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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대구 국채보상운동공원에서 개최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대구·경북 시·도민 총궐기 대회'에 지역 농민과 노동자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22일 오후 대구 국채보상운동공원에서 개최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대구·경북 시·도민 총궐기 대회'에 지역 농민과 노동자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 남승렬

"평생 배 농사 지으며 살아왔는데 한·미 FTA가 체결된다고 하니 앞날이 막막합니다. 미국 배가 수입되면 힘들게 결실을 맺은 농산물을 제 값에 팔 수도 없게 돼 생계가 막막한데 우리 농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22일 대구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대구·경북 시·도민 총궐기 대회'에 참여한 상주시 농민회 소속 김화영(44·여)씨의 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대구·경북운동본부가 개최한 이날 집회에는 영주와 안동, 고령, 의성 등 경북 22개 시·군 농민단체 회원들과 총파업에 들어간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 조합원, 대학생 등 1만여명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미 FTA 협상 중단 ▲광우병 위험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축소된 스크린쿼터제 원상 회복 ▲사회 공공성 약화시키는 시장화·개방화 중단 ▲노동기본권 보장▲사회 양극화 해소 등을 관계당국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근성 민주노동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굴욕적인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는 노무현 정권은 나라만 망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노동자와 농민 등 서민들을 망하게 할 것"이라며 협상의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또 운동본부 관계자는 "4차까지 진행된 일련의 협상 과정을 보면 농민들의 실익은 전무하고, 미국에 퍼주기만 하는 불평등 협상으로 고착되고 있다"며 "미국과의 FTA로 농업이 붕괴돼 가는 멕시코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 이 협상은 미국의 침략적 경제 정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북 고령에서 축산업을 하는 박운석(51·남)씨는 "광우병에 대한 대책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요하는 것은 한우 농가를 말살시키는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수입 강요보다는 한우 농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과 식품 안정성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행사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시청네거리~교동네거리~대구역네거리~경북도청에 이르는 구간을 가두행진하며 한·미 FTA의 부당함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성난 농심(農心)은 경북도청까지 뒤덮었다.

경북도청 앞으로 장소를 옮긴 시위대는 도청교와 도청3거리에서 동대구역 방면 도로에 연좌한 채 대구·경북 농축산대책위원회 관계자와 한농연 경북시·군회장을 비롯한 19명의 삭발식을 하는 등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한·미 FTA 반대 목소리를 통해 이제 국민들이 참여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 불신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과 도청 측은 시위대의 도청 진입을 막기 위해 도청 정문을 대형 컨테이너박스 2개로 막았으나 쪽문을 넘어 도청사 안으로 진입한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큰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민주노총 조합원 등 경찰 저지선을 뚫은 일부 시위대가 도청사 내에서 경찰과 간헐적인 충돌을 빚었으며 경찰은 소화액을 뿌리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도청 본관 앞 주차장까지 진입한 시위대는 도 관계자의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농성을 이어갔다.

얼굴을 내비친 김용대 경상북도 행정부지사는 "도 재정 여건이 가능한 데까지 농업예산을 지난해보다 34% 증액할 것을 약속하고, 농민들과 같은 입장으로 정부에 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의 '한·미 FTA 찬성이냐, 반대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후 시위대는 도청 본관에서 정리집회를 마치고 자진해산 했고, 일부 시위대는 중구 동성로로 이동,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 15개 중대 1500여명의 진압병력을 배치했으며, 대부분의 시위대는 질서를 유지해 우려했던 퇴근길 교통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시위 참가자들의 음주와 고성 등은 성숙한 시위문화의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대구경북 대안언론 '평화뉴스'(http://pn.or.kr/)에서 제공했습니다.
본문은 브레이크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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