양대현 외과교수를 비롯한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 기술직 등 246명의 직원들이 자원했다. 지난 7월 무료진료 2팀과 동별로 33개 팀이 결성, 출범과 함께 지원금 20만원과 상비약을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며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너와 내가 없는 비산3동 한울타리' 한울 팀만이 아니다. 안양시 31개 동마다 '서로 돕는 사람들의 모임 서두리를 비롯해 따사모. 사랑나누미…' 등 봉사하는 손길만큼이나 정겨운 이름들이 모였다.

지난 4월,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돕기 직원바자회'에서 700만원이 모아졌다. 여기에 병원 측에서도 흔쾌히 700만원을 보태며 활성화가 되었다고. 서포터(부서장 및 수간호사)는 팀원을 구성하고, 각 동사무소와 새마을부녀회를 통해 독거노인의 건강 상태나 주거환경을 파악하여 활동계획을 세우는 것은 팀 리더의 몫이다.

'느린소' 사회봉사단의 팀원들은 빨래, 식사준비, 시설보수, 목욕, 물리치료, 청소는 물론, 말벗이 되어 팀별로 월 1회 이상 이웃사랑을 실천해 오고 있다.

"이것은 차에 가서 먹어!"
"아니에요. 할머니 두고 드세요."

만남의 즐거움도 잠시, 일어서려는 팀원들에게 남은 밤을 주섬주섬 챙겨주는 끈끈한 할머니의 정과 극구 사양하는 팀원간에 벌어진 가벼운 실랑이가 정겹다. 급변하는 세상에 우리민족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우직한 '느린소'의 존재가 자원봉사란 듬직한 거목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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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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