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KBS 1TV에서는 시사기획 <쌈 - 한미FTA, 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어 도약의 획기적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희망찬 미래가 도래할 것이라 홍보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책연구소가 제시한 정부의 홍보자료는 이미 미국과 자유무역 협정을 맺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방송은 정부가 제시한 자료가 캐나다와 멕시코의 실제 모습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우리 정부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후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결국 캐나다 경제성장률이 한미FTA 체결 필요성을 이야기는 중요한 설득 근거가 된 셈이다. 그러면서 제시한 자료에는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이 FTA 체결 이전 2%대에서 4.09%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 따르면, FTA 이전과 이후로만 구분되어 있을 뿐 정확한 연도가 표기되어 있지 않아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평균인지 알 수가 없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캐나다의 경제성장률 평균을 낸 기간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즉 캐나다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기간으로 한정돼 있다. 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한 2001년부터의 자료는 제외되어 있다. 게다가 정부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해를 1994년으로 놓고 평균을 냈지만, 실제로 캐나다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해는 1988년이다.
멕시코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우리 정부는 FTA가 산업을 고도화하는 열쇠라 홍보하며 멕시코의 섬유산업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실제 멕시코의 섬유산업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정부가 제시한 통계자료는 2000년까지다. 그런데 2000년부터 멕시코의 의류와 섬유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는 취재진이 지적한 논문 조작에 대해 관련 인사들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 방영됐다. 관련 의원들과 경제학자들은 조작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국책연구소가 연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하지만, 국책연구소는 연구내용의 지적 재산권을 명분으로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FTA라는 중대한 정책 결정을 앞둔 이때, 기초 자료인 연구내용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FTA가 체결하면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다는 정책 자료집과 확연히 다른 모습의 캐나다와 멕시코의 현 주소를 보며, 과연 한미FTA 협정 체결이 한국에 어떤 점에서 득이 되는 것이기에 정부 등에서 이렇게 논문을 조작하면서까지 추진하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11월 22일 전국적 규모로 일어난 FTA 반대 시위에서 왜 그토록 우리 농민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반대한 것일까? 농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것을 정부가 논문을 조작하면서까지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로 '완전 편입'할 것인가이다. 실제로 한미FTA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FTA가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를 통한 한국의 경제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사례를 보았을 때, FTA 협정 체결이 한국 경제에 '독'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
정부 당국은 이제라도 FTA 협상 과정, 국책연구소가 제시한 논문의 기초 자료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한국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확보한 후에 FTA 체결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FTA 반대가 능사는 아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FTA의 긍정적 효과만 강조하기에 앞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나타난 부정적인 측면을 분석한 후에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조작하면서까지 FTA를 협상하는 것이, 조선 말 일본에게 나라를 팔아넘긴 매국노들의 행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덧붙이는 글 | 학내 신문에 송고할 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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